'연 13%' 고금리 적금의 함정… 1년 돈 모아도 이자는 35만원
[편집자주]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사상 처음으로 7회 연속 기준금리 인상에 나서면서 예·적금 금리가 덩달아 오르자 기존 주식, 암호화폐 등 위험자산에 있던 시중자금이 은행으로 쏠리고 있다. 이러한 역머니무브현상이 심화하자 금융권 사이에선 자금조달을 위한 예·적금 금리 인상 경쟁이 과열됐다. 연 13%에 달하는 고금리 적금도 등장했지만 매월 은행에 넣을 수 있는 한도가 적어 이자는 쥐꼬리 수준에 불과하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저축은행 역시 은행 등 1금융권으로 자금 쏠림을 막기 위해 예·적금 금리를 잇따라 올렸지만 이마저 우대금리 조건이 까다로워 사실상 고금리를 받기 쉽지 않다. 이러한 상황에서 하루만 예치해도 높은 이자를 받을 수 있는 파킹통장에 눈길이 쏠린다. 금융사들은 현금화가 쉬운 파킹통장의 금리를 5% 안팎으로 올리며 금리 노마드족들을 향해 손짓하고 있다.
① '연 13%' 고금리 적금의 함정… 600만원 모아도 이자는 35만원
② 연 10% 준다고?… 저축은행 고금리 적금의 '민낯'
③ "예·적금 가는 뭉칫돈 잡자"… 파킹통장의 고금리 유혹
#직장인 김도현(33세)씨는 광주은행의 연 13% '행운적금'에 가입했다가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1년 기준 행운적금의 기본금리는 3.4%인 반면 우대금리가 10%에 달했기 때문이다. 우대금리를 받으려면 은행에서 배정한 번호 6개가 이벤트에서 행운번호로 뽑혀야 한다. 김 씨는 "로또에 가까운 우대금리 조건을 달성해야 하는 희망고문 적금"이라며 "고금리 적금으로 홍보했지만 까다로운 우대금리 조건을 내세운 미끼상품에 불과하다"고 불만을 터트렸다.
은행권의 고금리 예·적금 상품이 등장한 가운데 최고 우대금리를 받기 위한 조건이 까다롭다는 지적이 나온다. 행운번호를 맞춰야 하거나 매일 1만보를 걸어야 하는 등 이벤트성 금리조건을 달성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 카드 실적이 일정금액 이상이거나 공과금 등을 결제계좌로 등록해야 하는 등 실적기준도 충족해야 한다. 우대금리 조건을 달성해도 월 최대 납입한도가 1만~50만원에 불과하기 때문에 손에 쥐는 이자는 쥐꼬리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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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높은 금리 덕에 이 상품은 지난해 9월 출시 2개월 만에 2만 계좌를 돌파했으나 기본금리는 낮게 책정하고 우대금리 비율을 높여 실속이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 행운적금의 최고 금리인 연 13%를 받아도 최대 가입금액이 월 50만원이어서 1년 후 손에 쥐는 이자는 35만원에 그치기 때문이다.
최대 가입금액이 1만원에 그친 고금리 적금상품도 있다. 우리은행의 '데일리 워킹 적금'은 연 11%의 고금리를 제공하지만 가입기간 6개월, 가입금액은 최대 1만원이다.
반면 우대금리 조건은 까다롭다. 연 10%를 받기 위해선 입금일에 1만보 이상 걷는 조건을 달성해야 한다. 1만보 걷기에 실패할 경우 이자는 기본금리 1%만 받을 수 있다.
KB국민은행의 '온국민 건강적금' 역시 기본금리는 연 2.0%이지만 매월 10만보 걷기(만 60세 이상은 5만보) 등을 달성하면 최대 연 8.0%의 금리를 받을 수 있다. 가입기간은 6개월, 가입금액은 최대 20만원이다.
신한은행의 '신한 쏠메이트 적금'은 12개월 기준 연 최고 7%를 주지만 친구를 같이 가입시켜야 한다. 가입자의 초대코드를 친구가 적금 가입 시 기입할 경우 1명당 1%포인트, 최대 5명까지 연 5%를 제공한다. 여기에 개인(신용)정보 수집에 동의해야 연 0.5%를 더 받을 수 있다. 친구 초대 등 우대금리 조건 달성에 실패할 경우 기본금리는 1.5%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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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최대 납입한도인 50만원을 1년간 저금했다고 가정해보자. 카드실적을 제외한 다른 우대조건 2개를 만족했을 때의 금리는 연 3%로 1년 만기 시 받을 수 있는 이자(세전)는 9만7500원이다. 연 5% 금리 적용시 이자는 16만2500원이다. 연 3% 금리를 받는 우대금리 조건 보다 카드는 500만원 더 결제해야 하지만 이자 차이는 6만5000원에 그친다.
이밖에 연 8%의 금리를 제공하는 '우리 매직 적금 by 롯데카드'도 600만원의 카드실적이 요구된다. 이 적금에 가입한 고객에 롯데카드를 새로 발급해 1년간 600만원 이상 사용하거나 통신료, 아파트 관리비 등 공과금 자동이체 1건을 신청할 경우 우대금리 5%포인트를 제공한다.
롯데카드 기존 고객은 1년간 1000만원의 신용카드 결제금액과 자동이체 1건을 보유해야 연 2%의 우대금리를 받을 수 있다. 만약 롯데카드 결제실적을 쌓지 못할 경우 기본금리는 2.50%가 제공된다.
지난해말 판매가 종료된 케이뱅크의 '핫딜적금x우리카드' 역시 1년간 우리카드 사용실적이 240만원을 넘어야 우대금리 8.2%를 제공했다. 이 적금의 최대 가입금액은 20만원으로 최대 우대금리 실적을 충족하지 않으면 기본금리는 1.80%로 총 이자는 2만원에 그친다.
이밖에 제주은행에서 판매하는 최대 연 5.5% 금리(1년 만기)의 'MZ플랜 적금'도 비슷한 구조다. MZ플랜적금은 제주은행 계좌로 매월 50만원 이상 급여를 이체하고 신용카드와 체크카드의 합산 사용금액이 월 10만원을 넘어야 연 1.6%의 우대금리를 받을 수 있다. 기본금리는 4.10%로 최대 납입금액은 30만원이다.
조연행 금융소비자연맹 회장은 "은행이 제시한 우대금리는 소수의 고객에게만 선착순으로 제공하는 미끼상품 조건에 불과하다"며 "광고나 홍보 효과를 얻기 위한 우대조건 공시를 막기 위해선 실제 적용한 우대금리를 공시하는 등 새로운 공시체계 도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올해는 새해 첫 주나 설 명절 전후 쏟아지던 은행 특판(특별판매) 예금을 보기 어려워졌다. 은행들이 지난해 하반기 유동성(자금)을 충분히 확보한 데다 주요 자금 조달수단인 은행채 금리도 안정돼 특판을 실시할 유인이 사라진 영향이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지난해 말 정기예금 잔액은 818조4366억원으로 전년말 대비 163조5007억원 폭증했다. 지난해 10월에만 49조411억원의 예금이 5대 은행으로 유입됐다.
올해는 까다로운 우대금리 조건을 내세운 고금리 상품 외에 금리혜택이 높은 예·적금 상품 출시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관측도 나온다. 향후 예금금리가 떨어질 것을 고려해 우대금리 조건이 없고 단기로 굴릴 수 있는 예금상품에 가입하는 게 유리하다는 조언이 나온다.
김현섭 KB국민은행 한남PB센터장은 "한국은행이 이달 기준금리의 추가 인상을 예고했으나 연 4% 예금금리는 금리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됐기 때문에 더 이상 오르지 않을 것"이라며 "우대조건이 까다롭거나 납입액이 낮게 설정된 고금리 적금보다 기본금리가 높은 예금상품에 가입하는 게 유리하다"고 말했다.
이남의 기자 namy85@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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