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당근마켓에 밀리고 손님도 없고"…한파 겪는 황학동 시장

김예원 기자 2023. 1. 15. 0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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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을 앞둔 12일 오전 서울 중구 황학동 가구·주방거리.

판매 및 중고품 매입을 알리는 간판과 안내판이 줄줄이 늘어섰지만 거리는 한산했다.

한 주방용품 가게 앞 조리대엔 A4 용지에 가격이 쓰여 있었다.

한편 황학동 가구·주방거리는 각종 주방용품과 가구, 인테리어 용품을 판매하는 상점이 밀집된 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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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학동 주방거리 "물건 들어오지도, 나가지도 않아…거래 절벽"
온라인 직거래 활성화 및 폐업 점포 인수 줄면서 황학동 발걸음도 '실종'
12일 서울 중구 황학동 가구·주방거리. 중고 주방용품이 쌓여 있다. ⓒ 뉴스1 김예원 기자

(서울=뉴스1) 김예원 기자 = 주말을 앞둔 12일 오전 서울 중구 황학동 가구·주방거리. 판매 및 중고품 매입을 알리는 간판과 안내판이 줄줄이 늘어섰지만 거리는 한산했다. 수거한 중고 식기를 들고 내리던 트럭도 자취를 감췄다.

가게 앞엔 식기와 불판, 조리대만 가득 쌓였을 뿐 손님은 찾기 어려웠다. 일부 상인들은 지나가는 행인에게 "어떤 그릇 찾으세요"라고 묻기도 했다.

중고 주방용품 가게를 운영하는 50대 김모씨는 "거래 자체가 끊겼다"며 고개를 저었다. 가게엔 먼지를 뒤집어쓴 스테인리스 볼과 조리 기구만 한가득이었다.

김씨는 "개업으로 물품을 구매하겠다는 사람도 많지 않았지만 최근엔 수거 연락도 거의 끊겼다"며 한숨을 쉬었다.

한 주방용품 가게 앞 조리대엔 A4 용지에 가격이 쓰여 있었다. 가게 주인 60대 박모씨는 "장사가 안되니 거의 원가에 가깝게 내놓고 있다. 팔면 10%도 남지 않을 것"이라며 "이렇게 할인해도 찾아오는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12일 서울 중구 황학동 가구·주방거리. ⓒ 뉴스1 김예원 기자

가게 주인들은 중고 주방용품 거래가 사라진 이유를 온라인 중고 거래 등 직거래 활성화에서 찾았다. 온라인 카페나 애플리케이션에서 직접 중고 거래가 가능하다보니 황학동을 찾는 발걸음이 줄었다는 것이다.

가게 앞 중고품 환영 문구를 써 붙인 50대 박모씨는 "3, 4년 전만 해도 1월 중순이면 물건 둘 곳이 없어 가게 밖에 줄줄이 내놨다"며 "코로나19 이후 온라인으로 중고 물품을 거래하는 문화가 자리 잡은 것 같다"고 토로했다.

김씨는 "권리금을 받고 가게를 넘길 때 새 주인이 가져가지 않는 물건이 가게에 유입된다"며 "좋은 물건이 많이 없으니 나가는 물건도 갈수록 적다. 악순환"이라고 덧붙였다.

폐업 고려 점포를 찾아가도 가게가 나가지 않아 중고 그릇을 받아오기 힘들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주방용품 중고 거래는 비용 문제 때문에 가게 인수자가 나타나야 용품 수거가 진행되지만 최근엔 자영업을 시작하는 사람이 적어졌기 때문이다.

황학동에서 13년째 중고 그릇 가게를 운영한다는 40대 한모씨는 "최근 거래처에서도 폐업을 고려하는 전화가 많이 걸려 온다. 문제는 가게를 이어받으려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라며 "요즘엔 그릇 수거업체도 일이 없다고 한탄하더라"고 설명했다.

한편 황학동 가구·주방거리는 각종 주방용품과 가구, 인테리어 용품을 판매하는 상점이 밀집된 거리다. 창업과 폐업에 따른 중고 거래가 활발히 이뤄져 대한민국 자영업을 상징하는 시장이다.

자영업자 폐업은 꾸준히 증가 추세다. 중소벤처기업부와 중소기업중앙회 조사 결과 지난해 노란우산공제 폐업지원금 총액은 9681억8900만원이다. 역대 최고 지급액을 기록했던 2021년 9040억4030만원을 넘어섰다.

노란우산공제는 생계 위협에 처한 자영업자의 생활 안정을 도모하는 공제제도다. 매월 또는 분기별로 일정 금액을 납입하면 공제금을 지급해 사업 및 생활 자금으로 활용하도록 돕는다.

kimyew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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