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미노피자가 배달 플랫폼에 올라타지 않는 까닭은
재무제표로 읽는 회사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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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본사가 있는 도미노피자는 대표적인 피자 배달 체인 업체다. 미국에 6천 개, 전세계에 1만8천 개 매장을 보유하고 있다. 도미노피자는 특이한 영업 방식을 가지고 있다. 배달 플랫폼을 쓰지 않고 자체 플랫폼으로 피자를 주문받는다. 사실 특이한 것은 아니다. 배달 플랫폼이 등장하기 전에는 일반적인 것이었지만 도미노피자만 예전 방식을 고수한다고 할 수 있겠다.
도미노피자가 배달 플랫폼을 사용하지 않는 것은 단순한 고집이 아니라 경영 방침과 관련 있다. 2019년 리처드 앨리슨 도미노피자 최고경영자(CEO)는 미국 <시엔비시>(CN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도미노피자는 그들이 가진 소비자 데이터와 로열티, 품질과 안전을 제3의 배달업체에 넘길 수 없다고 했다. 도미노피자의 폐쇄적인 정책에도 매출과 이익은 계속 성장한다. 그들의 고집스러운 정책이 지속해서 성공할지, 나아가 다른 외식업체들과 배달 플랫폼의 미래를 그릴지 간단히 살펴본다.
맥도널드·KFC도 굴복
2022년 우리나라의 배달 플랫폼 시장 크기는 22조원이라고 한다. 배달 플랫폼이 생긴 뒤 소비자는 집 근처에 있는 각종 식당의 음식을 편하고 빠르게 배달시켜 먹었다. 최근에는 배달 플랫폼의 과도한 수수료로 논란이 일고 있다. 음식점은 각종 원재료비와 인건비 외에 이제는 플랫폼 수수료까지 부담해야 한다. 그럼에도 울며 겨자 먹기가 됐다. 우리 모두가 배달 플랫폼을 이용한다는 것은, 플랫폼을 사용하지 않는 음식점은 아무도 찾지 않는 음식점이 될 수도 있음을 뜻한다.
이는 비단 소규모 개인 음식점에 그치지 않는다. ‘BBQ’ ‘맘스터치’ 등 대형 프랜차이즈도 배달 플랫폼에 기댈 수밖에 없다. 그들은 자체 배달 앱도 보유했지만 불편한 사용자환경(UI), 낮은 접근성 등으로 소비자에게 외면받고 있다.
우리나라에 배달의민족이 있다면, 미국에서는 그 원조 격인 도어대시와 우버이츠가 배달 플랫폼의 선두주자라고 할 수 있다. 배달 플랫폼의 등장과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수요 증가로 미국 외식업계 방향도 크게 바뀌었다고 할 수 있다. 맥도널드, KFC 등 초대형 프랜차이즈 업체마저 배달 플랫폼에 올라탈 수밖에 없게 됐다.
미국에서도 배달 플랫폼의 가장 큰 단점은 높은 수수료다. 미국에서 12달러(약 1만5천원)짜리 피자 한 판을 주문하면 최종 결제액이 거의 두 배에 이른다. 먼저 피자값 12달러에 배달비 6달러가 붙고, 플랫폼 이용 수수료가 또 3달러가량 붙는다. 소비자는 ‘편함’의 효용을 누리기 위해 거의 음식값만큼을 추가로 내야 한다.
미국에서도 배달 플랫폼의 폭리에 대해 여러 번 지적이 있었다. 그러나 외식업계는 이미 거대한 플랫폼을 구성한 그들에게 속수무책인 상황이다. 일부 업체는 자체적으로 애플리케이션을 만들어 고객에게 제공했지만 소비자는 이미 플랫폼에 올라탄 상태라 쉽사리 돌아가지 못한다.
피자를 파는 IT 업체
이런 상황에서도 도미노피자는 자사 앱을 고집한다. 그래도 매출과 수익률은 지속해서 성장하고 있다. 매출의 60%가량이 배달임에도 그렇다. 최근 5년간 주가는 245.7% 성장했고, 매년 매출과 순이익도 10% 이상 성장하고 있다. 주가 상승률은 경쟁 피자 체인인 파파존스와 피자헛(염브랜즈(Yum! Brands) 에 속함)을 한참 뛰어넘었고, 같은 기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지수의 상승률보다 높다. 도미노피자가 자체 배달 플랫폼에 자신감을 드러낼 만하다.
도미노피자는 배달 플랫폼을 사용하는 대신 매장 수를 더욱 늘렸다. 그들이 가진 고객 데이터와 주문 형태를 계속 분석해 가맹점을 증가시킴에도 각 가맹점에 충분한 수익을 보장해준다. 또한 가맹점 증가는 고객에게 더 신속한 배달을 보장해준다. 광활한 미국에서 ‘30분 배달 보장’ 정책을 유지하는 건 가맹점 수에 자신감을 보이는 것이기도 하다. 반면 도어대시와 우버이츠의 평균 배달 시간은 40~50분에 이른다. 이들은 2022년 한 해 임금 상승과 배달노동자 공급 부족으로 제너럴모터스(GM)와 협업해 전기자동차 800대를 도입했다.
도미노피자는 ‘고객 데이터’를 바탕으로 몇 년 전부터 자사를 피자 판매 업체가 아닌 ‘피자를 파는 정보기술(IT) 업체’라고 지칭한다. 구글, 아마존 같은 빅테크 회사를 지향한다. 지속적인 성장이 기대되는 이유다.
도미노피자의 고집과 성공은 배달 플랫폼과 외식업계의 미래를 논할 때도 의미가 있다. 이미 외식업계는 다른 요식업계와의 경쟁이 아닌 배달 플랫폼과의 경쟁에 들어섰다고 할 수 있다. 이 경쟁은 현재 ‘종속된 경쟁’으로 보인다. 외식업계가 배달 플랫폼에 종속됐다는 것이다. 가장 많은 부가가치를 배달 플랫폼이 마지막 단계에서 가져가고, 요식업계는 수수료를 지급하면서 이익이 깎이고 있다. BBQ와 배달의민족이 각각 기업공개(IPO)를 준비하더라도 배달의민족에 더욱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요식업계가 자체 플랫폼을 성공적으로 구축한다면 어떻게 될까. 시소의 기울기가 다시 평행해질 수도 있다. 외식업체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10% 남짓한 수준이다. 지금은 쉽지 않아 보이지만 배달수수료라는 부가가치를 외식업체가 되찾아온다면 지지부진한 우리나라 외식업체들의 주가도 탄력받을 것이다. 소비자도 더 많은 효용을 누리게 될 것이다.
찬호 공인회계사 Sodohu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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