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편에 침뱉지 말라”는 이재명…당헌80조 걱정돼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13일 오후 유튜브 방송을 통해 당원들과 대화하면서 “우리끼리 싸우면 이적행위”라며 내부 결속을 강조했다. 이 대표는 최근 당의 ‘단일대오’를 수시로 강조하고 있다. 당내에서는 이 대표가 ‘제3자 뇌물죄’ 혐의가 적용된 ‘성남FC 불법 후원금 사건’으로 기소됐을 때 생길지 모르는 당내 갈등·분열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 대표는 13일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의 ‘당원존’에서 1시간40분가량 진행한 유튜브 방송에서 “작은 차이 때문에 내부 총격을 하지 말자”며 “우리 안의 차이가 아무리 크다고 해도, 싸워서 이겨야 할 상대와의 차이만큼 크겠느냐”고 했다. 그러면서 “기득권의 분할 지배 전략은 정말 신경써야 할 부분”이라며 “이건 아주 많이 써먹는 수법이다. 역사적으로도 가장 돈 안 들고 효과적 전략이 ‘이간질’”이라고 했다.
이날 유튜브 방송에 함께 출연한 친명(親明·친이재명)계의 박찬대 최고위원은 “제가 볼 때 이재명 대표가 검찰 독재, 정치 탄압 그 자체를 피하지는 못할 것 같다”며 “저들이 유일하게 잘하는 일이 탄압하는 것이고 검찰을 이용해 독재하는 것”이라고 했다. 박 최고위원은 “탄압이 더욱 강해지고 있다”며 “이제 인내의 시간이 아니고 반격의 시간이다. 함께 싸울 준비 돼 있느냐”고 했다.
이 대표는 박 최고위원의 발언에 “싸우는 건 좋은데 우리끼리 싸우는 건 안 된다”며 “우리끼리 싸우면 이적행위다. 우리끼리 싸우는 건 정말 꼭 피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적이 몰려오는데, (우리끼리) 침 뱉고 꼬집고 안 보이는 곳에서 발로 차고 이런 것을 줄여야 한다. 우리 모두를 망치는 일”이라고 했다.
이 대표의 이 같은 발언들은 최근 자신을 향한 검찰 수사가 계속되면서 당 내부에서 나오는 비판 목소리를 의식한 것으로 해석됐다. 이 대표는 지난 10일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으로 검찰 조사를 받았고, 이 대표의 과거 선거법 사건에서 변호사비를 대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은 8개월 해외 도주 끝에 검거돼 국내 송환을 앞두고 있다. 이 대표가 검찰 소환 때 40명 넘는 현역 의원이 동행하자, 국민의힘은 물론이고 민주당 내에서도 “이 대표가 민주당을 방탄에 이용하는 측면이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에 대한 당내 우려가 계속 커지는 상황이다.
특히 앞으로 이 대표가 당장 성남FC 사건으로 기소돼 재판에 넘겨지면, ‘뇌물과 불법 정치자금 수수 등 부정부패 혐의로 기소된 당직자의 직무를 정지’하게 돼 있는 당헌 80조가 논란이 될 수 있다. 검찰이 성남FC 사건에서 이 대표에게 적용한 혐의가 ‘제3자 뇌물죄’다. 당헌에 따르면 이 대표의 당직은 정지될 수 있다. 지난해 8월 이 대표와 당대표 자리를 두고 경쟁했던 박용진 의원은 지난 12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이재명 대표를 둘러싼 수사 내용을 잘 모른다. 우리 의원들도 다 모른다”며 “다만 당헌 80조가 있다. 개인 사법리스크의 불길이 당으로 옮겨 붙지 않도록 하기 위한 안전장치가 바로 당헌 80조”라고 말했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성남FC 사건 기소는 피할 수 없는 일이 돼 버렸다. 이 대표는 이번 사건이 검찰의 ‘기획 수사’라는 입장이지만 당내에서 당헌80조를 이유로 ‘당직 정지’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올 수 있다”며 “이 대표가 내부 총질을 경계하는 언급을 계속 내는 것도 이런 상황이 걱정되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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