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리포트] 비트코인 채굴에 '도시 전력 10%' 사용한 중국 간부

김지성 기자 2023. 1. 14.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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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관영 CCTV가 새해를 맞아 반(反) 부패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방영했습니다. '영원히 진격 나팔을 불어라'라고 이름 붙여진 이번 프로그램은 4부작으로 제작됐는데, CCTV는 해마다 이맘때쯤이면 1년간 반부패 수사의 성과를 묶어 특집 프로그램을 편성합니다. 시진핑 주석의 반부패 운동을 치켜세우기 위함입니다. 시 주석은 집권 이후 반부패 드라이브를 강하게 걸어왔습니다. 반부패 운동은 시 주석의 정적(政敵)을 제거하는 도구로 사용되기도 하지만, 인민들의 꾸준한 호응을 얻으면서 시 주석 장기 집권의 주요 기반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어느 나라, 어느 시대든 비리 고위 공직자들에 대한 처벌과 이들의 낙마는 대중에게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하기 때문입니다. 중국은 '호랑이 사냥'이란 표현을 즐겨 사용합니다.

매일 채굴기 16만 대 가동…도시 전체 전력 10% 사용


지난 8일 방영된 '영원히 진격 나팔을 불어라'의 제2편에선 장시성 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부주석, 장시성 푸저우시 당 서기를 지낸 샤오이의 사례가 소개됐습니다. 샤오이는 재임 기간 푸저우시 첨단기술개발구에 있는 한 회사를 디지털 경제 산업의 대표 주자로 추켜올렸습니다. 대외적으로 '빅데이터', '클라우드컴퓨팅' 첨단 회사라고 선양했습니다. 하지만 실제 이 회사는 가상 화폐, 비트코인을 채굴하는 회사였습니다.
장시성 푸저우시 당 서기 시절 샤오이의 모습(왼쪽)과 현 모습

중국은 지난 2018년 가상 화폐 채굴을 '퇴출 산업'으로 지정한 뒤 채굴을 금지해 오고 있습니다. 대량의 전력을 소모하는 데다, 이산화탄소와 전자 쓰레기를 배출하는 반면, 취업난 해소와 과학 기술 발전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게 그 이유입니다. 이면에는 중국 부유층이 가상 화폐를 이용해 해외로 재산을 빼돌리거나 중국 국내 금융 질서를 교란한다는 위기감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2021년 5월 중국 정부는 "비트코인 채굴과 거래 행위를 타격하겠다"며 가상 화폐와의 전쟁을 선포하기도 했습니다.
푸저우시 비트코인 채굴 회사 내부 모습

샤오이가 이런 정부 정책을 모를 리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회사 대표에게 은밀히 비트코인 채굴을 지시했습니다. 회사는 매일 16만 대의 채굴기를 가동했습니다. 채굴기가 있는 작업장 건물만 10여 채에 달했습니다. 2017년부터 2020년까지 이 회사의 전기 사용량은 푸저우시 전체 전기 사용량의 10%를 차지했습니다. 참고로 푸저우시의 인구는 357만 명이며, 면적은 1만 8,800㎢로 서울시 면적(605㎢)의 31배에 달합니다. 샤오이는 이 비트코인 채굴 회사에 정부 보조금 24억 위안(4,443억 원)을 부당 지원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또, 채굴 수익 등 수억 위안(수백억 원)의 뇌물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샤오이는 뇌물 수수와 직권 남용 혐의 등으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그는 CCTV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나는 푸저우 인민의 죄인이다"며 "푸저우 인민에게 참회한다"고 고개를 숙였습니다.
푸저우시 비트코인 채굴 회사 외경

중국 단속에도 중국 내 은밀한 비트코인 채굴 성행


중국 당국의 강력한 단속 엄포에도 중국의 비트코인 채굴은 근절되지 않고 있습니다. 케임브리지 대안금융센터의 지난해 5월 발표에 따르면, 2021년 9월부터 2022년 1월까지 중국의 비트코인 채굴량은 미국에 이어 세계 2위로 나타났습니다. 가상 화폐 채굴 작업 속도를 뜻하는 해시레이트가 미국 37.84%, 중국 21.11%로 집계됐다는 것입니다. 그다음으로는 카자흐스탄 13.22%, 캐나다 6.48%, 러시아 4.66% 등 순이었습니다. 이 센터는 "중국의 부상은 은밀한 채굴 작업의 결과로 보인다"면서 "중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 채굴하는 것처럼 보이게 하기 위해 가상사설망(VPN)을 이용해 채굴용 컴퓨터를 가동했을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2021년 5월 중국 당국의 단속으로 비트코인 채굴기를 버리는 장면. 당시 중국 내 채굴장 90%가 폐쇄됐다.

가상 화폐는 장시간 컴퓨터 연산을 통해 얻어지는데, 한때 전 세계 채굴의 65%가 중국에서 이뤄졌습니다. 중국의 전기 요금이 상대적으로 쌌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중국 정부가 대대적인 채굴장 폐쇄에 나서면서 2021년 5월에는 중국 내 채굴장의 90%가 문을 닫은 것으로 추정됐습니다. 하지만 케임브리지 대안금융센터 자료만 보더라도 중국의 가상 화폐 채굴이 슬그머니 되살아나는 분위기입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잇따른 금리 인상, 한국산 코인 테라·루나 폭락 사태, 가상 화폐 거래소 FTX의 붕괴 등으로 지난해 1년간 64%나 폭락했던 비트코인 가격은 새해 들어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13일 미국 거래소에서 비트코인 1개당 가격은 우리 돈 2,462만 원에 거래됐습니다. 올해 들어서만 20% 이상 상승했습니다. 미국의 물가 상승 둔화가 연준의 금리 인상 속도 조절로 이어질 것이란 기대감이 위험 자산에 대한 투자 심리를 부추기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비트코인 등 가상 화폐의 가격 상승은 중국의 은밀한 채굴을 더 부추길 수 있습니다.

김지성 기자jisung@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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