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루와~” 웬일로 한국에 문 열어젖힌 中...근거 있는 자신감이라는데 [더테크웨이브]

황순민 기자(smhwang@mk.co.kr) 2023. 1. 14.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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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장 풀린 중국 놓고 복잡한 게임업계

중국 공안당국이 지난 11일 중국을 경유하는 한일 국민에 대한 비자 면제 제도를 중단했습니다. 또 한국과 일본 국민에 대한 도착비자(현지에 도착해 발급받는 비자) 발급도 금지했죠. 중국 이민관리국은 성명을 통해 “최근 소수의 국가에서 중국 국민에 대해 차별적 입국 제한 조치를 시행함에 따라 한일 국민에 대한 경유비자 면제 제도 잠정 중단과 도착비자 발급 중단 조치를 도입했다”고 밝혔습니다.

중국의 ‘비자보복’이 심상치 않습니다. 한국인과 일본인에 대한 단기비자 발급 중단 조치를 꺼낸 것에 이어 추가 보복 조치까지 내놓으면서 앞으로의 한중관계가 어떻게 흘러갈지 관심이 집중됩니다.

이같은 중국의 움직임에 한국 게임업계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앞서 지난해 말 중국 정부가 2021년 6월 이후 1년6개월 만에 한국 게임에 판호(版號·중국 내 게임 서비스 허가)를 대거 발급하면서 ‘한한령(한류 제한령)’이 대폭 완화되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이 커졌었죠. 하지만 사실 업계 일각에서는 중국이 빗장을 푼 진짜 속내가 따로 있다는 얘기도 함께 나왔습니다. 이번주 <더테크웨이브>에서는 게임 분야에서 중국이 빗장을 푼 진짜 배경이 무엇일지, 또 한국 게임사에 중국 시장이 과연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맞을지 등을 면밀히 분석해보겠습니다.

中, 한국 게임 7종 서비스 허가, 한한령 완화 기대감
지난해 12월 28일. 새해를 앞두고 중국 국가신문출판서는 홈페이지를 통해 한국 게임 7종을 포함한 총 44종의 외국산 게임 수입을 허가했다고 밝혔습니다. 중국은 심의를 거친 자국 게임사 게임에 ‘내자판호’를, 해외 게임사 게임에는 ‘외자판호’를 발급해 서비스를 허가하고 있지요.

이에 따라 외자판호를 발급받은 한국산 게임은 스마일게이트의 ‘로스트아크’ ‘에픽세븐’, 넥슨의 ‘메이플스토리M’, 넷마블의 ‘제2의 나라: 크로스 월드’ ‘A3: 스틸얼라이브’, 넷마블 자회사 카밤의 ‘샵 타이탄’, 엔픽셀의 ‘그랑사가’ 등입니다. 다만 이들 게임의 배급·운영은 중국 소재 기업이 맡기로 공시됐죠.

작년말 중국 판호가 발급된 한국 게임 <출처=중국 국가신문출판서 홈페이지>
한국은 2014~2016년 중국에 48개의 게임을 수출했지만 한한령이 본격화한 2017년 3월 이후 외자판호를 거의 받지 못했습니다. 2020년 12월 컴투스의 ‘서머너즈워: 천공의 아레나’가 한한령 이후 한국 게임으로는 처음으로 외자판호를 받았고, 작년에는 펄어비스의 ‘검은사막 모바일’이 판호를 받아 서비스를 시작했죠.

한국 게임사들에겐 ‘호재’라는 반응이 터져나왔습니다. 한국 게임산업계가 주력하는 모바일게임 분야에서 중국은 단일 국가 최대 규모 시장이기 때문이죠. 사실상 국내 게임사에 대해선 외자판호가 1년 6개월만에 재개된데다 비교적 ‘신작’을 위주로 판호가 발급된 점에서도 긍정적이라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사실 2020년, 2021년에 이뤄진 판호 발급은 출시가 오래된 작품들에 한정됐다는 점에서 한계가 명확했습니다. 이번에 판호를 받은 게임 7종 중 4종이 2020년 이후 출시 작품이고, 2종은 작년 출시작이라는 점에서 기존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특히 제2의 나라, 로스트아크, 에픽세븐은 글로벌에서 여전히 흥행중인 작품인데요. 중국 시장에서 충분히 통할 수 있다는 분석도 많습니다. 이에 더해 업계에서는 국내 게임사에 대한 추가 판호 가능성도 높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죠. 중국 즈옌컨설팅 등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게임 시장 규모는 2652억위안(약 49조원)으로 추정됩니다.

중국 시장 공략하는 한국 게임사 인포그래픽. <매일경제DB>
‘검사모’로도 쉽지 않네···불확실성 큰 중국 시장
중국은 결코 쉽지 않은 시장입니다. 익명을 요청한 게임업계 한 관계자들이 “중국 시장은 불확실성이 너무 큰데다 기대만큼 성과를 내기가 쉽지 않다”면서 “차라리 중국을 패싱하고 중국에 닫혀있던 시간에 준비해온 북미·유럽 시장 개척에 계속 공을 들이는 게 현명할 것”이라고 말할 정도죠.

게임업계에서는 펄어비스의 ‘검은사막 모바일(검사모)’ 사례에 주목합니다. 지난해 중국 시장에 출시된 검사모는 2017년 사드(THAAD) 사태 이후 중국 시장에서 판매 허가(판호)를 받아 정식 출시까지 이어진 첫 사례였습니다. 한국 게임의 중국 진출 물꼬를 다시 트는 계기로 주목받은 게임입니다. 기대가 너무 컸던 탓일까요. 검사모는 메가히트 게임 반열엔 오르지 못했습니다.

게임 출시 직후 처음 열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김경만 펄어비스 최고사업책임자(CBO)는 “중국 ‘검은사막 모바일’의 매출 기조는 예상 대비 약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면서 “한한령으로 판호발급이 오랜 기간 지연되는 동안 검은사막 모바일에 대한 유저 기대치는 높아졌고 저희의 기대치도 높았던 것은 사실”이라고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지요. 펄어비스는 검사모의 단기 흥행보다는 중·장기 흥행에 사업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펄어비스가 작년 중국서 출시한 ‘검은사막모바일’ 이미지. <사진제공=펄어비스>
만리장성 쌓았나···中공략이 어려운 이유
한국 게임이 기존 IP로는 새로움과 신선함을 신선함을 주기가 어려워졌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한한령으로 판호발급 오랜시간 지연되는 동안 중국 시장에 새로운 게임 지식재산권(IP)가 출시됐고, 사용자 눈높이도 높아졌기 때문입니다.

중국이 지난 10년간 한국 게임을 모방하면서 축적한 노하우와 기술·자본도 한한령 이후 새로운 장벽이 됐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게임 수익 모델(BM)과 관련한 중국 당국의 규제여건도 과제입니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청소년의 게임 이용시간을 극단적으로 제한하며 게임산업 규제를 강화했죠. 지난 2019년부터 청소년의 게임 이용시간을 평일 하루 1시간 30분, 주말 하루 3시간으로 제한한 것에 이어 지난해 8월 말 새로운 규제를 발표하며 평일 이용을 전면 금지시켰습니다. 월요일에서 목요일까지 평일 게임 이용을 금지하고 금요일과 토요일, 일요일, 법정공휴일에만 오후 8시부터 9시까지 1시간 동안 게임을 이용할 수 있게 한 것이죠.

중국의 자국 게임 우선주의도 여전한 상황입니다. 지난해 중국 방송 규제 당국인 광전총국은 허가받지 않은 온라인 게임의 생방송(라이브 스트리밍)을 전면 금지에 나서기도 했죠. 특히 해외 게임이나 게임 대회를 허가 없이 서비스해서는 안 된다며 모든 종류의 생방송 플랫폼들은 비정상적인 콘텐츠나 해로운 팬 문화를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중국이 빗장을 푼 진짜 이유는···韓시장 침투하는 중국산 게임
게임업계 일각에서는 “중국이 해외 게임사에 대한 외자판호를 발급한 것에는 다른 이유가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중국인 국내 게임사에 대한 판호 발급을 제한해온 1년 6개월 간 시장 상황이 크게 달라졌다는 것이죠. 특히 한국 게임에 대한 판호 규제가 사드에 대한 정치적 보복 이외에도 자국 시장에 대한 보호 목적도 있었던 점을 고려하면 이번 대규모 판호 발급은 자국 시장과 게임사들에 대한 자신감의 표출로도 해석될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게임 시장은 개방해도 될 만큼 경쟁력이 있다는 게 중국 당국의 판단일 수 있습니다.

실제로 중국산 게임은 빠르게 국내 시장에 침투하고 있습니다. 올해 초(이달 2일 기준) 구글 게임 인기 순위 ‘탑10’에는 중국 게임 3개가 올라있기도 했습니다. 원신, 탕탕특공대, 아르케랜드와 같은 게임으로, 국내 게임 시장에서 비교적 오랜시간 상당한 인기를 구가하고 있지요. 업계에선 국내 매출 탑10에서 이들 게임이 차지하는 비중을 30~40%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2021년 중국 게임 산업 보고서’를 보면 2021년 중국 게임사의 해외 매출은 180억1000만달러(약 22조2153억원)로 전년 대비 16.6% 증가했습니다. 국가별 매출 비중을 보면 한국은 7.2%로 미국(32.6%)·일본(18.5%)에 이어 세 번째로 큰 수출 시장입니다. 금액 기준으로는 중국 게임 업체들이 한국에서 12억 9672만달러(약 1조6037억원) 매출을 올렸습니다.

한국이 패권가진 ‘모바일 게임’ 중국이 치고나가
2010년대 중반부터 한국이 강점을 가진 모바일 게임 분야에서 중국이 빠르게 치고 올라왔습니다. 중국 게임사들은 개발자 인건비가 훨씬 저렴해 게임 개발에 유리했고, 기술적으로 이미 한국 게임사와 큰 차이가 나지 않는 수준까지 올라왔다는 평가입니다. IP(지식재산권) 경쟁력 측면에서는 중국이 이미 한국을 넘어섰다는 분석도 많습니다. 중국의 대표 게임사인 텐센트, 넷이즈 등은 이미 시가총액은 물론 히트작 숫자와 시장 점유율에서도 글로벌 ‘1티어’ 게임사로 도약한지 오래라는 것이죠.

게임업계 잔뼈가 굵은 한 업계 관계자는 “단순히 중국 시장 빗장이 풀렸다고 한국 게임사들에 캐시카우를 가져다주는 호시절은 끝났다”면서 “중국만을 타깃으로 하는게 아니라 글로벌 스탠다드로 통하는 게임을 만드는 게 급선무”라고 지적했습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중국 게임 시장은 대내외 정세에 따라 언제든 판호 발급이 중단될 수 있기 때문에 보수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죠.

韓게임사 진정한 ‘글로벌’로 도약해야
수년간 한국 게임에 대한 판호 발급이 이뤄지지 않는 사이 한국을 대표하는 게임회사들은 서구권 시장 진출에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실제로 국내 게임사들은 중국 시장에 대해 면밀하게 동향을 체크하고 있지만 북미 일본 등 시장과 장르 다변화라는 내년 전략에는 큰 기조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분위기가 감지됩니다.

국내 게임사들은 올해 기존 모바일 일변도 게임에서 벗어나 장르 다변화·콘솔게임 신작을 통해 해외 시장 점유율 확대를 추진하고 있습니다.이를 위해 시작부터 글로벌 시장을 목표로 한 대작 게임들을 대거 출시할 예정이죠. 다만 내년 글로벌 시장을 타깃으로 준비중인 신작들의 옵션에 중국 시장이 추가될 수는 있습니다.

중국 사업과 관련해서는 결국 중국시장에서 통할 게임을 만들 수 있는가가 핵심 과제가 됐습니다. 50조원에 달하는 중국 유저들을 사로잡기 위해서는 이들의 바뀐 취향을 공략해야 하는 것이죠. 이를 위해서는 면밀한 분석과 현지화 전략이 필요합니다.

최근 중국 시장에서는 최근 서브컬쳐 장르가 인기라고 합니다. 국내에서 여전히 비중이 높은 MMORPG 게임은 시장 비중이 3% 수준에 불과하지요. 중국은 국내와 달리 장르가 매우 다변화돼 있습니다. 가장 큰 인기 장르인 수집형 RPG의 60%이상이 서브컬쳐 게임에 해당합니다. 올 상반기 서브컬쳐 수집형 RPG 게임 출시를 예고한 국내 게임사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성과를 거둔 이후 중국으로의 확장 가능성을 고려할 수 있겠습니다.

<황순민 기자의 ‘더테크웨이브’> 연재를 시작합니다. 기술(Tech)이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리라 믿습니다. 혁신적인 서비스로 인류를 진보시키는 최신 기술 동향과 기업 사례를 소개하겠습니다. 네이버 기자페이지를 구독하시면 다음 기사를 쉽게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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