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패싱’ ‘협치 실종’…尹 대통령과 이재명 대표 언제 만날까 [이슈+]

조성민 2023. 1. 14.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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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재차 영수회담 제안해도…대통령측은 ‘묵묵부답’
문희상 “인간으로서 기본 안 돼 있어…이런 대통령 처음”
노무현·이명박·박근혜·문재인 길어도 2달안에 야당 회동
‘자기편’ 여당과는 밀착 행보…신년인사회도 ‘야당 패싱’
‘협치’ 메시지 내놓지 않는 尹…野 “협치 없는 법치 우려”
윤석열 대통령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언제 만날까. 집권 2년차 새해가 밝았지만, 정부와 야당의 거리감은 좁혀지질 않고 있다. 이 대표는 수차례 영수회담을 요구하는 한편 대통령측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는 중이다. 여소야대 국면에서 3대 개혁 등 국정 운영을 위해서는 ‘협치’가 필수적이라는 걸 고려한다면 급한 쪽과 아닌쪽이 바뀐 듯한 모습이다. 협치 시도조차 없는 상황이 계속되자 일각에서는 윤 대통령이 이 대표를 피의자로 생각해 만남을 꺼린다는 말까지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왼쪽),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문희상 전 국회의장은 이같은 고착상태를 두고 13일 윤 대통령을 향해 “이렇게 야당과 대화 안 하는 대통령은 처음“이라고 쓴소리를 날렸다. 문 전 의장은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애초에 무죄추정 원칙에도 어긋나고 헌법적으로도 그렇고 더군다나 야당 대표와 본인이 표 차 얼마 안 나게 떨어졌는데 낙선자를 대우하는 기본도 안 돼 있는 것이다. 인간으로서의 기본”이라고 했다. 사회자가 ‘윤 대통령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피의자로 간주해 만나지 않는 것 아니냐’고 묻자, 문 전 의장은 “힘 있는 쪽에서 먼저 악수를 내밀어야 모든 일이 진행된다. 그런데 지금은 일방적으로만 밀어붙이기만 하고 무시하고, 이런 속에서 무슨 대화가 되느냐”고 말했다.

앞서 이 대표는 전날 국회 사랑재에서 진행된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윤 대통령을 향해 재차 영수회담을 제안한 바 있다. 이 대표는 “저는 이미 여러 차례 대통령과의 회담을 제안했다. 그 제안은 지금도 유효하다”며 “일방통행 국정을 중단하고 실종된 정치의 복원에 협력해줄 것을 거듭 촉구한다”고 말했다.

◆역대 대통령 취임 후 야당 회동은 수순

역대 대통령은 취임 후 가능한 빠르게 야당과 회동하는 것이 수순이었다. 대부분 취임 이후 9일∼2달 사이에 야당과 만나고 협조를 구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3년 2월25일 취임 후 한 달이 채 되지 않은 2003년 3월12일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대행 등 야당과 연쇄 회동을 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08년 2월25일 취임 후 두 달 지난 2008년 4월24일 여야 지도부를 청와대로 초청해 오찬을 함께하며 미국과 일본 순방 결과를 설명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3년 2월25일 취임 한 뒤 40여일 만인 2013년 4월12일 청와대에서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 등 당시 민주통합당 지도부와의 만찬 회동했다. 박 대통령은 정부 출범 초기에 있었던 부실 인사 논란에 대해 유감의 뜻을 표시하고 북한의 도발 위협에 초당적 협력을 당부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2017년 5월10일 취임 후 9일만에 우원식 더불어민주당·정우택 자유한국당·김동철 국민의당·주호영 바른정당·노회찬 정의당 등 5당 원내대표 간 첫 오찬 회동을 가졌다. 당시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 정 원내대표는 “대통령이 격의 없이 대화에 임했다”고 평가했다.
2017년 5월19일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상춘재에서 5당 원내대표와 첫 오찬 회동하고 있는 모습. 김동철(오른쪽부터) 국민의당 원내대표,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문재인 대통령,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주호영 바른정당 원내대표,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 뉴시스
◆여당과는 자주 만난 윤 대통령

윤 대통령은 야당은 외면한 채 여당을 자주 만나 소통하며 ‘밀착행보’를 다져왔다.

윤 대통령 취임 한 달 만인 지난 6월10일 이준석 대표와 권성동 원내대표 등 국민의힘 지도부는 용산 대통령실 청사서 오찬을 가졌다. 윤 대통령은 지난 8월25일 충남 천안시에서 열린 국민의힘 의원 연찬회에도 참석해 저녁식사를 함께하고, 셀카를 함께 찍는 등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이후 윤 대통령은 9월과 10월에도 국민의힘 반도체산업경쟁력강화특위 초청 오찬 간담회, 여당 지도부와 원외당협위원장 초청 간담회 등을 통해 여당 지도부와 만났다. 11월25일에는 윤 대통령 부부가 국민의힘 지도부를 서울 한남동 관저로 초청해 비공개 저녁 만찬을 했다.
2022년 6월10일 윤석열 대통령이 용산 대통령실 청사 대접견실에서 열린 국민의힘 지도부 초청 오찬 간담회에서 대화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해가 바뀐 후에도 이런 상황은 계속됐다. 윤 대통령이 2일 주최한 신년인사회에 국민의힘 의원 90여명이 참석했지만, 야당 지도부 중에서는 이정미 정의당 대표가 유일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이날 신년인사회에 초대를 받지 못했다고 했고, 천준호 민주당 대표 비서실장은 대표 이메일로 초청한 사실이 있다며 “야당 지도부를 초청하면서 전화 한 통 없이 이메일만 ‘띡’ 보내는 초대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고 대통령실을 비판했다.

◆대통령 입에서 실종된 ‘협치’

대통령의 입에서 ‘협치’는 실종된지 오래다. 윤 대통령이 새해 기자회견을 생략하고 1일 내놓은 약 9분짜리 신년사에서도 ‘경제’를 11차례, ‘수출’은 6차례, ‘개혁’은 8차례 외쳤지만, 협치는 단 한번도 언급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이날 “대한민국의 미래와 미래세대의 운명이 달린 노동‧교육‧연금 3대 개혁을 더는 미룰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3대 개혁 모두 법안 개정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측면을 생각한다면 야당의 협조 없이는 노동‧교육‧연금 개혁 분야 모두 불가능한 상황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계묘년 새해 첫날인 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신년사를 발표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이렇다보니 야당에서는 윤 대통령 신년사를 ‘공허하다’고 혹평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공허하기 짝이 없는 신년사로 국민을 두 번 우롱하고 있다”며 “당장 하루하루 힘든 민생에 대해 단 한마디 언급도 없는 무공감 무책임 무대책 신년사”라고 비판했다. 이어 “복합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구체적 대안 없이 국민적 합의부터 이끌어내야 할 중요한 3대 개혁을 제목만 나열하면서 통합 협치가 아닌 법치만 말한 것도 대단히 우려스러운 대목”이라며 “올해부터라도 아집을 접고 국민과 소통하고 국민 전체를 통합하는 리더십을 보일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10월25일 국회 시정연설에서도 통합을 강조하는 관례를 깨고 협치를 말하지 않았다. 민주당 의원 전원이 불참한 가운데 시정연설에 나선 윤 대통령은 “국회 협력이 절실하다”고 요청하면서도 야권에 대한 협조 메시지는 전무했다. 결국 이날은 민주당이 본회의장 입장을 거부하며 헌정사 초유의 ‘반쪽짜리 시정연설’로 기록됐다.

윤 대통령이 처음부터 이랬던 것은 아니다. 취임 후 첫 국회 시정연설을 했던 지난해 5월16일 윤 대통령은 “우리가 직면한 위기와 도전의 엄중함은 진영이나 정파를 초월한 초당적 협력을 어느 때보다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늘색 넥타이를 메고 등장한 윤 대통령은 시정연설을 마친 후에는 여야 의원들에게 직접 찾아가 악수를 청하며 협치를 향한 의지를 표현했다.

조성민 기자 josungm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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