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탄두 80~90기 보유...장기목표는 300여기" 국방연구원

박희준 2023. 1. 15.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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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는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7형'이 시험발사되고 있다. 김정은은 한국을 명백한 적으로 규정하고 핵무기를 기하급수로 늘릴 것을 지시했다. /미국의 소리방송(VOA)

[더팩트 ㅣ 박희준 기자]북한이 현재 80~90기의 핵탄두를 보유하고 있으며 장기 목표 핵탄두 수량은 300여 기라는 우리나라 국책연구원의 전문가 분석이 나왔다. 북한의 현재 핵무기 보유량 추정은 그동안 나온 민간 전문가나 연구기관 추청치보다 월등히 많은 것이어서 주목된다.

국방부 산하 국방연구원의 박용한 선임연구원과 이상규 현역연구위원은 지난 12일 펴낸 '북한의 핵탄두 수량 추계와 전망'이라는 보고서에서 북한이 장기적으로 최소 100여 기에서 300여 기의 핵탄두 보유를 추진할 것으로 분석했다. 박 연구원 등은 북한이 미국의 핵보복 공격을 피하기 위해 한반도에서만 핵공격을 한다는 가정, 북한이 서울, 수도권과 같이 민간인이 밀집된 도심지 대신 주요 군사기지를 표적으로 전술핵 공격을 시행한다는 가정 등 몇 가지 가정 아래 이러한 추계가 이뤄졌다고 밝혔다.

북한의 핵무기 보유추정. /한국국방연구원

이들은 "북한이 핵공격 대상 규모보다 상당히 많은 핵탄두를 보유할 것으로 전망할 수 있다"면서 "전략적 목적 핵무기(다탄두)와 예비탄의 보유까지 고려하면 소요 규모는 증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두 연구원은 북한이 현재 80~90여 기의 핵탄두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 이들은 북한이 8000kg SWU(농축서비스 단위) 시설을 최대 4개 보유하고 있다는 가정 아래 지난 12년 동안 무기급 고농축우라늄을 최대 2044kg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계산했다.

연구원들의 설명에 따르면 고농축우라늄 2044kg은 우라늄탄만 최대 80여 기 생산할 수 있는 양이다.

박 연구원 등은 또 북한이 약 17~19기의 핵탄두 생산이 가능한 플루토늄 68~78kg를 보유하고 있다면서 지금과 같은 추세가 이어지면 북한의 2030년 핵탄두 보유량은 우라늄탄 136기, 플루토늄 핵탄두 26~30기, 총 166기가 될 것으로 계산했다.

이들은 "166기는 북한의 장기 목표수량으로 추정되는 300여 기에 못 미치는 수준"이라면서 "김정은이 전원회의에서 핵탄두 대량생산을 요구한 만큼 새로운 우라늄농축시설 건설, 기존 농축시설 증설 등을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김정은은 지난해 12월26일부터 31일까지 열린 제8기 제6차 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한국을 '명백한 적'으로 공식화하고 "(핵무기)제2의 사명도 결행하게 될 것이며 제2의 사명은 분명 방어가 아닌 다른 것"이라며 공세적인 핵 사용 의지도 밝혔다. 김정은은 이어 전술핵무기 대량생산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핵탄두 보유량을 기하급수적으로 늘려야 한다고 지시했다.

북한은 2006년 10월부터 2017년 9월까지 6차례 핵실험을 벌여 폭발력을 키웠으며 이후 탄두 소형화에 박차를 가하는 한편, 북한은 대륙간탄도탄(ICBM)인 화성-17형, 구경 600mm 초대형 방사포 등 핵무기 투발 수단을 개발해 배치하는 데 속도를 높이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31일 평양에서 열린 600mm 초대형 방사포 증정식에서 초대형 방사포 로켓 앞에 서 있다. 김정은은 초대형 방사포가 남한 전역을 사정권에 두며 전술핵 탑재가 가능한 공격한 무기라고 위협했다. 이날 증정식에는 초대형 방사포 30문이 줄지어 서 있는 모습이 공개됐다. /뉴시스

김정은은 또 지난해 12월31일 평양에서 열린 '초대형 방사포 증정식' 연설에서 "(600mm 초대형 방사포는) 남조선 전역을 사정원에 두고 전술핵 탑재까지 가능한 공격형 무기"라며 한국을 위협했다.

국방연구원의 북한 핵무기 보유량 추정치는 그동안 나온 민간 연구기관이나 전문가 추정치보다 월등히 많은 것이다.스웨덴 정부 산하 외교정책연구소인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SIPRI)는 지난해 1월 기준으로 북한이 20기의 핵탄두를 보유하고 있고 45~55기의 핵탄두를 생산할 수 있는 핵분열물질을 보유하고 있다고 지난해 6월 발표했다.

일본 나가사키대 핵무기폐기연구센터(RECNA)도 같은해 6월 ‘2022년판 세계의 핵물질 데이터’ 보고서를 통해 북한이 보유한 핵탄두 수량을 40기로 추정했고 미국 핵과학자회(BAS)는 지난해 9월 보고서에서 북한이 핵탄두 20~30기를 보유한 것으로 추정했다.

연구원은 북한이 재래식 탄두와 핵탄두를 섞어 대량 공격할 경우 방공자산 동시교전 능력을 초과할 가능성이 있으며 순항미사일과 탄도미사일, 극초음속 미사일 등 다양한 투발 수단을 혼합해 공격할 경우 북한의 핵공격을 완벽하게 요격한다고 보장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경고하고 한국형 3축체계 역량 강화, 확장억제 신뢰성 제고 등을 제언했다. 연구원은 북한은 '한국을 상대로 핵 버튼을 누르면 치명적인 보복을 절대 피할 수 없다'는 공포에 대한 의심의 여지가 없어야 핵무기 사용을 스스로 회피하는 억제를 강요받는다고 덧붙였다.

jacklondo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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