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기사 월 만원씩 내고 엘리베이터 써라"…또 불거진 갑질 논란

세종시 아파트, 승강기 사용료·카드키 보증금 요구…주민 반대로 무산

[아이뉴스24 임성원 기자] 세종시 한 아파트단지 입주자대표회의가 택배기사에게 '승강기(엘리베이터) 사용료'를 정기적으로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하려다가 주민들의 반대에 철회했다.

14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해당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는 내달부터 택배기사에게 공동현관과 엘리베이터 사용료 등 지급 관련해 안내했다. 공동현관을 이용하기 위해 카드키 보증금 10만원과 엘리베이터 사용료 월 1만원을 부과하도록 했다.

지난 9일 오후 서울 송파구 복합물류단지에서 택배 노동자가 배송 준비 작업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은 공용시설물 이용료 부과 여부에 대해 입주자대표회의가 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는가 관리규약을 통해 엘리베이터 사용이 빈번한 비 입주민에게도 사용료를 부과한다는 내용을 담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규약을 통해 택배기사에게도 해당 사항을 적용하고자 시도한 것으로 보인다.

아파트 관계자는 연합뉴스에 "택배기사님들도 힘든 것은 잘 알지만, 모든 층을 다 누르며 배달해 승강기 이용이 불편하다는 일부 민원 제기가 있었다"면서 "세종시 다른 아파트단지에서도 이용료를 부과하는 곳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진 이후 아파트 관리사무소에는 주민들의 항의 전화 등 반발이 심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아파트 주민은 "주민 의견도 묻지 않고 결정된 사안"이라면서 "우리 편의를 위해 택배 서비스인데 승강기 사용료를 기사님들한테 부과한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카드키 보증금을 10만원으로 책정한 게 과도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세종 지역을 담당하는 한 택배업체 관계자에 따르면 카드키를 발급받아 출입해야 하는 일부 아파트단지에서도 보증금이 3만원을 넘지 않고 있다.

현재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는 거센 반발에 따라 승강기 사용료 부과 방침을 취소하고 카드키 보증금도 5만원으로 낮추기로 했다.

택배기사에 엘리베이터 사용료를 부과한 사례는 이전에도 있었다. 지난 2018년 서울 동대문구의 한 아파트단지에서 택배기사와 우체국 집배원들을 상대로 비슷한 방침을 내놨다. 당시 이들에게 카드키 보증금 10만원과 연 6만원의 엘리베이터 사용료를 내도록 한 사실이 알려져 '택배 갑질'로 물의를 빚었다.

2017년 대전 유성구의 한 아파트에서도 택배기사들에게 아파트 출입 카드키를 대여하면서 보증금 5만원과 월 1만원의 사용료를 요구해 비판 여론이 거셌다. 2011년 울산 동구의 한 아파트에서는 신문과 우유를 배달하는 업체들에 매달 20만원의 승강기 이용료를 지불하라고 요구해 논란이 됐다.

/임성원 기자(oneny@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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