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간절함이 생겼다” 권순우, ATP 투어 두 번째 우승...한국인 최초
기회 놓치지 않고 정상에 올라
치열하게 준비하며 기다리다 다가온 ‘별의 순간’을 잡았다.
‘러키 루저’ 권순우(26·당진시청·세계 84위)가 한국 선수로는 최초로 남자 프로테니스(ATP) 투어 통산 2회 우승을 이뤄냈다.
권순우는 14일 호주 애들레이드에서 열린 ATP 투어 애들레이드 인터내셔널 2차 대회 결승전에서 2시간 42분 혈투 끝에 로베르토 바우티스타 아구트(35·스페인·26위)를 세트스코어 2대1(6-4 3-6 7-6<7-4>)로 꺾고 정상에 올랐다. 그는 서브에이스(11-5)에서 아구트에 앞서며 첫 서브 성공 시 높은 확률(79%-75%)로 점수를 따냈고, 두 번째 서브(53%-46%)에선 안정적으로 포인트를 지켜냈다.
이로써 권순우는 2021년 9월 ATP 투어 아스타나 오픈에서 첫 우승을 맛본데 이어 개인 통산 두 번째 투어 우승을 달성했다. 그는 2003년 1월 아디다스 인터내셔널에서 한 차례 우승한 이형택(47) 오리온 테니스단 감독을 제치고 한국인 ATP 투어 최다 우승 기록을 보유하게 됐다.
권순우의 우승 과정은 극적이었다. 그가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릴 수 있었던 배경엔 행운과 실력이 모두 있었다.
시즌 첫 메이저 대회인 호주오픈 전초전 성격을 갖는 이 대회에서 권순우는 당초 예선 2회전 때 토마스 마하치(23·체코·115위)에게 1대2(5-7 6-3 3-6)로 무릎을 꿇으며 일찍 짐을 싸는 듯했다. 그보다 랭킹이 낮은 선수에게 덜미를 잡히는 등 아쉬움을 삼켜야 했다.
하지만 본선 불참자가 나오면서 권순우는 ‘러키 루저(Lucky Loser)’로 이에 합류하는 행운을 누렸고, 한 번 다가온 기회를 결코 놓치지 않았다.
권순우는 32강전에서 다시 만난 마하치를 상대로 2대0(6-4 6-4) 설욕전을 펼쳤고, 16강전에선 대회 2번 시드인 파블로 카레뇨 부스타(32·스페인·15위)에 2대1(3-6 6-4 6-4) 역전승을 거뒀다. 8강전에선 미카엘 이메르(25·스웨덴·77위)를 2대0(6-1 6-2)으로 완파했다.
이후 13일 열린 4강전에선 2시간 45분 맞대결 끝에 잭 드레이퍼(22·영국·40위)를 2대1(7-6<8-6> 6-7<2-7> 6-3)로 눌렀다.
권순우는 연이어 3시간 가까운 접전을 펼치면서도 지치지 않는 강철 체력을 과시했다. 권순우는 “선수들을 연파하면서 자신감이 생겼다. 결승에선 모든 걸 쏟아부었다”면서 “러키 루저로 올라와서 부담이 없었는데, 갈수록 간절함이 생겼다”고 말했다. 이어 “결승인만큼 끝까지 포기하지 않으려 했다. 그러다보니 결과가 좋았다”고 기뻐했다.
권순우는 2018년 4월 ATP 투어 헝가리 오픈에서 러키 루저로 우승을 거머쥔 마르코 세치나토(31·이탈리아·93위) 이후 약 5년 만에 러키 루저 우승자가 되는 기염을 토했다. 이번 우승으로 권순우의 세계 랭킹도 개인 최고인 52위까지 오를 전망이다.
기분 좋게 새해를 시작한 권순우는 오는 16일부터 호주오픈에 나선다. 호주오픈 본선에 출격하는 한국 선수는 그가 유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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