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모 시신이 백골이 될 때까지 2년여···아무도 그들을 찾지 않았다

조문희 기자 2023. 1. 14. 15:24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어머니 시신을 장기간 집에 방치한 혐의를 받는 40대 A씨가 13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인천시 미추홀구 인천지방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인천 도심 한복판 빌라에서 70대 노인이 사망 2년 뒤에야 백골로 발견됐다. 경찰은 노인과 함께 살던 딸을 사체유기 혐의로 긴급체포했다. 어떻게 된 일일까.

발단은 지난 11일 밤 늦은 시각이다. 112 종합상황실에 “엄마와 연락이 닿지 않아 집에 찾아왔는데, 함께 사는 언니가 문을 안 열어준다”는 신고 전화가 걸려왔다.

출동한 경찰이 신고 장소인 인천시 남동구 모 빌라에 도착했을 때에도 현관문은 여전히 굳게 잠긴 채였다. 손으로 두드려도 집주인은 문을 열지 않았다. 경찰의 협조 요청을 받은 소방대원들이 출동한 뒤에야 문은 강제로 열렸다. 현장에서는 악취가 진동했다. 악취의 근원은 안방으로 추정됐다. 안방에 들어선 소방대원이 이불을 들추자 백골 상태의 시신이 나왔다.

백골 시신은 A씨(사망 당시 76세·여)로 확인됐다. ‘엄마가 숨을 쉬지 않는다. 2020년 8월’이라고 적힌 종이 한 장이 발견됐다. 메모 작성자는 A씨와 단둘이 살던 셋째딸 B씨(47)였다. 경찰은 B씨를 사체유기 혐의로 긴급체포한 뒤 구속했다. B씨는 경찰 조사에서 “어머니 앞으로 나오는 연금이 끊길까 봐 사망 신고를 하지 않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B씨는 직업이 없었다. 매달 A씨 몫으로 나오는 30만원 안팎의 기초연금과 20여만원인 국민연금을 받아 생활에 썼다. 메모에 따라 A씨 사망 시점을 20년 8월로 보면 이후 28개월 동안 연금을 부정수급한 셈이다. 이때 B씨가 대신 받은 연금은 총 1500만원 안팎으로 추정된다. 다만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현재까지 A씨 사망 시점과 사망 원인을 특정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의 사망 사실은 2년이 넘는 시간 동안 알려지지 않았다. A씨 슬하의 6남매는 서로 간 연락이나 왕래가 없었다고 한다. 이웃들 중에도 눈치챈 사람이 없었다. A씨와 B씨는 이웃과 자주 교류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관할 행정복지센터도 몰랐다. A씨는 2011년 5월 기초생활수급자로 지정됐으나, 2년 뒤 수급 대상에서 제외됐다. 부양의무자가 있다는 이유였다. 셋째딸이 함께 거주하니, 관리 대상인 홀몸노인도 아니었다. 빌라도 A씨 명의로 돼 있었다.

B씨는 어머니 시신을 안방에 방치한 채 작은방에서 주로 지냈다고 한다. 그는 경찰 조사 때 “어머니가 죽기 전에 병을 앓아 아팠다”면서도 정확한 사망 이유는 말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A씨에게 별다른 외상 흔적은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B씨의 연금 부정 수급 등 혐의를 추가 조사하고 있다.

조문희 기자 moony@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