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유니콘]⑥ 김선우 링키드 대표 “OTT 4개 다 봐도 1만7600원… 구독경제 한계, 공유로 해결”

윤진우 기자 2023. 1. 15.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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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T 등 구독 서비스 이용자 간 중개
먹튀 방지 보증 수수료로 리스크 줄여
닌텐도·윌라·오피스365 등 플랫폼 확대
넷플릭스 공유 수수료, 구독 공유 증폭 역할
“이용자 이탈 등 막아줄 헤지 역할 담당할 것”
“넷플릭스, 티빙, 웨이브, 디즈니플러스까지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4개 다 구독해도 월 1만7600원이면 됩니다. 불법 아니냐고요. 이용자끼리 계약을 맺도록 해 법적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게임 업체 엔씨소프트와 엔픽셀에서 마케터 및 게임 기획자로 일한 30대 남성이 공동 구독 중개 플랫폼을 내놨다. 다양한 OTT를 저렴하게 볼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가 여러 사람이 구독 서비스를 함께 구입하는 공동 구독을 생각한 것이다. 언뜻 보면 한 사람이 구입한 구독 계정을 나눠 판매하는 것 같지만, 자세히 보면 여러 사람이 구독 계정을 함께 구입하는 공동 구매에 가깝다.

공동 구독 중개 플랫폼 링키드를 만든 김선우 피치그로브 대표는 지난 10일 조선비즈와 인터뷰에서 “링키드는 구독 서비스를 매입해 이용자들에게 재판매하는 방식이 아닌 공유자(파티장)와 피공유자(파티원)의 공동 구독 계약을 중개하는 서비스다”라고 했다. 여러 사람이 돈을 모아 무기명 호텔 회원권을 구입하고, 한 사람에게 회원권을 관리하는 총무 역할을 맡기는 것과 동일하다. 수고하는 총무에게 회비를 깎아주는 것처럼 링키드는 공유자에게 요금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수백명의 돈을 받아 도망치는 OTT 공유의 부작용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링키드는 구독 서비스 공유를 안전하게 중개하면서 공동 구독 경제를 이끌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 대표는 중앙대학교 광고홍보학과를 졸업해 엔씨소프트에 입사해 마케터로 10년을 일했다. 특히 마케팅 업무를 넘어 사업 기획 능력을 인정받아 블레이드앤소울 사업팀과 쓰론앤리버티(TL) 경제디자인팀에서 기획 업무도 담당했다. 이후 스카우트 제의를 받은 김 대표는 엔픽셀로 이직하면서 그랑사가 마케팅팀을 이끌기도 했다. 김 대표는 “엔씨소프트와 엔픽셀에서 게임 내 비즈니스 모델(BM)과 경제적 상호작용 등을 디자인하는 경제 디자인 업무를 담당했다”라며 “당시 여러 개의 OTT 구독하면서 어떻게 하면 조금 더 저렴하게 볼 수 있을지를 고민하다가 지난 2020년 피치그로브를 창업, 공동 구독 플랫폼 링키드를 내놓게 됐다”라고 했다.

김 대표가 창업한 피치그로브는 <삼국지>의 유비·관우·장비가 의형제를 맺은 도원결의(桃園結義) 장소인 ‘복숭아밭’을 뜻하는 단어다. 이용자에게 신뢰성 높은 플랫폼을 제공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는 게 김 대표의 설명이다. 동시에 공동 구독 중개 플랫폼 링키드는 연결을 뜻하는 ‘링크’와 ‘아이디’의 합성어로, 이용자 아이디를 안전하게 연결하겠다는 의미를 더했다. 김 대표는 “OTT를 이용하면서 안전하고 검증된 공동 구독 중개 플랫폼의 필요성을 느꼈고, 구독 경제와 공유 경제를 접목해 링키드를 만들게 됐다”라고 했다.

그의 노력은 1년 만에 성과로 나타났다. 지난 2021년 10월 서비스를 시작한 링키드는 1년여 만에 가입자 수 10만명을 돌파했다. 지난해 6월에는 우수 기술을 가진 스타트업을 육성하는 중소벤처기업부의 기술창업 지원 프로그램인 팁스(TIPS)에도 선정됐다. 김 대표는 “올해 상반기 가입자 수 15만명, 연내 30만명 돌파를 목표로 하고 있다”라고 했다.

소비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OTT는 단연 넷플릭스라고 김 대표는 설명했다. 그는 “OTT 서비스는 넷플릭스가 가장 인기 있고 디즈니플러스, 티빙, 웨이브가 비슷하다”라며 “링키드 이용자 1명당 1.9개의 구독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데, 구독 숫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했다. 실제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지난해 조사 결과를 보면 국내 OTT 이용자는 평균 2.7개의 구독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김 대표는 타인과 OTT 계정을 공유하는 비중이 1%를 넘지 않는 만큼 확장 가능성이 크다고 자신했다. 그는 “가족이나 친구와 구독을 공유하는 비율은 최소 40%에서 높으면 80%에 달하지만, 제3자와의 공유는 많지 않다”라며 “모르는 사람에게 돈을 주고 계정을 공유 받는다는 인식과 그렇게 해도 된다는 신뢰가 아직 형성되지 않았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중고나라에서 1년 치 넷플릭스 아이디를 구입했다가 먹튀(먹고 튀기)를 당했다거나, 구입한 공유 계정이 해외 계정이라 환불을 요구했더니 거절당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타인과의 OTT 계정 공유를 망설이게 하는 이유다.

그는 “업계 1위 넷플릭스만 봐도 높은 화질과 다양한 디바이스에서 사용하려면 월 1만7000원의 프리미엄(4인용) 요금제를 구독해야 한다”라며 “이용자 입장에서는 어차피 남는 자리 3개를 주변에 선물처럼 주는 경우가 많은데, OTT 종류가 늘어나는 만큼 타인과의 공유는 자연스러워지고 있다”라고 했다. 김 대표는 남는 계정을 무료로 선물하는 ‘선물 경제’가 지금까지 구독 서비스를 지탱했다면 앞으로는 타인에게 돈을 받고 계정을 판매하는 ‘공유 경제’로 이동할 것으로 예상했다.

김 대표는 OTT 계정을 구매해 이용자에게 재판매하는 일부 플랫폼과 달리 링키드는 이용자 간 거래를 중개하는 방법으로 법적인 문제를 해결했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구독을 하루 단위로 분할해 판매하는 공유 서비스는 비즈니스 측면에서는 참신했지만, 지속 가능성에 대한 고민이 부족했던 것 같다”라며 “플랫폼이 구독 계정을 직간접적으로 매입해 재판매할 경우 라이선스 조항에 위반되는 만큼 링키드는 철저하게 사용자 간 공동 구독 형태로 서비스하고 있다”라고 했다. 실제 링키드는 계정을 구입하는 공유자와 피공유자를 분리해 모집하고 있으며, 이들을 중개·보증하고 이 과정에서 수수료를 취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하고 있다.

법적인 문제에서 자유로운 링키드는 경쟁사와 비교해서도 월등히 많은 공동 구독 서비스를 중개하고 있다. 넷플릭스·티빙·디즈니플러스·애플TV 등 OTT를 넘어 닌텐도, NBA 리그패스, 윌라, 듀오링고, 오피스365, 네이버플러스 등 종류도 다양하다. 김 대표는 “링키드는 현재 18개 플랫폼의 공동 구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이용자를 1명으로 제한하는 어도비, 밀리의서재, 리디북스 등에 대해서는 공유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고 있다”라며 “공동 구독 서비스는 철저히 플랫폼의 수익 전략 내에서 제공돼야 한다”라고 했다.

김 대표는 넷플릭스가 계정 공유 수수료 부과를 추진하는 것과 관련해서는 “계정 공유 요금제가 도입될 경우 공유 권한이 플랫폼에서 이용자에게로 옮겨가는 것이기 때문에 구독 공유 서비스는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이다”라며 “링키드는 이런 변화를 서비스 시작부터 고려한 만큼 예상되는 모든 형태의 공유 서비스에 대응할 준비를 마쳤다”라고 했다. 그는 “그동안 OTT를 포함한 대부분의 구독 서비스는 수익률보다 이용자 수를 늘리는 데 집중하면서 현재 지속 가능성의 한계에 봉착한 상태다”라며 “공동 구독 서비스는 구독 플랫폼 입장에서는 이용자 이탈을 막아주는 헤지(hedge·위험 회피) 역할을 담당할 것이고, 이용자에게는 요금 부담을 줄여줄 대안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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