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구제 개편, 이번엔 ‘민의반영’ 제대로?
[주간경향] “어제 오후 늦게 발의한 법안입니다. 아마 아직 의안정보시스템에는 안 나올 겁니다. 의안과에 제출하면 하루 정도 걸려요.” 지난 1월 12일 아침, 김종민 의원실에서 온 연락이다. 이제 막 나온 따끈따끈한 법안 파일과 함께. 권역별 비례대표제-중복출마제라고 이름을 붙인 법안이다. 정식명칭은 ‘공직선거법 일부개정안’이다.
국회의원이 발의한 개정법률안엔 보통 개정을 제안하는 취지 및 주요 내용을 서두에 소개한다. 김 의원이 낸 개정법률안은 현행 21대 국회의원 선거에 적용됐던 ‘준연동형 비례제’ 선거제도의 문제점을 우선 거론하고 있다. “…당초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채택한 것은 선거의 비례성을 강화하고자 함이었으나, 비례대표 국회의원 의석이 47석에 불과한 한계 속에서 지역구 국회의원 선거에는 후보자를 추천하지 않고 비례대표 국회의원 선거에만 후보자를 추천하는 이른바 ‘위성정당’의 등장으로 제도도입 취지를 달성하기 어렵다는 비판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더불어시민당·미래통합당. 지난 21대 총선 때 만들어진 비례위성정당이다. 더불어시민당은 2020년 3월 8일 창당해 그해 5월 18일 더불어민주당에 흡수·해산됐다. 국민의힘 위성정당인 미래통합당은 더불어시민당보다 한 달 앞선 2월 5일 창당해 5월 29일에 해산됐다. 각기 선거 시기에 반짝 2개월, 3개월만 존속한 정당으로 대한민국 정당사에 이름을 남겼다. 그나마 소수정당과 시민사회의 비례연합당의 성격을 가진 더불어시민당의 경우 원외정당이었던 기본소득당(용혜인), 시대전환(조정훈)에게 각 1석씩을 나눠준 셈이었지만, 미래통합당은 고스란히 국민의힘 비례의원으로 갈아타면서 본질은 ‘법의 허점을 이용해 거대 기득권 양당의 갈라먹기를 위한 꼼수 창당’이라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웠다.
위성정당 꼼수로 막 내린 직전 개편안
김 의원 등이 발의한 법안이 내놓은 위성정당 방지책은 병립형 비례대표제다.
병립형 비례대표제란 유권자 입장에서 볼 때 지역구 한 표, 정당투표에 한 표 이렇게 두 표를 행사하는데 지역구와 구분해 정당투표를 통해 산출된 정당득표율은 비례대표 선출에만 적용한다는 점에서 지역구 선거와 무관하게 전체의석이 정당득표율에 따라 배분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와 구분된다. 그런데 김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병립형 비례대표제에서 끝나지 않는다. 지역구와 비례의원을 각 150명을 똑같게 하는 한편, 종전 전국 단일권역에서 서울-2개, 경기도-4개, 인천, 부산, 울산·경남, 강원도, 충북, 전북, 광주·전남·제주, 대전·세종·충남, 대구·경북의 15개 광역권으로 구분해 권역별 비례국회의원을 권역당 10명 안팎으로 당선인을 결정하도록 하는 권역별 비례대표제다. 즉 150명의 지역구 의원과 15개 권역×10=150명의 비례대표를 뽑도록 하자는 안이다. 이렇게 되면 현행 국회의원 선거와 상당히 판이해진다. 현재는 253개 지역구에 47석이 비례다. 당장 253개 지역구를 150개로 줄여야 한다. 당장 현역의원들의 반발이 나오지 않을까.
김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은 김 의원을 포함, 12인의 국회의원이 공동발의한 것으로 돼 있다. 소속을 보면 무소속 양정숙·민형배 의원을 제외하면 모두 민주당이다. 그동안 발의된 선거구 개편 관련 발의 법안들은 어떨까.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서 윤석열 정부 출범(5월 10일) 이후 발의된 ‘공직선거법 일부 개정 법률안’은 모두 99건이다. 그러나 이 모든 일부개정안이 선거구 개편을 담은 것은 아니다. 선거 비용이나 선거운동, 여론조사 금지기간 등 다른 쟁점을 담은 개정안이 대다수다.
전수 조사를 해보니 1월 12일 발의된 김종민 의원안을 포함해 선거구 개편을 담은 공직선거법 개정안은 모두 10건이다. 9월 1일 제출된 개방형 비례대표제(전국 6개 권역으로 나눠 비례선거를 실시) 안을 담은 김두관 의원안을 필두로 전국과 권역을 단위로 각각 선거해 지역구 127명, 권역별 비례를 127명, 전국비례대표를 46명 선출하는 이상민 의원안(10월 1일 발의), 지역구 220석 비례 110석으로 지역과 비례 비율을 2:1로 상향하는 안을 담은 김영배안(11월 18일), 행정구역·생활 권역 중심 대선거구제와 연동형 비례대표제 개선책을 담은 이탄희안(11월 30일) 등이다. 발의된 안을 보면 한 가지 특징이 있다. 올해 1월 9일 국회에 제출한 국회의원 정수를 360명으로 확대하고 지역구 국회의원을 240명, 120명을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뽑는 정의당 이은주안을 제외하고 남은 9개 선거제 개편안 모두 대표발의자가 민주당 의원이다. 공동발의한 국회의원 명단을 살펴봐도 마찬가지다. 발의된 선거제 개편법 발의에 참여한 여권 국민의힘 의원은 이상민 안에 참여한 이명수·이용호 의원뿐이다. 나머지 법들은 모두 민주당 의원 다수와 정의당, 시대전환, 기본소득당이 각각 따로 따로 홀로 참여하는 형식이다. 뭔가 기시감이 드는 상황이다.
국민의힘발 선거제도개혁안은 ‘0’
21대 총선을 1년 앞둔 2019년으로 돌아가 보자. 당시 선거구제 개편 논의 테이블에서 여당이었던 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야 3당(바른미래당·정의당·대안신당)은 협상 끝에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선거안을 확정했다. 당초 안은 지역구를 225석으로, 비례를 75석으로 조정하고 석폐율제를 도입하는 안이었다. 현 여당인 국민의힘 전신인 자유한국당은 이 논의에 참여하지 않았다. 대신 자체안으로 국회의원 정수 10% 감축, 비례대표제 폐지를 담은 안을 내놓았다. 민주당 등 4개 정당 합의안과 자유한국당 안은 접점이 없었고, 자유한국당의 반발 속에 선거법 개정안은 통과됐다. 협의 과정에서 지역구는 종전과 별 차이 없는 253개가 됐고, 비례는 준연동형으로 바뀌어 47석으로 축소됐다. 선거법 개정안에 비판적인 자유한국당은 개정안의 허점을 노려 위성정당을 만들었다. ‘무방비로 자유한국당에 다 내줄 수 없기 때문’이라는 논리로 민주당도 당원투표를 거쳐 위성정당을 만들었다. 결국 애초의 법 취지는 실종됐다. 이 논란의 상황은 앞으로도 재연될까. 21대 총선 1년 전 상황과 근본적으로 달라진 점이 있다. 여야의 위치가 달라졌다.
여기에 새로운 변수가 등장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언급이다. 윤 대통령은 조선일보와 신년 인터뷰에서 “중대선거구제를 통해 대표성이 좀더 강화되는 방안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라며 “지역 특성에 따라 2명, 3명, 4명을 선출하는 방법도 고려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선거구제 개편과 관련한 의견은 대선과정에서도 밝혔지만 취임 후 입장을 밝힌 것은 처음이다. 윤 대통령의 언급뒤 표면적으로 논의는 급물살을 타고 있다. 여론조사 결과도 나왔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1월 9일부터 11일까지 성인남녀 100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중대선거구제에 반대한다는 답변이 50%로 찬성한다는 비율 37%를 압도했다. 잘 모르겠다나 무응답을 한 경우도 13%에 달했다.(휴대폰 가상번호 활용방식, 응답률 12.3%,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윤 대통령이 제안한 중대선거구제에 대해서 여론은 대체적으로 부정적인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우리의 선거제도를 보면 중대선거구제를 안 했던 것은 아니다. 과거 한국 정치를 규정하는 말 중 여촌야도(與村野都)라는 말을 기억할 것이다. 즉 시골은 여당을 뽑고 도시는 야당을 뽑는다는 말인데 과거 정당성이 부족한 군사독재정권이 도입한 방식이다. 여당 성향이니 시골에서는 2석을 싹쓸이하고 도시에서는 불리하니 2등이라도 당선돼 다수당이 되기 위해 내놓은 꼼수다. 지금 나온 이야기도 비슷한 취지라고 본다.” 1월 11일 통화한 문우진 아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의 말이다. 그는 선거제도로 박사학위를 받은 전공자다. “지금 여당 쪽에서 추진하는 안은 2~6인을 뽑는 중대선거구제인 것 같은데 학계에서 중대선거구제는 장점은 거의 없고 단점만 많은 체제로 이야기되고 있다.” 그는 현재 제출돼 있는 야당 의원안들도 기존안을 수정해 보완하는 형식을 가지고 있지만, 막상 뜯어보면 상충되는 내용을 담고 있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말 그대로 엉터리다. 모 의원 안의 경우 자력 당선기준을 5%에 그것도 부분개방형 명부를 사용했는데 결국 현직 의원들이 재당선되기 위해 만든 안으로 보인다. 준연동형 비례제를 제시하고 있는 다른 의원의 안은 연동형 의석을 얻기 위해서는 최소 연동형 의석수가 1을 넘어야 하는데 대부분 지역에서 1을 넘지 못한다. 법안에 따라 군소정당이 5%를 얻은 정당이 최소한 1석이라도 얻기 위해서는 40명 이상의 의원정수를 가져야 하는데 서울 경기를 제외한 지역에서 의원정수 40인에 못 미치는 정당은 5%를 넘더라도 1석도 못 얻는다. 법안 취지가 군소정당 유입을 촉진한다고 하는데 결국 그 취지를 달성하지 못하는 결과를 불러온다.”
국회에 여러 의원이 내놓은 선거제도개편안 역시 21대 당시 준연동형 비례제처럼 실제 작동과정에서는 허점이 숭숭 뚫릴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깊은 고민이나 숙의 없이 막 던진’ 안에 가깝다는 것이 문 교수의 평가다.
발의된 의안, “막 던진 엉터리 많다”
의아스러운 대목은 올해 초 윤 대통령이 ‘중대선거구제’라는 화두를 던졌지만, 여당 내 그를 뒷받침하는 움직임은 아직 포착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적어도 앞서 의안시스템을 살펴보면 윤 대통령 취임 후 아직 윤 대통령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국민의힘 발 의안은 없다. 그러다 보니 여러 말이 나온다. 김성순 시사평론가는 “기획이 성공하든 실패하든 민심을 흔들 수밖에 없는 테마인 것은 사실”이라며 “분명 윤석열 대통령 혼자만의 의견이 아닌 주변 참모가 개입된 기획으로 본다”고 말했다.
“흔히 선거 전문가라는 사람들은 진보 21%, 보수 21%, 부동층 40%로 간주하고 누가 선거 시기 부동층 40을 먹을 것이냐를 두고 승패가 갈라진다는 식으로 분석하는데 정치는 공학적으로 판단해 수학적으로 평가할 대상이 아니다. 오히려 국민은 지금 양쪽 진영 모두에 악감정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내년 총선에서 막상 뚜껑을 열고 보면 공학적으로 판단했을 때와 달리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그는 선거구 개편 논의가 결국 기득권 양당의 정치 기득권층도 외면하는 결과를 초래하지 않겠느냐는 질의에 대해 이렇게 반문했다. “지금 상황은 중대선거구제가 안 되면 오히려 그게 더 기득권을 박살낼 수도 있다. 중대선거구제 하면 그래도 기득권의 절반은 지켜낼 수 있는 것은 아닌가.” 그럴까.
김능구 폴리뉴스 대표는 “어쨌든 취임 후 지난 6~7개월을 거의 아무런 아젠더 제시를 못했던 윤 대통령이 노동‧교육‧연금 3대개혁에 이어 정치개혁 아젠더를 던진 것 자체는 누가 봐도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밖에 없고, 대통령이 던진 아젠더를 바탕으로 국회 논의가 이뤄지는 것 역시 바람직하다고 볼 수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의 중대선거구제 발언 이후 여권 지도부 내 흐르는 미묘한 기류를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이른바 ‘관저정치’를 하면서 여당 대표, 원내대표, 비대위원장과 소통을 많이 했다고 하는데 중대선거구제에 관해서는 말이 다르다. 주호영 원내대표나 정진석 비대위원장도 신중 모드다. 말은 하지 않지만 자신들이 보기에 ‘이번엔 논의는 할 수 있지만 당장 내년 선거에 적용할 것은 아니지 않냐’ 정도로 정리하는 것 같다. 지금 상황을 보면 대통령 관저정치 관련 인사 중에서 선거구제 개편을 가지고 김진표 국회의장만 열심히 뛰고 있다. 국회의장이야 개헌이나 선거구제 개편 합의를 이끌어내면 자기 성과가 되니까.”
김 대표에 따르면 중대선거구제는 1997년 정권교체 이후 모든 역대 대통령이 욕심냈던 의제다.
“DJ가 대통령이 된 후 2000년 선거를 앞두고 진짜로 중대선거구제를 하려고 했다. (신한국당 출신의) 서석재가 합류하면서 오더를 받았는데 실제 당시 내부적으로 시뮬레이션을 해보면 부산에서 민주당은 중대선거구제 아니면 당선이 어렵다는 결과가 나왔다. 선거구를 키워 네 명을 뽑아야 겨우 꼴찌로 된다는 내용이었다. 문제는 그렇게 되면 시골은 초토화된다는 사실이다. 당시 DJ발 중대선거구제 개편안은 호남 국회의원들의 결사반대 속에 바깥으로 꺼내보지도 못하고 접었다.”
김 대표가 보기에 그 상황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결정적으로 지역 기득권을 가진 현역의원의 반대 때문에 개편이 이뤄지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대놓고 해야 한다고 해도 될까 말까 하는 판에 (기득권 유지에) 여야의 이해관계가 일치한다. 윤석열 대통령도 꼭 해야 한다기보다 일종의 개혁군주처럼 ‘나는 (전임 대통령인) 문재인이 손도 못 댄 노동·연금·교육 개혁도 하고 정치개혁도 한다’는 걸 과시하려는 제스처쯤으로 생각하는 듯하다. 말하자면 나는 했다는 애드벌룬, 알리바이인 거다. 문재인 정부 때는 정부발 개헌안과 선거제 개편안을 제출이라도 했는데 이 정부는 제출도 못하고 끝날 것 같다. 내가 읽는 여의도 기상도는 그렇다.”
대통령발 ‘중대선거구제’ 화두 시효는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 연구소 교수는 “윤 대통령도 쉽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 자신에게 유리한 논의구조를 만들려고 하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40%대 지지를 받고도 7석을 받은 소선구제를 바꾸면 큰 선거구에서는 최소 2명 이상 될 수 있으니 영남에서 몇 석을 내주더라도 호남·수도권에서 친윤 기반의 후보를 만들 수 있다는 판단이 섰기 때문일 것”이라는 설명이다.
“선거제에 대한 문제 제기가 결국 여야 내부분열로 이어져 새로운 정계개편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있던데 그럴 가능성도 있다. 예를 들어 대선거구에 한 당에서 다섯 명의 후보가 출마하는 방식으로 개편이 이뤄진다면 결국 파벌로 나뉘어 박 터지게 싸울 수밖에 없다. 공천을 못 받은 쪽은 탈당할 것이고. 현 친윤계열이 기존 구 국민의힘 계열을 솎아내기 위해 중대선거구 개편에 드라이브를 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여러 선거제도 개편안이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결국 현역의원들의 반대 때문에 개편은 지난 21대를 앞두고 위성정당 논란을 빚었던 대목을 수정·보완하는 수준에서 그치고 말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정말 의지가 있다면 선거를 앞두고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총선 직후 곧바로 정개특위를 열어 논의해 국회 전반기 때 입법화하는 것이 이상적이고 합리적이다. 선거 앞두고 소선거구제로 당선돼 기득권을 가지고 있는 정치권력이 흔들리는 걸 좋아하는 의원이 누가 있겠나.”
박신용철 더 체인지 플랜 선임연구위원의 말이다. 윤 대통령도 그걸 모르지는 않는데 어쨌든 판을 흔들려는 의도가 다분하다는 것이 그의 평가다.
“선거구제 개편이 선거 1년 전, 그러니까 올해 4월 10일 전에 마무리돼야 한다는 규정은 있지만, 사문화된 지 오래다. 선거구 획정은 선거일 직전까지 끊임없이 미뤄진다. 왜? 지역구 의원들에게는 사활이 달린 문제이니까. 지난 21대를 앞두고 애초 220석이 253석으로 변경된 것도 그 기득권 지역의원의 벽을 넘지 못해서다.”
그의 지적에 따르면 선거제 개편의 키를 쥐고 있는 것은 원내다수당인 민주당이다.
“설혹 정개특위에서 합의되더라도 본회의 투표를 거쳐야 한다. 반란표를 무시할 수 없다. 어느 정당이나 갈수록 당의 명운을 가르는 데가 수도권인데, 서울은 정치신인이 들어가기 어렵고 결국 인천·경기의 승패를 두고 싸운다. 민주당 내에서도 의원들이 어떤 입장을 가질까. 내가 보기엔 초선의원들이 아무리 진보적 의식을 가진 사람이라도 정치인이 된 이상 다음 총선 때 내 기득권을 내려놓겠다, 하는 대승적 결단을 내리긴 쉽지 않을 것이다.”
기존 정치권 선거구제 개편 논의에 갑자기 추가된 윤 대통령발 ‘중대선거구제’에 대한 정치권 주변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지난해 10월 690개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해 발족한 2024정치개혁공동행동의 김찬휘 공동대표는 “윤 대통령이 거론한 중대선거구제와 관련해서는 아직 참여단체들 사이에서도 공통된 입장을 정리하지 못한 상황”이라며 “다만 과거 현 국민의힘 측이 주장해온 선거제도개편안(비례제 폐지)에 비춰보면 만약 중대선거구제를 한다면 비례성을 갖춘 중대선거구제가 돼야 한다는 원칙은 공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장수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은 “선거제도 개편 논의에서 유의해야 하는 점은 제도 간 장단점은 있을 수 있지만, 어느 제도가 다른 제도에 비해 선진적이다는 식으로 가치판단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견임을 전제로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선거는 개인적으로 단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선거제도가 복잡하면 공천할 때도 헷갈린다. 예컨대 일본에서는 한 지역구에서 세 명을 뽑는다. 후보를 두 명 낼까 한 명 낼까를 두고 치열한 전략게임으로 간다. 이걸 받아들일 수 있을까. 지난 수십년간 우리나라 유권자들에게 익숙한 선거제도는 어찌 됐든 한 표차로 승부를 내는 시스템이었다. 대통령의 문제의식은 충분히 중요하다. 정치적 양극화를 해결하기 위해 제기했다고 본다. 그 취지를 달성하려면 앞으로 논의과정을 통해 많은 보완이 필요하다.”
지역구 기득권을 가진 의원들이 선거구 개편에 쉽게 나서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과 관련 1월 12일 개편안을 낸 김종민 의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현상유지를 생각하는 다수에 의해서 역사가 움직인 적이 없고 결국 현상을 타파하려는 소수에 의해 움직일 것”이라며 “결국 명분 없는 다수와 명분 있는 소수라는 역관계에 달려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관건은 그 소수가 얼마나 결집돼 있고 강력하게 밀고 나가느냐에 달려 있다고 본다”라고 덧붙였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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