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면 해리 왕자한테 남는 게 뭔가”...정치인에게 자서전이란 [추적자 추기자]

추동훈 기자(chu.donghun@mk.co.kr) 2023. 1. 14.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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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왕자 자서전 첫날 143만 대박
오바마, 1500만부 베스트셀러 저자
정치수단으로 쓰이는 자서전 정치
대한민국 전 대통령 7명도 출간
인지도 올라가지만 자칫 반감도
해리 왕자 자서전 ‘스페어’
영국 왕위서열 5위 해리 왕자가 쓴 자서전 ‘스페어’가 출간 하루 만에 전 세계에서 143만부가 판매되며 화제를 모았습니다. 이는 해당 출판사가 출간한 비소설 부문 서적의 첫날 판매량 중 최고 기록입니다. 출간전부터 영국 왕실에 대한 폭로에 대한 내용이 언론을 통해 노출되며 관심도가 높아진 가운데 초판으로 내놓은 200만부는 금세 팔릴 것으로 보입니다.

정치인의 자서전 출간은 항상 대중의 관심을 끄는 요긴한 정치행위입니다. 선거에 앞서 자신을 홍보하는 대표적인 수단이기도 합니다. 또는 정치 활동이나 직을 마친 뒤 소회를 푸는 백서적인 성격도 띕니다. 또한 자신을 지지하는 지지자들과 소통하는 하나의 가교이기도 합니다. 추후 잊힌 정치인들이 다시금 존재감을 알리기 위한 마중물이기도 하구요.

많은 정치인들이 주요 선거에 앞서 자서전 출간을 통해 자기 홍보 수단으로 사용합니다. 출판 기념회라는 행사로 후원금을 모금하기도 하고 이로 인해 불법적인 정치행위로 정치생명을 끊기도 합니다. 또한 선거가 끝나거나 어떤 직을 마친 뒤 하나의 소회를 담는 수단으로 자서전이 활용됩니다. 예를 들어 대통령과 같이 한 나라를 통치한 뒤 대부분의 정치인은 회고록의 형식으로 책을 내놓아 못다 한 이야기를 담기도 합니다.

오바마 자서전 ‘약속된 땅’
미국의 첫 흑인 대통령 버락 오바마의 회고록 퇴임후 자서전 ‘약속의 땅’은 출간일에 89만부가 팔려 당시에도 첫날 판매량 신기록을 세운바 있습니다. 이 책은 오바마의 초기 정치 인생과 대선운동, 오사마 빈 라덴 사살 등 각종 비화가 상세히 담겨 화제를 모았습니다. 특히 오사마 빈 라덴 사살 작전과 같은 비밀에 쌓여졌던 작전에 대한 내막은 대중의 흥미를 확실히 끕니다. 사실 오바마의 책은 나올 때마다 베스트셀러가 됐습니다. 2006년 대선후보 전에 내놓은 ‘내 아버지로부터의 꿈’은 총 330만부가 팔렸고 2008년 내놓은 대표작 ‘담대한 희망’은 420만부가 팔려 가장 많은 판매량을 기록한 책입니다. 해당 책들은 대선후보 오바마의 삶과 가치관 등을 잘 담아낸 책으로 오바마의 존재감을 크게 드높이고 알린 책으로 유명합니다. 오바마는 미셸 오바마와 함께 2018년 펴낸 자서전 ‘비커밍’ 역시 첫날에만 72만5000부가 팔리며 누적 판매량만 1000만부가 넘는 베스트 셀러 작가입니다.

미국 역사상 최고의 괴짜 대통령으로도 이름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책 이야기도 재미있습니다. 부동산 사업가로 이름을 널리 알린 트럼프는 사업가 시절이던 1987년 자서전 ‘거래의 기술’을 내놓았습니다. 저 역시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읽어봤는데 이 책은 이민자 가정의 도널드 트럼프가 어떻게 청년 사업가로 승승장구하고 비즈니스를 어떻게 성공시켰고 실패했는지 세세히 담겨있습니다. 이 책은 출간 30여년이 지난 2016년 , 도널드 트럼프가 깜짝 당선되며 역주행에 성공해 판매량이 10배 이상 늘어나기도 했습니다. 당시 승부사 트럼프의 철학과 사업가적 면모가 적나라하게 담겨 있어 시장에 큰 반향을 일으킨 바 있습니다.

현재 미국 대통령인 조 바이든 역시 ‘조 바이든, 지켜야 할 약속’이란 유일한 자서전이 있습니다. 50년간 정치생활을 하며 부통령을 지냈고 결국 다시 돌아 대통령이 되기 까지 인간 조 바이든의 철학과 가치관이 담긴 유일한 책으로 화제를 모았지만 오히려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반감으로 인해 인기는 상대적으로 적은 것으로 유명합니다.

대한민국의 역대 대통령들도 다양한 방식으로 자서전이 나왔습니다. 대한민국 민주주의 그 자체인 김영삼(YS)·김대중(DJ) 전 대통령은 조금 다른 형태로 회고록이 나왔습니다. YS의 경우 퇴임 2년여만에 1100페이지 분량의 회고록을 낸 바 있습니다. 애초 출판사는 초판으로 30질 가량을 준비했는데 예상보다 반향이 적어 어려움을 겪었다고 합니다. IMF로 인한 경기불황과 이에 대한 대중적 반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YS 서거후 1000질 한정으로 새롭게 출시된 해당 회고록은 금방 완판되며 명예를 회복했다는 평가입니다. DJ의 경우 사후에 출간됐습니다. 구술 인터뷰를 정리한 형식으로 출간된 해당 자서전은 서거 1주기를 앞두고 출간됐습니다. 초판 2만 질은 금방 소진됐습니다.

노무현 회고록 ‘성공과 좌절’
가장 많이 판매된 대통령 회고록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자서전 ‘성공과 좌절-노무현 대통령의 못다 쓴 회고록’입니다. 생전의 메모 및 대화 등을 참모들이 정리한 해당 책은 출판사 측에 따르면 10만부가 훌쩍 넘게 판매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역대 대통령 중 가장 팬덤이 강한 대통령으로도 이름을 알린 노 전 대통령의 인기를 여실히 보여줬단 이야기인데요. 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 전 자서전 ‘절망은 나를 단련시키고, 희망은 나를 움직인다’ 역시 노 전 대통령 못지 않게 많은 판매고를 올린 책입니다. 영애 시절부터 다시 대선 후보가 되기까지 인간 박근혜의 면모가 담긴 책으로 10만부 이상 판매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책은 당시 국내가 아닌 중국에서 베스트셀러가 된 책으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습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과 전두환 전 대통령의 회고록은 지지자들의 환호보단 비판이 더 거셌던 책이기도 합니다. 전 전 대통령의 자서전의 경우 5·18 민주화운동 관련 명예훼손 문제로 출판·배포 금지 가처분을 받는 등 곤욕을 치른 바 있습니다.

이명박 자서전 ‘대통령의 시간’
해리 왕자 역시 이번 자서전 출간이 자신의 돈벌이 수단으로 왕실을 이용했다는 비판을 피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과거 트럼프 대통령의 조카 메리가 트럼프를 비판한 책 ‘이미 과한데 결코 만족을 모르는’이 출간 첫날 100만부 가량 판매된 것과 유사하다는 것이죠. 해리 왕자에 대한 영국인들의 호감도는 이번 출간 이후 더욱 떨어졌단 이야기도 이러한 대중의 시각과 궤를 같이 하고 있습니다. 잘만 활용하면 호감도를 높이고 인지도를 높이는 자서전 정치, 잘못 이용하면 이처럼 네거티브 효과를 내는 악수가 될 수 있다는 점을 해리 왕자는 예상하지 못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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