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차 팔때 ‘흑백’ 아니면 후회?…남들보다 손해보는 車색상 [세상만車]
10대 중 8대 이상 무채색
유채색, 중고차 가격 하락
TV는 흑백에서 벗어나 컬러로 넘어온 뒤 HD·풀HD·UHD를 지나 자연색에 가까운 뛰어난 화질을 제공하는 8K 시대에 접어들었다.
도로 풍경을 볼 때만큼은 8K 컬러TV도 흑백TV가 된다. 검은색, 흰색, 회색 등 무채색으로 칠해진 차량들이 도로를 점령해서다.
간혹 빨간색·노란색·파란색 버스나 승합차가 보이고 빨간색 리어램프가 ‘컬러감’을 살려주지만 무채색 차량 때문에 금방 묻혀 버린다.
요즘 나온 차들은 색감이 다양해져 흑백만 대접받는 것은 아니라는 반론도 있다. 그러나 통계를 보면 여전히 무채색이 대세라는 게 나타난다.
사실 무채색 차량은 100년 넘게 인기를 끌고 있다. 1950년대부터 유채색 차량들이 영향력을 키웠지만 여전히 대세는 무채색으로 나왔다.
1900년대 자동차를 보면 철판, 나무, 가죽, 고무 등이 가진 원래 색상이 그대로 차체 컬러를 형성했다.
자동차에 컬러 개념이 도입된 것은 대량생산과 관련 있다. 1913년 헨리 포드는 컨베이어 벨트를 이용한 자동차 대량생산(포디즘)을 도입해 세계 최초 국민차 ‘모델T’를 생산했다.
모델T는 1915년 이전까지는 차체를 검은색으로만 칠했다. ‘멋’보다는 구하기 쉽고 빨리 말라 작업하기도 편했으며 비포장도로에서 타기에도 부담이 없었기 때문이다.
또 도장기술이 발전하지 않은 당시에는 한가지 색만으로 칠해야 시간과 비용을 아낄 수 있었다. 검은색은 차를 대표하는 색상이 됐다.
검은색 모델T은 이후 도전에 직면했다. 경쟁브랜드 쉐보레는 1924년부터 7가지 색상을 구비한 자동차로 검은색에 식상해진 소비자 마음을 사로잡았다. 1930년에는 캐딜락 라살에 투톤 컬러가 처음 도입됐다.
글로벌 자동차회사들도 출신지에 따라 선호하는 색상을 적용하기 시작했다.
기계공학이 발달한 ‘쇠의 나라’ 독일에서 태어난 벤츠, BMW, 아우디는 쇠 색깔인 은색에 공을 들였다. 독일 차량을 대표하는 ‘저먼 실버’가 등장했다.
은색은 차가우면서 에지(edge)를 살려주는 효과도 지녀 고성능 차량에 제격이다. 은빛 화살처럼 질주하는 벤츠 레이싱카를 ‘실버 애로우’라 부르기도 한다.
프랑스 자동차회사들은 냉정하고 평온한 이미지를 지닌 파란색을 레이싱카에 즐겨 사용했다. 이 색상을 ‘프렌치 블루’라고 부르기도 한다.
영국 자동차회사들은 녹색을 선호한다. 재규어는 ‘브리티시 그린’으로 차를 치장한다. 미니(MINI) 클럽맨 그린파크도 브리티시 레이싱 그린 색상으로 레이싱에 대한 영국의 열정을 표현했다.
미국에서는 하얀 바탕에 파란색 줄을 넣은 아메리칸 스트라이프를 포드 머스탱 등에 사용했다. 이탈리아 출신인 페라리는 빨간색 ‘이탈리안 레드’로 정열을 발산했다.
매경닷컴이 14일 글로벌 자동차 보수용 페인트 기업인 엑솔타(AXALTA) 코팅시스템즈에서 입수한 2022년 글로벌 인기색상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다.
엑솔타는 1953년부터 매년 이 보고서를 발표한다. 자동차 색상 분야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데다 신뢰성도 높다고 평가받는다. 자동차 업계가 컬러 정책을 결정할 때도 활용한다.
글로벌 인기색상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흰색 점유율은 34%에 달했다. 전년보다 1%포인트 줄었지만 여전히 대세를 형성했다.
검은색은 21%로 전년보다 2%포인트 증가했다. 회색은 19%로 전년과 같았고, 은색은 8%로 전년보다 1%포인트 감소했다.
무채색을 대표하는 흰색, 검은색, 회색, 은색 4가지 색상의 점유율은 총 82%에 달했다.
대륙별로 살펴봐도 무채색 대세를 파악할 수 있다. 북아메리카에서는 흰색(30%), 회색(20%), 검은색(19%) 순으로 나왔다. 다만 파란색(11%)이 은색(9%)을 이겼다.
유럽에서는 회색(27%), 검은색(22%), 흰색(21%), 파란색(11%), 은색(10%)이 인기를 끌었다. 역시 파란색을 제외하면 모두 무채색이 상위권을 휩쓸었다.
아시아에서는 무채색 대표 4가지 색상이 나란히 1~4위를 기록했다. 흰색(40%), 검은색(21%), 회색(15%), 은색(7%), 파란색(6%) 순이다.
한국은 북아메리카·유럽과 비슷한 경향을 보였다. 흰색(34%), 회색(24%), 검은색(16%), 파란색(9%), 은색(4%) 순으로 인기를 끌었다. 파란색이 선전했지만 무채색 대세에 그 의미가 퇴색됐다.
자동차는 한번 사면 5년 이상 타기 때문에 개성을 표현한 화려한 유채색보다는 쉽게 질리지 않은 ‘무난한 무채색’을 고르는 경향을 보인다.
자동차 브랜드가 잘 팔리고 생산·관리도 쉬운 무채색 색상 위주로 외장 컬러를 선택하도록 암묵적으로 강요한 게 영향을 줬다는 주장도 있다.
무채색이지만 색상별로 ‘색다른’ 매력도 지닌 것도 무채색이 장수하는 이유로 꼽힌다.
흰색은 예전에는 냉장고나 화장실 타일 등과 연결됐다. 애플이 흰색을 제품에 많이 사용한 뒤에는 훨씬 가치 있는 색상으로 인정받고 있다.
은색이나 회색은 튀지 않고 차분한 느낌을 준다. 외관 디자인도 돋보이게 만든다. 까다로워진 소비자 눈길을 사로잡기 위해 디자인이 다채로워진 요즘 트렌드에 어울린다.
검은색은 안정감, 강직함, 무게감, 중후함 등의 이미지를 지녔다. 예나지금이나 대형차 구매자들이 선호하는 색상이다.
무채색의 ‘다채로운’ 진화도 대세를 연장시키고 있다. 유채색이나 펄 등을 결합해 비슷하면서도 다른 색상으로 변신한다.
검은색, 흰색, 회색 등으로 뭉뚱그려 표현하지만 저마다 다른 색감을 지닌다. 희다고 모두 흰 것은 아니고, 검다고 모두 검은 것은 아니다.
벤츠 E클래스, BMW 5시리즈, 아우디 A6, 벤츠 S클래스 등 인기 수입 중고차도 무채색이 대세다.
중고차 특성도 무채색 선호도에 영향을 줬다. 중고차는 불특정 다수에게 판매하는 상품이다. 무난해야 잘 팔린다는 뜻이다.
튀는 유채색으로 칠해진 중고차는 ‘하자’ 상품으로 여겨진다. 대표적인 하자 중고차는 빨간색, 노란색, 녹색 등 유채색으로 칠해진 중·대형차다. 수요가 많지 않아 5% 정도 싼값에 팔리기도 한다.
겨울철 비수기에는 장기 재고가 될 가능성이 높아 가격이 더 많이 감가된다. 잇단 금리 인상으로 신차는 물론 중고차도 팔리지 않는 시기에는 가치가 더 폭락할 수 있다.
반면 흰색, 회색, 검은색 등 무난한 무채색으로 칠해진 차는 상대적으로 좋은 값에 판매된다.
국내 최대 규모 자동차 유통 플랫폼인 엔카닷컴 조사에서도 현대차 LF 쏘나타의 경우 흰색 차량이 하늘색 차량보다 355만원, 담녹색 차량보다 75만원 시세가 높게 나오기도 했다.
깜찍한 이미지나 개성을 표현하기 위해 유채색을 선택하는 소비자들이 다른 차종보다는 상대적으로 많은 편이다. 무채색 차량과 가격 차이도 적거나 없는 편이다.
SUV도 세단보다는 무채색과 유채색의 중고차 가격 차이가 예전보다는 크지 않은 편이다. SUV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공급보다 수요가 많아져 색상은 고려 대상에서 밀려났기 때문이다.
단, 요즘처럼 중고차 불황기에는 판매에 유리한 무채색 차량의 가치가 좀 더 높게 매겨질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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