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와 댓글 관계에 대해 더 깊게 파고들여야"
[미디어오늘 4기 독자권익위원회 5차 회의]
[미디어오늘 박재령 기자]
미디어오늘 4기 독자권익위원회(위원장 김서중) 5차 회의가 지난 4일 서울 당산동 미디어오늘 사무실에서 열렸다.
이날 회의에는 김서중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조아라 언론인권센터 활동가, 황연주 젠더정치연구소 사무국장, 이해수 고려대 미디어학 교육연구단 연구교수, 이은용 전국언론노동조합 민주언론실천위원장, 김원재 청년 독자가 참석했다. 미디어오늘에선 이재진 편집국장, 금준경 뉴미디어·정책팀장, 박재령 기자가 참석했다. (이하 직함 생략)
이은용=스트레이트 기사와 해설기사가 혼재되다 보니 서술어가 섞여서 나올 개연성이 있다. 스트레이트성의 건조한 기사는 분명히 '밝혔다' '말했다'로도 충분할 것이고 해설기사는 규탄까지는 아니더라도 그에 준하는 형태의 다양한 서술어를 쓸 수 있다. 서술어를 쓰기 전에 중요한 것은 이 기사가 스트레이트인지 해설기사인지 명확하게 하는 것이다.
'지주회사 전환? 승계구도? 고심 깊은 조선일보' 기사는 틀은 스트레이트처럼 보이는데 이 안에 담긴 내용은 해설기사처럼 읽힌다. '~라는 추측이 힘을 얻고 있다', '풀이된다' 등의 표현이 있다. 논설처럼 읽힐 수도 있는데 이것이 1면 사이드탑으로 쓰인 것은 좀 틀과 내용이 어긋나있을 수 있다.
이재진=스트레이트와 해설기사 구분은 기자들에게 강조하고 있는 문제다. 스트레이트성 소재를 어떻게 잘 스토리텔링으로 풀어볼 것인가 고민하는 친구도 있다. 저희는 1면과 3면에 주로 하고자 하는 의제를 던진다. 1면 메인기사는 스트레이트성 단독 발굴이 우선시돼야 한다는 것을 강조했다.
황연주=''빗썸' '이승기' 탐사보도 주목끈 디스패치…첫 기자상까지' 기사를 보고 인터뷰이가 하는 말에 동의가 되지 않거나 문제가 있다고 판단 될 때 미디어오늘이 어떻게 처리하는지 궁금해졌다. 디스패치가 기자상을 받았다고 이전에 잘못한 것들이 사라지는 것은 아닌데 너무 띄우는 것 같아서 불편함이 있었다. 아직도 디스패치가 독자를 자극하면서 악플 생산에 일조하고 있는데 이 인터뷰가 그간의 디스패치 행태에 동의하는 걸까 하는 불편한 마음이 있었다.
이해수=상을 받은 기사의 접근 계기를 보면 역시 개인의 '사생활 캐기'다. 해당 기사로 박민영에 대한 비난, 공격도 되게 많았는데 디스패치는 아무 책임을 지지 않았다. 이번 인터뷰로 미디어오늘이 면죄부준 것처럼 읽힐 수 있다. 인터뷰는 할 수 있지만 날카로운 질문을 던졌어도 좋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디스패치의 과오와 과거 행보 등 비판적으로 물었어야 했는데 너무 아름답게 끝났다.
이재진=비평매체에서 한 사람을 띄워주면 업계에서 주목을 받는 경향성도 있어 항상 경계해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디스패치의 저널리즘은 확실히 문제가 많다. 취재방식, 가치에 대해 후속으로 다뤄보도록 하겠다.
김서중=기사의 목적에 대해 생각할 때가 있다. 목적에 대한 고민이 있어야 질문과 관점이 달라질 수 있다. 예를 들어 '영화계 거장 카메론 감독이 EBS강연에 나올 수 있었던 이유' 기사는 단순히 카메론 감독을 인터뷰했다는 사실에 대한 자랑을 들려주는 것처럼 느꼈다. 과정에 대한 어려움이나 언론인들이 '우리도 이렇게 해보자'라고 관심 가질만한 부분이 없었다. 미디어오늘이 이것을 '왜' 다뤄야 하는지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이은용='롯데홈쇼핑 업무정지 제재는 왜 '새벽시간'일까' 기사에서 부제목에 “'프라임 시간대' 방송정지 결정했으나 패소”라고 돼 있는데 이것이 누가 패소 혹은 승소한 것인지 안 나왔다. 독자는 부제목만 보고 떠나갈 수도 있어서 누가 패소했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필요해 보인다. 기사 본문에서도 롯데홈쇼핑에 대한 실제 제재의 핵심내용이 빠졌다.
황연주=“저널리즘 품격 높이는 지원책 마련하는게 네이버와 다음이 할 일” 기사에서 맨 마지막에 주최 3명 포함 인사말, 축사 등 관련 의원들 이름이 많이 등장했다. 이 부분은 불필요한 정보값이라고 생각한다. 이 의원들이 토론회가 있었다는 것을 과연 알고 있을까 의문이다.
금준경=명단은 일부러 넣은 측면이 있다. 오히려 보통 토론회는 국회 2~3명의 이름만 등장하는데 이번 기사처럼 포털에 대한 '정치과잉'적인 접근이 유의미하다고 봤다. 이 명단을 넣는 의미를 쓸까 말까 고민하기도 했다.
조아라='혐오의 장 된 포털 댓글 어떻게 할 것인가' 기사 관련, 댓글 논의에선 풍선효과보다 다른 이야기가 필요하지 싶다. 실제 기자들에게 질문하는 방법도 있다. 댓글에 대해 어떻게 받아들이고 영향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젠더데스크에서 활동하시는 분들도 좋은 취재원이라고 생각한다. 본인이 어떻게 댓글에 직접 개입할지 고민하는 기자들도 있다. 기자와 댓글의 관계에 대해 미디어오늘이 더 깊게 파고들 지점이 있다고 본다.
김원재=포털 기사의 댓글은 약간 공식성을 사람들에게 띠는 것 같다. 네이버 뉴스 댓글을 보면 사람들이 다 이렇게 생각하는구나 라고 생각할 수 있다. 설령 풍선효과가 있더라도 치우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네이버에서 일괄적으로 댓글을 닫으라고 했을 때 자극적 기사로 돈을 벌던 언론이 실제 닫는 것을 보고 가증스럽게 느끼기도 했다. 언론사 자체적으로 정화하는 프로세스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미디어오늘도 그런 얘기를 했으면 좋겠다.
이해수=풍선효과에 대해 뚜렷한 상관관계가 있는지 의문스러워 '깨진 유리창 이론'이 좀 더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지금 우리 사회 자체가 깨진 유리창을 방치해놓은 상황이라 언론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서 여러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커뮤니티는 선택해서 접속할 수 있지만 기사는 선택이 불가하다. 기사 댓글 닫아놓는 장치는 일종의 사회적 책임일 수 있다. 댓글창 관련해서 언론이 언론의 사명을 다하기 위해 어떤 기술적 장치를 어떻게 활용하려고 고민하는지 미디어오늘이 다뤄야 한다.
이은용=규모 있는 종이신문은 인터넷, 온라인 보도를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종이에 남는 기사만 중요하게 생각해 댓글이 그냥 방치되는 것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댓글을 일괄적으로 닫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대부분의 기자들은 자신 기사에 대한 반응을 보고싶어 하기 때문이다. 독자로 소통할 수 있는 가장 잘 뚫린 길을 다 닫는 것은 반대한다.
조아라=언론사가 섬세하게 조치하고 싶어도 막상 언론이 할 수 있는 것이 그렇게 많지 않다. 포털이 제공하는 세이프봇, 클린봇만 봐도 제거된 댓글이 그렇게 많지 않다.
이해수=댓글창 완전폐지는 또 다른 방식으로 악용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완전폐지가 답은 아니고 앞으로 이태원참사 같은 사안이 있을 때 어떻게 악성댓글을 예방할 것인가. 어떻게 섬세하게 다뤄서 댓글창의 역기능을 예방할 것인가 이런 접근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다들 고민은 하고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세이프봇이 지금은 기계적이지만 추후에 AI가 도입돼서 딥러닝하면 좀 더 섬세하게 규제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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