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한스푼] 지질층 바꾼 인간!...지구역사 '인류세' 규정 논의
13세기 옥수수 재배·1950년대 핵실험 흔적 찾아
인류세 시작점, 1950년…핵실험 흔적 지구에 남겨
[앵커]
산업화 이후 지구가 겪는 기후변화를 보면, 인간이 지구 환경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쳤는지 알 수 있는데요.
실제로 인간의 활동은 기후뿐 아니라 공룡 화석처럼 지층 속에도 새겨지고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지금을, 인류가 지구 지질 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시대라며 '인류세'로 불러야 한다는 학계의 주장이 나오고 있습니다.
양훼영 기자입니다.
[기자]
#한 바퀴 도는 데 10분밖에 걸리지 않는 작은 호수.
과학자들이 호수 밑바닥에 커다란 관을 박았다가 꺼내자, 층층이 결이 형성된 퇴적층이 올라옵니다.
분석 결과, 이 퇴적층에서는 13세기 원주민의 옥수수 재배 흔적부터 19세기 중반 이주민의 벌목 흔적 그리고 1950년대 수백 건의 핵폭탄 실험 흔적까지 모두 발견됐습니다.
마치 화석처럼 인간의 활동 흔적이 그대로 땅에 남은 겁니다.
[프랜신 맥카시 / 캐나다 브록대 지구과학 교수 : 인류세는 지구에 대한 인간의 영향은 너무 강렬해서 바위 그 자체, 지구의 퇴적물에 기록이 남는 것을 의미합니다.]
46억 년 지구 역사는 지층에 그대로 새겨져 있습니다.
지질학적 시대 구분은 크게 대, 기, 세 순서로 이뤄지는데, 지금은 '신생대 4기 홀로세'로, 마지막 빙하기 이후 현재까지 만 년 넘게 이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난 몇백 년 사이 인간의 활동으로 지구 환경은 급격한 변화를 겪고 있습니다.
이에 과학자들은 인간에 의한 새로운 지질 시대, 인류세가 도래했다고 주장합니다.
지질시대 명명 권한을 가진 세계층서위원회 산하 인류세 워킹그룹은 지난 2019년 투표를 통해 인류세의 시작점을 1950년으로 합의했습니다.
폭발적 인구 증가로 인해 온실가스 배출 등 환경오염이 급증했고, 핵실험을 통해 지구에 존재하지 않았던 방사성 물질이 흔적을 남기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남욱현 / 지질자원연구원 박사 : 핵실험 같은 것을 통해서 전 지구적으로 방사성 동위 원소가 퍼져 있고요. 사람들이 만들어낸 이런 물질들이 전 지구적으로 거의 어디서나 찾아볼 수 있는 그런 시기가 1950년 정도로 보고 그것을 이제 인류세 시작 시점으로 결정하게 된 것입니다.]
지하 10m 아래에서 채취한 퇴적층입니다.
이렇게 인간이 버린 쓰레기가 썩지 않고 남아 있는데요.
플라스틱과 방사성 원소, 알루미늄 등이 인류세 대표 물질로 꼽히고 있습니다.
대표물질과 함께 인류세의 기준 표본지도 정해야 합니다.
현재 캐나다 크로포드 호수를 포함해 전 세계 9곳을 두고 내부 투표가 진행 중이서 이르면 올봄부터 인류세 도입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될 예정입니다.
YTN 사이언스 양훼영입니다.
YTN 양훼영 (hwe@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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