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언주, 尹·나경원 갈등 저격 “굳이 ‘해임’ 불명예 필요했나…‘윤핵관당’ 탄생?”

“당에 영입된지 1년여 밖에 안 된 대통령 의중 두고, 20여년 넘게 당서 역할한 정치인한테 이래도 되나”
“당원들은 정말 아무렇지도 않은 건지…나경원 전 의원에 대한 호불호 떠나서 말이다”
“굴러온 돌이 박힌 돌 빼내는 격인데…이런 식이면 결국 ‘윤핵관당’ 탄생하는 것 아닐까”

(왼쪽부터) 윤석열 대통령, 이언주 전 국회의원, 나경원 전 의원. <디지털타임스 DB, 대통령실 제공>

나경원(왼쪽) 전 국회의원과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 <디지털타임스 DB, 연합뉴스>

이언주 전 국회의원이 윤석열 대통령과 대통령실, 그리고 나경원 전 국회의원 간의 갈등 상황에 대해 "나경원 전 의원의 사표를 수리하면 될 일인데 굳이 '해임' 해서 불명예를 줄 필요가 있는가"라며 "국민의힘 지지층 30% 이상이 당대표로 지지한다고 하면 개인적 감정을 넘어 존중해야 하는 것이 정치의 기본원칙"이라고 일침을 놨다.

이언주 전 의원은 15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그것이 당내 누구든 야당 누구든 외국 누구든 정치인들 간의 예우는 그 뒤의 지지자를 의식해서 하는 것이지 그 사람 개인에 대한 게 아니다"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 전 의원은 "나는 국민의힘에 합류한지 불과 몇 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이런 상황을 지켜보자니 너무나 당황스럽다"며 "당에 영입된지 1년여 밖에 되지 않은 대통령의 의중을 두고 20여년 넘게 당에서 역할을 했던 정치인한테 이래도 되는 건지, 그래도 국민의힘 당원들이나 정치인들은 정말 아무렇지도 않은 건지…이해가 안 된다. 나경원 전 의원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서 말이다"라고 현 상황을 짚었다.

이어 "처음엔 국민의힘 내부의 유승민 전 국회의원에 대한 배척도 박근혜 전 대통령 관련 배신자 프레임 때문이라고 이해했다"며 "그런데 생각해 보면 정작 소위 윤핵관들이야말로 당시 탄핵의 선봉에 섰던 분들이니 그것도 이치에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게다가 윤석열 대통령 자신도 국정농단 특검과 문재인 정권의 검찰총장이었다"면서 "그러니 보수니 배신이니 하는 건 이번 전대의 프레임이 될 수 없다"고 했다.

이 전 의원은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빼내는 격인데…이런 식이면 결국 다가오는 총선에서는 수십년 역사의 국민의힘은 온데 간데 없어지고 결국 검찰당이나 윤핵관당이 탄생하는 것 아닐까"라며 "문제는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빼내는 것 자체보다 변화의 방향"이라고 문제의식을 제기했다.

끝으로 그는 "탄핵 이후 무너진 보수의 명예가 회복되는 방향도, 자유와 민주주의가 확대 발전하는 방향도, 공정하고 정의로운 방향도 아니고, 오히려 그간 쌓아온 당의 정치적 자산이나 인적 자산마저 버리는 방향이 된다"면서 "역사의 퇴행으로 총선을 이길 수 있을까. 그게 당을 위하는 길이 아님은 자명해 보인다. 기막힌 건 그게 대통령 자신을 위한 길도 아니라는 점"이라고 거듭 비판했다.

앞서 전날 '윤핵관'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은 나경원 전 의원을 겨냥해 "고독한 척, 외로운 모습을 연출하려는 시나리오는 너무나 통속적인 정치신파극"이라고 맹비난했다.

장 의원은 "'고독한 결단', '탄압받는 나경원' 등 그럴듯한 말들을 페이스북에 올리며, 온갖 언론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으며 사찰로 성당으로 이런저런 정치적 상징성이 있는 지역 일정을 흘리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이어 "그나마 나경원 전 의원을 지지해 준 지지층은 국민의힘 정통 보수 당원들"이라며 "대통령을 기만하고 공직을 두고 대통령과 거래를 하려 했던 나 전 의원의 민낯이 드러난 상황에서 과연 국민의힘 정통 보수 당원들이 계속 지지를 보낼까"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얄팍한 지지율과 일자리가 필요한 정치 낭인들에 둘러싸여 헛발질을 거듭하고 있는 나 전 의원이 느닷없이 민주 투사로 둔갑해 벌일 눈물의 출마 선언을 기대해 본다"고 비꼬아 저격하기도 했다.

한편, 나 전 의원은 지난 14일 새해 첫 순방길에 나선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많은 성과를 내고 건강히 잘 다녀오시길 바란다"고 짤막한 입장을 냈다.

다만 정치권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는 국민의힘 3·8 전당대회 출마 여부에는 여전히 말을 아꼈다. 나 전 의원은 "많은 분의 의견을 경청하고 있고, 더 고민하겠다"고 했다.

권준영기자 kjykjy@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