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요커의 아트레터]래리 가고시안의 새로운 결심
최정상 '가고시안 갤러리' 미래 전략 구상
미술계에 미칠 파장과 영향에 관심 쏠려
세계 최정상 아트딜러인 래리 가고시안(Larry Gagosian)이 지난해 말 중대한 발표를 했다. 가고시안 갤러리의 미래 전략을 책임질 자문위원회를 공개한 것이다. 77세 고령임에도 자신의 자산을 이어받을 상속인이 없는 가고시안으로서는 일리 있는 선택으로 보인다. 자문위원회는 이미 지난해 가고시안에 의해 조직됐고, 매년 2회씩 상·하반기에 위원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했다.
총 20명으로 구성된 자문 위원회는 8명의 내부 인사와 12명의 외부 인사로 구성됐다. 내부인사는 가고시안 갤러리 시니어급 임원들이다. 외부인사는 다양하다. 필름메이커부터 아티스트, 변호사, 헤지펀드 매니저, 테크기업 CEO까지 다양한 스펙을 지녔다. 가고시안은 외부 인사들이 “갤러리가 미술 외 다양한 장르와 융합된 비즈니스를 펼칠 수 있도록 도울 예정”이라고 전했지만, 실상 위원회에 포함된 외부 인사들은 가고시안 갤러리의 중요 고객들이다.
그중 단연 관심을 끄는 인물은 럭셔리 패션 브랜드 루이비통의 부회장 델핀 아르노(Delphine Arnault)다. 델핀 아르노는 다수의 하이엔드 패션 브랜드를 거느리고 있는 LVMH의 회장 베르나르 아르노(Bernard Arnault)의 맏딸이다. 아르노 회장은 파리에 현대미술 관련 문화재단인 루이비통 파운데이션을 설립한. 세계적인 아트 컬렉터이기도 하다. 가고시안은 완강히 부인하고 있지만 최근 가고시안 갤러리가 LVMH에 매각된다는 루머가 있는 시점이라 의혹은 점점 커져만 가고 있다. LVMH 가족이 자문 위원으로 포함된 만큼 앞으로 가고시안 갤러리에 럭셔리 패션 브랜드의 마케팅 전략이 더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특정 패션 브랜드와 아티스트와의 협업으로 탄생한 제품들은 이미 많은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어내고 있다.
소셜미디어 플랫폼 회사 스냅챗의 대표인 이반 스피겔(Evan Spiegel)이 자문 위원 명단에 포함된 것도 흥미롭다. 아직 NFTs와 같은 디지털 미술 시장에는 소극적이었던 가고시안이 생소한 분야에 적극적으로 투자할지도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 스피겔은 가고시안 갤러리가 예술과 새로운 기술이 융합된 장르를 개척하는 데 도움을 줄 예정이라 했다.
미술계 내부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인물들도 물론 포함됐다. 한때 가고시안 갤러리 글로벌 세일의 절반을 차지했을 만큼 중요했던 러시아 개러지 현대미술관(Garage Museum of Contemporary Art)의 공동창업자 다샤 주코바(Dasha Zhukova)와 휘트니 뮤지엄 전 큐레이터였던 프란치스코 보나미(Francesco Bonami)는 갤러리 전시 기획 측면에 자문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화려한 가고시안의 자문위원회 이사 명단 공개는 오늘날 글로벌 미술 시장의 씁쓸한 이면을 드러내기도 한다. 이제 미술품은 단순히 예술품의 범주에 머무르지 않는다. 특히 현대미술품은 동시대 예술가 개인의 감정이 기록된 형태를 넘어서 럭셔리 재화에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 높은 수요를 지닌 블루칩 작가들의 작품을 얻기 위한 과정은 흡사 명품을 구매하기 위한 과정과 비슷하다. 원하는 작품을 손에 넣기 위해서는 오랜 기간 갤러리와 신용을 쌓아야 하며, 갤러리 작가들 작품을 어느 정도 구매해야 한다. 가고시안의 자문 위원회 구성원들을 살펴보면 앞으로 이러한 현상들이 더 자주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미술계의 큰 손인 메가 컬렉터들에 의해 주목받는 작가들이 더 자주 노출되며, 특정 작가에 수요가 쏠릴 것이다.
젊은 시절 LA에서 포스터를 파는 일에서 사업을 시작한 가고시안은 현재 전 세계 16개 지점에 자신의 갤러리를 운영하고 있다. 그는 연간 조 단위의 매출을 올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가 야심차게 구상한 자문 위원회 이사들이 가고시안 갤러리의 미래를 비롯해 미술계 내에 어떠한 영향력을 미칠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 /글·사진(뉴욕)=엄태근 아트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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