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도 가세"…오디오북 눈독 들이는 빅테크, 왜?

김상희 기자 2023. 1. 1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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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데이 모닝 키플랫폼] 브랜드 혁신 스캐너 #12 - "오디오북"

[편집자주] 머니투데이 지식·학습 콘텐츠 브랜드 키플랫폼(K.E.Y. PLATFORM)이 새로운 한주를 준비하며 깊이 있는 지식과 정보를 찾는 분들을 위해 마련한 일요일 아침의 지식충전소 <선데이 모닝 키플랫폼>

사진=flickr

인류 문명 발생 이후 책은 지금까지도 가장 유용한 지식의 보존 및 전달 수단으로 꼽힌다. 대나무를 쪼개 이어붙인 죽책부터 파피루스와 종이까지, 수천 년의 시간이 지나는 동안 기록하는 방식은 달라졌지만 글을 쓰고 읽는다는 독서 방법만큼은 좀처럼 달라지지 않았다.

그런 책을 이용하는 방식이 1900년대 들어 기술의 발달과 함께 변화가 생겼다. 눈으로 보는 것뿐 아니라 귀로도 듣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바로 오디오북의 등장이다.

디지털 시대 맞아 주요 미디어로
오디오북은 1932년 미국시각장애인재단이 비닐 레코드로 책 녹음본을 만든 것을 시초로 본다. 당시 소리를 저장하고 재생하는 축음기 기술이 개발돼 있기도 했지만, 오디오북이 만들어진 더 중요한 이유는 1차 세계대전 후 많은 군인들이 눈을 다친 채 집으로 돌아오면서 이들을 위한 책을 만들 필요가 있어서다. 1934년 미 의회가 시각장애인을 위한 책 프로젝트 자금 지원을 승인하면서 본격적으로 오디오북 시장이 열렸다.

처음에는 시각장애인을 위해 제한적으로 활용되던 오디오북은 1960년대 들면서 새로운 전기를 맞는다. 카세트테이프, 콤팩트디스크 등 휴대성이 대폭 향상된 소리 저장·재생 기술이 등장하면서다. 당시 서점 월든북스는 오디오 센터를 서점 내에 설치했고 랜덤하우스, 워너출판, 사이먼앤슈스터 등의 출판사는 오디오 출판 부문을 개설하는 등 출판 업계도 새로운 독서 시대를 맞이했다.

1995년 아마존의 오디오북 서비스 오디블(audible)은 한 번 더 큰 변화를 가져왔다. 카세트 등 음향기기가 아닌 파일 형태로 PC에 오디오북을 다운로드하는 것이 가능해지면서 이용의 폭의 크게 확대됐다.

카세트 테이프에 녹음된 오디오북/사진=etsy, amazon

이처럼 기술의 발달과 함께 오디오북 출판과 이용이 점차 늘었지만 처음부터 환영받은 것은 아니다. 수천 년 동안 쓰이고 인쇄된 글을 읽는 것에 익숙했던 독자들은 오디오북을 '게으른 자들의 책 읽는 방식' 등으로 폄하하며 부정적으로 바라봤다.

하지만 각종 서베이와 연구 결과를 통해 오디오북을 즐겨 듣는 사람들이 고학력, 평균 소득 이상, 장시간 통근 등의 특징을 지니고, 더욱이 이들은 오디오북을 독서의 보조 수단으로 이용하며 동시에 인쇄된 책도 많이 읽는 독자층이라는 결과가 나오면서 점차 오디오북에 대한 인식이 개선됐다.

또 오디오북의 장점이 점차 부각된 점도 인식이 달라지는데 영향을 미쳤다. 오디오북의 가장 큰 장점은 책 콘텐츠를 즐기며 다른 일을 동시에 할 수 있는 멀티태스킹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출퇴근 통근 시간 운전 중에도 책을 들을 수 있다. 멀티태스킹 외에도 성우들의 연기가 더해져 더 극적인 효과로 높은 몰입감을 제공한다는 점도 매력 요소다. 작가, 배우 등 유명인이 읽어주는 오디오북은 팬들에게 색다른 재미를 제공한다. 이러한 특성으로 인해 오디오북에서는 유명인의 자서전 또는 회고록, 자기계발서, 범죄 스릴러, 공상과학 소설, 판타지 등이 인기 콘텐츠로 꼽힌다. 반대로 요리책, 사진집 등 시각 요소를 필수로 하는 책에서는 제한적이라는 한계가 있다.

최근에는 스마트폰 등 모바일 혁명과 함께 수십만 권 오디오북 발매되고 접근성이 대폭 향상되면서 오디오북은 책을 이용하는 하나의 방법으로 확실하게 자리 잡았다.

현재 북미 지역이 가장 큰 시장으로 2017년 기준 약 25억 달러 규모를 나타내는 것으로 분석한다. 미국의 오디오 출판사 협회에 따르면 2017년 6700만 명 이상의 미국인들이 오디오북 청취했다. 이어 유럽이 5억 달러, 중국이 4억 7000만 달러 규모로 추정된다. 시장에서는 세계적으로 오디오북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는 가운데 언어 사용권의 범위가 넓은 스페인과 세계 최대 인구 대국으로 부상한 인도가 가파른 성장세를 나타낼 것으로 기대한다.

그랜드뷰리서치는 오디오북 시장이 연평균 성장률 26.4%를 나타내며 2030년이면 350억 5000만 달러에 달하는 큰 시장 형성할 것으로 예상했다.

빅테크 기업 연이은 출사표…판 바뀌는 오디오북 시장
이 같은 오디오북 시장에 최근 애플이 출사표를 던졌다. 애플은 이달 AI(인공지능)가 책을 읽어주는 '디지털 내레이션'을 출시했다. 업계에서는 세계 최고 빅테크 기업으로 꼽히는 애플이 그간 오디오북 시장을 지배해 온 아마존 오디블의 아성을 무너뜨릴 수 있을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본다.

애플뿐 아니라 오디오북 시장은 이미 빅테크 기업의 각축장이 되는 모양새다. 앞서 세계 최대 음원·팟캐스트 플랫폼 스포티파이도 2021년 오디오북 플랫폼 파인드어웨이를 인수한데 이어 작년에는 모든 미국 이용자 대상으로 한 오디오북을 출시했다. 틱톡으로 유명한 바이트댄스도 2020년 오디오북 등을 서비스하는 중국 최대 전자책 기업 장위에에 1억 7000만 달러를 투자했고 이어서 AI 오디오북 애플리케이션도 선보였다.

아마존 오디오북 서비스 오디블/사진=오디블 홈페이지 캡쳐

업계에서는 기존 사람이 직접 녹음하던 오디오북 시장이 빅테크 기업의 가세로 텍스트 투 스피치(Text-to-speak) 기술이 본격적으로 적용되면서 판이 달라질 것으로 전망한다. 사람의 목소리는 AI로 구현하기 까다로운 분야로 손꼽힌다. AI 오디오북은 고도의 음성 합성 기술로서 언어학자, 품질 관리 전문가, 오디오 엔지니어 팀 등의 종합적인 작업을 필요로 한다. 빅테크 기업이 기술력을 선보이고 이를 통해 시장을 공략하기 좋은 분야다.

특히 지금까지는 오디오북은 눈으로 읽을 글을 단순히 소리로 전환한다는 개념이 강했지만, 앞으로는 교육 프로그램 등으로 확장하며 더 큰 시장이 열릴 전망이다. 구글플레이북스는 2021년 AI가 책을 읽고 자동으로 페이지를 넘기는 교육 보조 프로그램을 도입했으며 아마존도 같은 해 오디오북 튜터 제작에 들어갔다. 아마존의 AI 알렉사는 맹인협회 등의 무료 오디오북 프로그램과 연계하고 있다.

따라서 시장은 오디오북의 경쟁 상대를 인쇄된 책, 전자책으로 보지 않는다. 오히려 음악 스트리밍 앱, TV 방송국, 유튜브, 팟캐스트 등과 경쟁할 것으로 전망한다. 이제는 일반화된 블루투스 이어폰·헤드폰이 제공하는 편리함으로 인해 오디오북 청취가 증가하고 있어 오디오북과 이들 미디어 간 경쟁은 더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또 텍스트 투 스피치 기술 외에도 빅테크 기업의 번역 기술이 점차 고도화되면 전 세계의 수많은 책들의 접근성이 크게 향상돼 콘텐츠 양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오디오북 시장의 매력이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김상희 기자 ksh15@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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