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문 마취 의료사고 급증…‘마취안전기준’ 제정해야

이병문 선임기자(leemoon@mk.co.kr) 2023. 1. 14.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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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마취통증의학회 “마취 실명제·신포괄수가 수술 마취료 신설 필요”

“불법 무면허 의료행위 방지를 위해 의무기록과 보험청구 시 마취를 시행한 의사의 면허번호를 반드시 기입하도록 하는 마취실명제를 시행해야 합니다. 2012년부터 환자 알 권리 보호와 안전을 위해 지속적으로 요구해왔지만 아직 도입되지 않고 있습니다”

대한마취통증의학회(회장 연준흠 인제대 상계백병원 교수)는 최근 서울 마포 학회 사무실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마취 환자 안전을 위한 수가 및 마취안전기준 등 관련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학회는 2009~2018년 마취 관련 의료사고를 분석한 결과 92% 환자에서 사망을 포함한 영구적 손상이 발생했고, 그중 43%는 표준적 마취를 시행했다면 예방 가능한 사고였다고 설명했다. 마취통증의학과 의사가 아닌 사람에 의해 시행된 연간 마취 건수는 2013년 기준 전신마취 3만3008건, 위마취 14만3134건, 정맥마취 9만3584건에 달한다. 이는 10년전 통계라는 점을 감안하면 현재 비전문가에 의한 마취가 암암리에 상당히 많이 이뤄지고 있을 것으로 추측된다.

박상진 홍보이사는 “마취는 환자 안전을 위해 고도로 훈련된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가 시행해야 하지만 현실은 간호사, 비전문의 등에 의해 이뤄지는 일이 많다. 이로 인해 2018년 부산 대리수술 뇌사사건, 2021년 간호사 대리마취 산모사망 사건 등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마취가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가 아닌 의료인에 의해 많이 시행되는 원인은 비현실적인 건강보험 수가체계 때문이란 게 학회 진단이다. 원가계산시스템 적정성 검토 및 활용도 관련 연구결과(2016년)에 따르면 마취료의 원가 보전율은 72.7%에 불과하다. 박 홍보이사는 “마취료 수가를 보면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 고용 시 적자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수술 집도의가 마취의를 고용하지 않고 본인이 직접 마취를 하더라도 마취의를 고용하지 않았을 때와 동일한 마취수가가 지급된다”고 설명했다.

학회는 정부의 필수의료 지원에 마취영역도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학회는 “정부의 필수의료 지원 대책을 전폭적으로 지지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중증, 응급 환자가 검사 후 최종 수술까지 신속히 진행되기 위해서는 마취 부문이 반드시 필요하다. 특히 응급상황이 빈번히 발생하는 분만은 산모와 태아의 안전을 위해서도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의 존재는 필수불가결의 조건”이라고 강조했다.

학회에 따르면 병원급 의료기관의 과도한 당직과 고위험 수술, 소송 위험 등 열악한 근무환경에 지친 마취통증의학과 의사들의 개원이 급증하면서 분만 병원들부터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다. 결과적으로 수술에 난항을 겪는 산부인과 병원이 늘어나는 등 분만 인프라의 붕괴를 우려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연준흠 학회 회장은 “산부인과병원은 주야를 가리지 않고 갑작스럽게 수술을 진행해야 되는 경우가 많아 근무 여건이 열악하고, 분만의 특성상 무과실 의료사고에도 소송이 빈번해 마취과 의사가 소송에 휘말리는 경우가 많다. 심뇌혈관 중증 응급환자를 치료하는 경우도 이와 비슷한 근무여건으로 언제든지 마취 인력의 이탈 우려가 커지고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학회는 ‘한국표준마취안전기준’ 제정 계획도 공개했다. 연준흠 회장은 “마취는 환자를 한시적으로 진정상태로 유도해 그 과정에서 인체 활력징후의 급격한 변동이 수반된다. 따라서 마취와 관련된 의료사고나 합병증은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지만, 현재 마취 관련 의료서비스에 관한 적정한 기준은 제시되어 있지 않다”면서 “학회는 환자안전위원회를 구성해 전신마취나 수술을 위한 부위마취 과정에서 환자 안전을 위해 갖춰야할 시설, 약제, 인력, 교육과정 등을 국내 의료기관의 규모에 맞는 기준을 제시하고 향후 학회차원의 정기적인 인증시스템을 시행하여 환자에게 지속적으로 보다 안전한 마취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병문 의료선임기자

연준흠 대한마취통증의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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