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보다 돈 많이 번 회사”… 40여년전부터 기후위기 예측하고도 ‘쉬쉬’
미국 최대 정유회사 엑손모빌이 1970년대 후반에 이미 화석연료 사용에 따른 지구온난화를 정확하게 예측하고도 이를 감추고, 오히려 지구온난화는 과학적 신빙성이 없다는 주장을 펴온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대국민 연설에서 “신보다 더 많은 돈을 번 회사”라고 콕 집어 비판했던 엑손모빌이 새해 들어 또다시 여론의 차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하버드대와 독일 포츠담 기후영향연구소 연구진은 엑손모빌의 수십년간 내부 보고서를 분석해 1970년대 후반~1980년대 초반에 엑손모빌은 화석연료가 지구온난화에 끼칠 영향을 이미 알고 있었다는 연구 결과를 지난 14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엑손모빌의 1977~2003년 기후변화 관련 내부 보고서 32건과 1982~2014년 엑손 소속 연구원들 논문 72건을 분석해 엑손모빌이 진작부터 화석연료 연소로 지구 기온이 10년에 평균적으로 섭씨 0.2도씩 오를 것을 정확히 예측하고 있었다는 것을 밝혔다. 또 당시 엑손모빌 연구원들은 2000년 즈음이면 세계가 지구온난화를 체감하게 될 것이라는 것도 예측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내용을 담은 보고서들이 엑손모빌 임원들에게 공유됐지만, 회사 측은 화석연료 규제 강화와 이에 따른 수익성 악화를 우려해 숨긴 것으로 나타났다. 오히려 엑손모빌은 지구온난화가 과학적 신빙성이 낮다는 주장을 펴왔다. 예컨대 1999년 당시 엑손모빌 CEO(최고경영자) 리 레이먼드는 기후변화 우려가 아직 입증되지 않은 모델에 기반한 단순 추측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2000년 엑손모빌은 뉴욕타임스에 기후변화는 불확실한 연구라는 내용을 담은 광고를 내기도 했다.
이후에도 엑손모빌은 지속적으로 화석연료와 기후 변화와의 연관성을 부인하는 캠페인을 펼쳤다. 사이언스에 이번 논문을 발표한 연구진은 “엑손모빌은 소속 과학자들이 연구한 결과와 예측 데이터를 알면서도 기후위기 모델의 약점을 비판하고 불확실성을 과장하는 식으로 공격했다”며 위선을 지적했다.
지난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로 3분기 기준 S&P 500 에너지 업종의 이익 증가율은 139%에 달했다. 유가와 천연가스 가격 급등이 배경이 됐다. 특히 엑손모빌은 3분기 매출 1120억7000만달러(약 139조원), 순이익 196억6000만달러(약 24조원)를 기록했다. 지난해 동기(67억5000만달러·약8조원)보다 순이익이 3배 가까이 증가하며 사상 최고액을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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