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윤 조직의힘? "`나`홀로 집에, 어쩌다 이 지경" 나경원 이름까지 조롱거리됐나

反尹몰이 앞장선 장제원 "羅와 일자리 필요 정치낭인들이…"
親尹조직 초선들 후속타…"羅홀로 집에" 옮겨 쓴 배현진
폭발한 羅측 김민수 "尹승리 분투한 동지를 '낭인'? 내분조장"
"도둑맞은 울산선거 후보(김기현) 위해서도 싸웠는데…"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이 1월14일 페이스북에 게재한 게시물 일부 갈무리.

나경원 국민의힘 전 의원이 13일 대한불교 천태종 총본산인 충북 단양 구인사를 방문, 총무원장인 무원 스님(오른쪽)의 안내를 받으며 경내를 돌아보고 있다.<연합뉴스>

지난 2022년 5월말, 6·1 지방선거 김은혜 국민의힘 경기도지사 후보(현 대통령실 홍보수석)의 선거 유세 차량에 오른 김민수 전 경기 성남분당을 당협위원장이 김은혜 후보를 지지해달라는 내용의 연설을 하고 있다. <김민수 전 당협위원장 페이스북 사진 갈무리>

3·8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앞두고 친윤(親윤석열) 독점 양상을 보이는 김장(김기현·장제원)연대 측이 조직적으로 나경원 전 의원 공세를 이어갔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 재직 중 헝가리 성공모델식 저출생대책 제안에 대한 대통령실의 공개 비난, 외교부 기후환경대사(대외직명대사직 일종)직까지 싸잡은 "해임" 선전의 후속 격이다. 같은 당 정치인들이 나경원 전 의원 주변 인사들을 "일자리가 필요한 정치낭인"이라 폄하하는가 하면, 인명(人名) 자체를 '언어유희' 소재로 삼는 비아냥까지 나왔다.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관계자)'으로 불려온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은 14일 페이스북 글에서 "'얄팍한 (국민의힘 지지층 내) 지지율'과 일자리가 필요한 '정치 낭인'들에 둘러싸여 헛발질을 거듭하고 있는 나 전 의원이 느닷없이 민주 투사로 둔갑해 벌일 눈물의 출마 선언을 기대해 본다"고 비꼬았다. 그 전날(13일) 나 전 의원에 대해 친윤으로 위장한 "반윤 우두머리"가 되려고 한다며 "박해를 받아 직에서 쫓겨나는 것처럼 전형적인 약자 코스프레"라고 규정한 데 이어서다. "도대체 왜 당내 한 줌 남은 반윤 세력들이 앞다퉈 그토록 미워했던 나 전 의원을 미화하고 찬양하고 나섰냐"며 기존 유승민계·친이준석 인사들의 친윤계 비판을 나 전 의원 탓으로 돌리기도 했다.

당 소속 의원 '공부모임'을 표방했으나 김기현 의원 당권 지지조직으로 변모한 '국민공감' 간사를 맡은 의원들도 가세했다. 대부분이 페이스북에 김기현 의원이 경북 구미에서 개최한 당대표 후보 출정식 참석을 인증, 공개 지지하는 글을 올렸다. 나 전 의원의 당대표 출마 시 "제2 유승민(전 의원)"이 된다며 반윤(反윤석열) 낙인에 가세해온 박수영 의원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엔 등재되지 않은 리얼미터의 당권 여론조사 결과를 각각 공유하며 김 의원이 선두라고 띄웠다.

국민공감 간사로 최근 합류한 배현진 의원도 14일 오후 페이스북 글에서 나 전 의원의 성씨를 이용해 "羅(나) 홀로 집에!"라고 제목 지은 TV조선의 보도 유튜브 영상을 공유했다. "羅 홀로 집에."라고 그대로 옮겨 적은 뒤 나 전 의원에 대해 "어쩌다 이 지경, 안타깝다"고 적었다. 친윤계 조직력에 나 전 의원이 고립무원 처지가 됐다고 비꼬면서 당권 불출마를 재차 압박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나 전 의원은 앞서 13일 "함부로 제 판단과 고민을 추측하고 곡해하는 이들에게 한 말씀 드린다"며 "나는 결코 당신들이 '진정으로' 윤 대통령,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위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조직적인 '내부총질'에 반발한 셈이다. 하지만 그는 윤 대통령의 저고위 부위원장 해촉, 기후환경대사 해임 조치 이후 공개 메시지를 아끼고 있다. 14일 출국한 윤 대통령에 대해 "순방을 잘 다녀오셨으면 한다"고 언론을 통해 밝힌 정도다.

그러나 나 전 의원 측근 인사 중에선 장 의원 등의 비난에 쓴소리가 터져나왔다. 당 혁신위원으로 활동해온 김민수 전 경기 성남분당을 당협위원장은 15일 페이스북으로 "오늘은 국민의힘의 승리를 위해서 당원들과 함께 긴 시간 분투해 오셨던 훌륭한 선배님들께서 일순간 '일자리가 필요한 정치낭인'으로 전락한 날"이라며 "'정치낭인'으로 규정된 그 분들을 여전히 믿고 지지하고 있는 각 지역의 당원들까지도 수치심을 느끼기에 충분했다"고 장 의원을 비판했다.

김민수 전 당협위원장은 "참고로 그분들은 윤 대통령의 당선을 위해 노력하셨고 현재도 윤 대통령의 지지자들이다. 함께했던 동지들을 망설임 없이 '낭인'으로 분류 하는 정치인이 우리당의 어른이라는 사실을 믿고 싶지 않다"며 "정치가 그저 '일자리'인가? 그리고 그 '일자리'를 얻지 못한 정치인은 '낭인'인가? 이미 승리를 만끽하며 아름다운 노을 빛에 취하신듯 하다. '경솔하게 내부의 분란을 조장하는 언행'이야말로 윤석열 정부를 위협하는 내부의 적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불공정, 근본없는 마타도어, 우리 보수가 증오하던 그 어떤 것들이 아니었나. 패스트트랙, 조국(전 법무부 장관) 사퇴 운동 그리고 억울하게 도둑맞은 (2018년) 울산시장 선거…우리는 그때의 울산시장 후보님(김 의원)을 위해 뜨거운 아스팔트에서 함께 싸운 사람들이다. 우리가 그토록 원했던 진정한 '공정'을 위해서"라고 강조했다. 김 의원과 '정치적 동지'라는 입장을 상기 시킨 셈이다.

그러면서 "그때 대한민국이 잃어버렸던 소중한 가치들을 되찾기 위해 투쟁했던 절박함을 벌써 모두 잊으셨나"라며 "후배들이 보고있다. 이번 전당대회를 통해서 선배님들께서 말씀하셨던 보수의 품격이 있는 축제의 장을 보여달라"고 했다. 나아가 "모든 후보님들이 우리당에 없어서는 안될 소중한 분들이기에 우리는 두 눈을 똑바로 뜨고 '과연 누가 사심만 가득차 윤석열 정부와 우리당의 화합, 보수의 가치를 위협하는 늑대인지' 지켜보겠다"고 경고했다.

한편 기존 비윤인사들은 반발 수위를 높였다. 이준석 전 당대표는 페이스북으로 "급발진하는 사람들은 이유가 있다. 전당대회 나올 용기는 없지만 오만, 협잡으로 정치 망가뜨리려는 '사무총장 호소인'을 심판하면 된다"고 말해 '김장연대' 장 의원을 둘러싼 차기 사무총장설을 저격했다. 허은아 의원도 "한 줌 반윤? 정말 대단하시다"며 "세력으로, 힘으로, 권위를 만들고 내세우고 싶다면, 스스로 먼저 반민주주의자임을 당당하게 커밍아웃하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선출직(4인) 최고위원직 도전이 점쳐지는 김용태 전 청년최고위원은 "나 전 의원을 지지하는 것도 아니고 미화할 생각도 없다. 단지 대통령께서 강조하는 자유민주주의의 기본 개념마저 깔아뭉개는 윤핵관들의 행태가 어처구니가 없어 목소리를 낸다"며 "집권여당 일각의 조폭 같은 정치 행태"라고 비판했다.

한기호기자 hkh89@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