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학이 쓴 수사 설명서..."난 심부름만"
녹취록마다 요약본·관계도 첨부…곳곳에 주석도
김만배, 정영학 신임한 듯…남욱과는 '삐걱'
2019년부터 이익 다툼 심화…김만배 "너무 지쳐"
[앵커]
뉴스타파를 통해 전문이 공개된 정영학 녹취록엔 대장동 사업을 둘러싼 각종 로비 정황 말고도 각자 이익을 챙기려는 민간업자들의 알력 다툼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정 회계사는 맥락을 알기 어려운 부분마다 직접 설명을 덧대 검찰 수사를 도왔는데, 결국 자신은 시킨 일만 했다고 강조했습니다.
나혜인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정영학 회계사가 검찰에 낸 녹취록 천3백여 쪽은 크게 대장동 개발 특혜를 공모하던 2014년 이전과 이익 배당이 본격화한 2019년 이후로 나뉩니다.
정 회계사는 녹취록마다 요약본과 직접 그린 관계도를 먼저 보여줬고, 군데군데 주석을 달거나 관련 자료를 첨부해 맥락을 설명했습니다.
녹취록을 보면, 정 회계사가 특히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의 신망을 받은 점도 알 수 있습니다.
김 씨는 한때 자기 말이 녹음되는 게 아닌지 의심도 했지만, 사업이 난관에 부딪힐 때마다 정 회계사를 찾았습니다.
정진상 전 정무조정실장과 유동규 전 본부장에게 약속했다는 대장동 개발이익 428억 원을 계산한 것도 정 회계사입니다.
반면 김 씨는 남욱 변호사를 대장동 사업 초기부터 불신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정 회계사는 남 변호사와 위례신도시 사업을 함께했지만, 김 씨에겐 남 변호사를 공격할 수 있는 자료들을 쌓아놨다고 호응했습니다.
민간업자들의 감정싸움은 대장동 이익 배당이 시작된 2019년 이후 본격화했습니다.
유동규 전 본부장은 과거 자신에게 뇌물을 줬던 업자가 자수하겠다고 협박한다는 소식에, 위례신도시 특혜를 줘 먹은 돈이 얼마냐며 격분하기도 했습니다.
역시 공동비용 부담을 두고 업자들과 갈등했던 정 회계사는 재작년 4월 무렵, 경찰이 화천대유의 수상한 자금 흐름을 포착해 내사에 들어갔다는 소식을 듣게 됩니다.
이후 김 씨와의 대책 논의 과정까지 모두 녹음한 정 회계사는 자기 책임을 덜 수 있는 몇 마디 말을 골라 밑줄을 치고, 자신은 시킨 일만 했다고 강조했습니다.
대장동 핵심인물 가운데 유일하게 구속을 피한 정 회계사는 지난해 검찰 수사팀이 재편된 뒤에도 숨기고 있던 추가 증거를 스스로 내며 수사에 협조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YTN 나혜인입니다.
YTN 나혜인 (nahi8@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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