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끼 식사비 2천600만원? 보우소나루 재임 중 카드내역 논란

하루에 주유소에만 1천700만원 긁어…제과점 1천300만원·아이스크림 240만원 등
재직시 카드내역 '100년간 비공개' 했으나 룰라 정부가 공개

(서울=연합뉴스) 임화섭 기자 = 선거에서 지고 작년 말 물러난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브라질 대통령이 임기 중 사용한 업무용 신용카드 내역에 석연치 않은 부분이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AFP통신과 영국 일간 더타임스 등이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AFP에 따르면 보우소나루가 2019년 초부터 4년간 대통령으로 재직하면서 사용한 업무용 카드에는 2천760만 헤알(원화 약 67억원)이 청구됐다. 브라질 정부는 지난 6일 웹사이트에 관련 자료를 공개했다.

보우소나루는 전임자들과 달리 재직 중 업무용 카드의 사용내역을 공개하지 않았고, 작년 8월에는 사용내역을 100년간 비공개로 한다는 명령까지 내렸다.

그러나 지난 1일 취임한 루이스 이냐시오 룰라 다시우바 대통령이 이 같은 비공개 조치를 해제하면서 보우소나루의 재임 당시 카드 사용내역이 드러났다.

보우소나루는 "(개인 비용을 업무용 카드로) 단 한 푼도 청구한 적이 없다"고 여러 차례 주장했으나, 그는 재직 마지막 해를 제외하고 매년 휴가 기간에 업무용 카드를 사용했으며 이로 인해 2억9천100만원이 청구된 것으로 나타났다.

더타임스에 따르면 이 업무용 카드는 보우소나루와 보좌진 21명이 함께 이용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이 카드는 원래 출장 비용 지불이나 소규모 혹은 긴급 구매에 쓰도록 되어 있었으나, 사냥, 낚시, 스포츠기구 구매, 침대시트 등 침구 구매에도 사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AFP가 전한 브라질 매체들의 보도에 따르면 보우소나루는 하루 만에 제과점 한 곳에서 1천320만원을, 주유소 한 곳에서 1천700만원을 쓴 것으로 돼 있어 의혹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또 아이스크림 구입에 240만원을 썼다고 돼 있는 점도 논란이 됐다.

브라질 글로부그룹의 뉴스포털 G1에 따르면 보우소나루는 브라질 북부 로라이마 주의 보아비스타 시에 있는 조그만 음식점에서 2021년 10월 26일에 2천600만원을 쓴 것으로 돼 있다.

이 음식점 주인은 G1 인터뷰에서 도시락 659인분과 샌드위치 등 간식 세트 2천964개 등 총 3천624인분의 식사와 음료를 주문받아 인근 군부대에 배달했으며 항목별 내역이 포함된 견적서도 발행했다고 해명했다.

다만 브라질 매체들 중 일부는 음식점 규모로 보아 과연 그 정도의 대량 주문이 실제로 가능했을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 지지자들은 그가 쓴 업무용 카드 청구액이 현 대통령인 룰라가 첫 임기인 2003∼2006년에 쓴 것의 절반밖에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룰라 지지자들은 룰라의 업무용 카드 사용 내역 대부분이 해외 출장 숙박비라고 반박했다.

보우소나루는 작년 10월 대통령선거에서 패배해 재선에 실패한 뒤, 룰라의 취임식 직전에 브라질을 떠나 미국 플로리다로 가 체류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대선 패배를 공식으로 시인한 적은 없다.

그는 13일 내려진 브라질 대법원 결정에 따라 수도 브라질리아에서 지난 8일 발생한 대선 불복 폭동 등 불법행위를 선동한 혐의로 연방검찰의 수사 대상에 올랐다.

limhwaso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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