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애 셋 낳고 정규앨범 낸 건 기적" [인터뷰]

김한길 기자 2023. 1. 15. 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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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별

[티브이데일리 김한길 기자] "경거망동을 하면 안 되는데 자신 있을 정도로 열심히 했거든요. 빨리 들려드리고 싶었습니다."

과거 '12월32일' 안부' 눈물샘' '아이 띵크 아이(I think I)' 등을 히트시키며 '발라드의 여제'로 불리던 가수 별이 무려 14년 만에 정규앨범으로 돌아왔다. 이번 여섯 번째 정규앨범 '스타트레일(Startrail)'은 데뷔 20주년을 맞아 발매해 특별함을 더했다. 아울러 '별의 궤적'이라는 의미로, 지난 20년의 궤적, 그리고 앞으로 그려갈 궤적을 담아낸 신보로써, 메인 타이틀곡 '오후'와 서브 타이틀곡 '유어(You're)'를 포함해 총 10곡이 수록됐다.

별은 "14년 만의 정규앨범이다. 예전에는 앨범을 내는 게 이렇게까지 힘들지 않았다. 물론 그때도 힘들긴 했지만, 지금의 힘듦과는 다른 것 같다. 앨범 한 장이 나오는 게 소중한 일이라는 걸 깨달았다. 되게 감사하다. 14년 동안 일부러 쉬어야지 해서 쉬었다기보단, 정규에 대해 감히 상상을 못 했던 것 같다. 사실 활동을 왕성하게 하고 있는 가수들도 정규를 내기가 쉽지 않은데, 저는 오래 쉬었고, 많은 용기가 필요했다. 그리고 뭔가 시간만 채워서, 데뷔한지 20년이 됐다고 해서 '저 20주년 가수예요'라고 얘기가 하기가 면이 안 서더라. 그래서 그냥 싱글이나 미니로는 성이 안 차서, 무리를 해서라도 정규를 보여주고 싶었다. 그래야 팬들, 대중들한테도 '저 20주년 노래한 가수'라고 얘기할 수 있을 거 같아서 도전을 했다"라고 밝혔다.


별은 이번 앨범을 발매하기 위해 1년 반이라는 시간을 공들였다. 그는 "사실 20주년은 지난해였다. 앨범은 여러 가지 상황 때문에 1월에 발매됐지만, 22년도가 20주년이어서 그때를 목표로 그 이전부터 계속 마음속으로 준비를 했고, 거의 1년 반 이상 곡 수집을 한 것 같다. 작곡가분들한테 죄송할 정도로 진짜 곡을 많이 받았다. 그리고 많이 돌려보내고, 그러면서 추려진 곡들이 이번에 나온 10곡이다"라고 설명했다.

그 가운데 별은 수록곡 '이런 밤'과 '그때의 난' 작사, 작곡을 맡았으며, '노래' '나이'에는 작사에 이름을 올렸다.

자신이 작업한 곡이 타이틀곡으로 선정되지 않아 아쉬움은 없느냐라는 질문에는 "사실 타이틀곡 욕심도 없지 않아 있었지만, 거기에 따른 책임을 감당할 자신이 없었다"면서, 타이틀곡 선정 비하인드를 들려줬다. 그는 "'오후'라는 곡이 타이틀곡으로 최종 선정이 됐는데, 선정되는 과정도 굉장히 치열했다. 정규는 타이틀곡을 정해놓고 가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곡이 다 세팅이 되고 끝까지 타이틀곡이 100점짜리가 안 나와서 마지막 한자리를 놓고 계속 다시 받는 경우도 있고, 계속 만드는 경우도 있다. 이번에는 다 된 상태에서 의견이 너무 갈렸다. 이렇게 갈린 적이 없었다. 이후 다양한 모니터링 끝에 모아진 의견이 '오후'라는 곡이 그래도 오랫동안 별을 기다려준 분들에게 가장 반가움을 안길 수 있다고 판단해 최종적으로 결정하게 됐다"라고 밝혔다.


별은 이번 앨범에 지난 2021년 발매한 남편 하하의 '알 순 없지만'이라는 곡을 자신의 느낌으로 재해석해 수록했다.

이에 대해 별은 "이것도 또 참 남편에게 미안하게 됐다. 남편도 이 곡에 대한 애착아 강했다. 집에서 막 연습하면서 좋지 않냐고 했는데, 진짜 노래가 너무 좋았다. 그래서 남편에게 '내가 부르는 게 더 좋을 거 같다' '나한테 넘겨라'라고 했었는데 '절대 안 된다' '모든 걸 줘도 안된다'라고 하더라. 이후 남편이 이 곡을 수록한 앨범을 냈는데, 어쨌든 타이틀곡은 다른 곡이었고, 이 곡으로 활동을 하거나 알리지 못해서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조용히 양해를 구했다. 또 그 곡을 작곡한 친구가 소속 아티스트다. 제가 마침 작업실을 같이 사용하고 있었는데, 그 곡을 불러도 될까라고 했더니, 흔쾌히 허락을 해줬다. 남편 노래는 피아노가 메인에 곡이었는데, 전 기타로 편곡을 했다. 비교해서 들어보면 재미있을 것 같다. 아예 다른 곡이 됐다. 느낌이 많이 다르다"라면서 "남편이 내가 한 편곡이 더 좋다며 샘을 내더라"라고 미소를 지었다.


그러면서도 든든한 지원군이 돼준 하하에 대한 진한 애정을 드러냈다. 별은 "남편은 내 진짜 팬이구나라는 걸 이번에 깨달았다. 가수 별을 너무 좋아해주더라. 20년을 같이 살았지만 이렇게 나를 좋아하는구나라는 걸 앨범 준비하면서 느꼈다"라고 수줍게 말했다. 이어 "진짜 감동을 받았던 게, 남편이 엊그제도 술을 얼큰하게 먹고 들어와서는 화장실에 들어가 내가 얼마 전에 출연한 '킬링보이스'를 듣고 있더라. 예전에 '엄마는 아이돌' 했었을 때 가창했던 무대도 있는데, 그것도 방에서 혼자 틀어놓고 막 보고 있다. 평소에 술을 안 마셨을 땐 그런 얘기를 잘 안 하는데, 술 한잔 먹으면 남편이 '자긴 노래할 때가 너무 멋있다'라고 한다. 그리고 '노래를 잘해서 좋겠다'고도 한다"라고 웃었다.

하하에 대한 존경심도 표했다. 그는 "한 번은 '워터밤'을 따라가서 저 멀리서 남편의 무대를 보는데, 몇만 명이 들썩하고 엄청난 환호를 보내더라. 발라드 가수는 그렇게 수많은 관중을 일으켜 세울 수 있는 힘이 없는데, 그런 부분은 남편이 부럽다. 나중에 남편 무대에 피처링으로라도 서서 그 에너지를 한번 느껴보고 싶다"라고 두 손을 모았다.


별은 이제 가수이기 전에 세 아이의 엄마이기도 하다. 일과 육아를 병행한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었을 터.

별은 "항상 엄마로서도 100점이고 싶고, 아티스트로서도 어디서든 완벽하고 싶은 마음 때문에 항상 힘든 거 같다. 그럴 수가 없다는 걸 인정을 하면 조금 편해질 텐데, 실제로 그럴 수가 없지 않냐. 몸은 하나다. 여기 오기 전까지도 차 타고 이동하면서 큰애가 방학기간이어서 점심 배달을 보내줘야 했다. 녹음하다가도 학교 선생님한테 전화가 온다거나. 애가 3명이니 선생님도 최소 3명이다. 녹음이 새벽에 끝나고 들어가도 아이들이 다음날 등교, 등원할 때 입을 옷 3벌, 책가방 3개를 싸놔야 하는 거다. 마마돌 할 때도 무대하고 집에 들어가면 눈썹도 못 떼고 그대로 집안일을 한다. 연예인이라고 다른 삶이 아니다. 다른 연예인들은 모르겠지만, 저는 그렇게 하고 있다. 사실 친정엄마나 남편한테 부탁해도 되지만, 그러면 내가 엄마로서 할 일을 안 하고 이걸 하고 있는 거 같은 마음이 싫다. 사실 녹음할 때도 한번 쓰러졌다. 그래서 남편한테 엄청 혼났다. 잠을 너무 못 잤다. 근데 그렇게 안 하면 할 수 없는 일이다. 엄마는 그만둘 수 없지 않으냐. 엄마를 그만들 수 없어서 노래를 잠시 그만뒀었는데, 다시 노래를 하면서 엄마를 그만둘 수 없어서 두 개를 다하려면 내가 포기해야 하는 것들이 있더라. 그래서 조금 덜 자고, 덜 놀고 하면 되더라. 열심히 살기 때문에 이렇게 앨범도 낼 수 있는 거다. 애 셋 낳고 정규를 낸 건 기적이다"라고 혀를 내둘렀다.


음악방송 출연 계획에 대해서는 "사실 음악방송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너무 귀하다. 그래서 내부에서도 할 수 있다면 해야 한다는 주장들이 있었다. 근데 제가 너무 수줍게 느껴지더라. 앞서 마마돌할 때 '엠카'를 했다, 그게 아마 10년 만에 '엠카'를 간 거였는데, 너무 바뀌었더라. 저희 남편도 최근에 활동했을 때 음방 한 바퀴를 돌고는 두 번 다시 못하겠다고 하더라. 다른 게 아니라 어리고, 신인인 친구들의 기회를 뺐는 거 같아서 미안하다더라. 물론 저도 간절하고 모습을 비춰야 하는 건 맞는데, 그래서 그 고민이 많았다. 그러나 최종적으로는 순위 프로그램은 안 하는 걸로 결정했다. 차라리 라이브 클립이나 노래하는 다른 프로그램에서 보여주고, 음방은 젊고 어린 친구들에게 기회를 양보하는 게 좋을 것 같다. 수줍기도 하고 여러 가지 생각이 들더라"라고 솔직하게 말했다.


음악방송은 출연하지 않지만, 별의 새 앨범 발매는 이어질 예정이다. 별은 "이번에 곡수 집을 진짜 많이 해서 이미 총알이 준비돼 있다. 이번 10곡에 들어가지 않은 좋은 곡들이 있다. 이 곡은 다음 텀에 다른 색깔로 패키징을 하자 해서 남겨 놓은 곡들인데, 상당히 좋다. 기대해도 좋을 거 같다. 아마 올해 하반기, 연말까지는 던질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활동을 이번처럼 할 수 있을지 장담은 못 하겠다. 그러나 해보니까 노하우가 생겨서 갑작스러운 집안일만 없다면, 계속 잘 할 수 있을 거 같다"라고 자신했다.

끝으로 별은 이번 앨범을 통해 자신을 모르는 이들을 입덕시키겠다는 당찬 포부도 전했다. 그는 "이번 앨범을 듣고 '6집이야?' '이 사람이 2002년에 데뷔했어?'라면서 제 예전 노래를 찾아듣게 될 수 있으면 좋겠다. 저를 그냥 신인 가수 만난 것처럼 느껴도 좋을 것 같다. 오히려 어설프게 아는 것보다 저를 아예 몰라서 객관적으로 이번 앨범을 들었으면 좋겠다. 옛날의 모습을 기억하고, 누구의 아내, 20년이 된 가수 등 이런 정보 없이 그냥 노래만 듣고 저를 생각하면 좋을 것 같다. 그래서 이 앨범으로 그들을 입덕시키고 싶다"고 바라면서, "그런데 나이를 보고 깜짝 놀라지 않겠냐"고 웃었다.

[티브이데일리 김한길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제공=콴엔터테인먼트]

가수 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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