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아버지는 제가 '아동 매매' 피해자란 사실에 무너졌습니다"

2023. 1. 14.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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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2명 해외입양인들의 진실 찾기] ⑪ 친부모·입양부모도 피해자로 만드는 입양 시스템

[영 피렌스 해외입양인]
이 글은 영 피렌스가 지난해 벨기에 신문 <De Morgen>에 쓴 의견 기사를 수정, 보완한 것입니다. 당시 벨기에 플랑드르 지방 정부는 에티오피아 출신 입양과 관련해 불법적 관행이 발생한 후 전문가들을 임명해 조사를 벌였습니다. 지난해 6월 9일 벨기에 연방 하원은 불법 입양 희생자들에 대한 정의와 인정을 요구하고 빈센트 반 퀴켄본 법무부 장관에게 국가간 입양에 대한 의회 조사를 시행하도록 촉구하는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표결했습니다. 하지만 장관은 아직 이 요청에 응답하지 않았습니다.

영 피렌스는 벨기에의 네덜란드어권 지역에 살고 있는 46세의 한국 출신 입양인입니다. 그녀는 생후 9개월 벨기에 가정에 입양되었습니다. 그녀의 한국 이름은 정유희입니다. 그녀는 플랑드르(벨기에 북부의 네덜란드어)의 한 출판사의 편집자이자 입양인 이익 단체인 CAFE(Critical Adoptee Front Europe)의 회장입니다. 그녀는 벨기에 하원에서 개인적인 입양 이야기에 대해 증언했으며, 한국의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이하 진실화해위원회)에 해외입양과 관련된 인권침해에 대한 조사를 요청한 300여명의 한국인 입양인 중 한명이기도 합니다.

다음은 피렌스의 증언을 정리한 내용입니다.

만약 플랑드르 복지부 장관을 믿는다면, 곧 최소 2년의 입양 중단이 있을 것입니다. 그 이유는 입양 학대에 대한 보고서와 이와 관련해 전문가 패널이 제시한 권고 사항 때문입니다. 2년간의 조사는 수십 년 동안 국제 입양에 많은 것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증명했습니다. 불법적인 관행은 주로 칠레, 인도, 르완다와 같은 개발도상국으로부터의 입양과 관련되어 있습니다. 그 중에는 한국도 있습니다. 그 보고서는 어제(2022년 9월 21일) 플랑드르 복지 위원회에서 논의됐습니다.

국가간 입양제도의 철저한 개혁은 대부분의 성인 입양인들 또한 수년간 요구해온 것입니다. 이 보고서에는 입양제도가 수백 명의 플랑드르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아동 입양에 대한 소망에 초점을 맞추고 있고, 그러다보니 시스템에 재정적 인센티브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것은 헤이그 입양 협약에 따른 아동의 최선의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닙니다. 때문에 입양된 아이들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국가 간 입양 시스템을 철저하게 개혁할 필요가 있습니다.

아이를 입양보내는 나라의 불투명한 입양 관련 법과 허술한 입양 시스템은 너무 자주 아동의 인권을 침해하고 있습니다. 이는 친생부모와 양부모 모두의 인권 침해도 해당됩니다.

유엔아동권리협약에 따르면, 입양은 취약한 아동을 위한 따뜻한 가정을 찾는다는 원칙에 근거해야 합니다. 그러나 불행히도 양부모의 바람과 필요가 여전히 주로 고려되고 있고 그러한 아이를 갖고자 하는 그들의 열망이 수요와 돈 위주의 시장을 조장하고 있습니다.

아이가 있는 가정을 꾸리려는 강렬한 열망은 1950년대 초 아프리카와 아시아의 모든 지역에서 유럽과 북미로 아이들이 유입되면서 시작된 입양의 물결을 부채질했습니다. 최초의 채택자들은 진보적인 평화주의자들과 카리타스의 원칙에 기초하여 끔찍한 운명으로부터 아이들을 보호하기를 원했던 기독교인들로 구성되었습니니다.

이후 입양은 자연적으로 오지 않는 아이의 대안이 되었습니다. 이는 수천 명의 아이들을 벨기에로 데려온 자선 원칙의 상업화의 시작이었습니다. 많은 입양인들 그들의 입양 서류에 명시되어 있듯 고아들이 아니라 불법적인 관행을 통해 입양됐다는 것이 확인되고 있습니다. 신분 위조 외에도, 노골적인 납치 사례와 '서류 고아'라고 불리는 잘못된 고아 지위 신고 사례도 있습니다.

나의 양부모는 플랑드르의 입양 부모 2세대에 속합니다. 그들은 최고의 삶을 두 양녀에게 주기 위해 무엇이든 할, 선의로 가득 찬, 사랑 넘치고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이었습니다. 1970년대 그들은 지금에는 모든 입양 부모들이 이용할 수 있는 전문 지식들이 없이 지내야 했습니다. 입양 가족에 대한 사후 관리는 현재 이용 가능한 것보다 훨씬 적었습니다. 당시 인터넷은 입양인들의 높은 자살률에 대한 놀라운 연구 결과들로 도배되기 전이었습니다. 애착 문제, 이별 불안, 문화 뿌리뽑기 등을 알려줄 사람이 없었습니다. 인종차별주의는 그냥 받아들여야만 하는 것이었습니니다.

그러나 내 양부모는 부족한 사후 조치와 많은 우여곡절에도 불구하고 잘 극복해냈습니다. 그러나 그들 삶의 막마지에 내 양부모 또한 결국 시스템에 깊이 실망하고 희생자가 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나는 그 큰 덩치의 양아버지가 자신의 가장 소중한 존재인 양딸이 고아가 아니었다는 말을 듣고 무너져내리는 모습을 지켜봤습니다. 그에게도 소중한 딸을 아직도 몇 년 동안이나 찾고 있는 친어머니, 친아버지, 형제, 그리고 자매들이 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그 눈물, 내려앉아 다시는 일어서지 못할 자랑스러운 어깨, 꽉 쥔 그의 주먹 때문에 피가 통하지 못해 하얗게 질린 손가락 마디 마디는 그가 무의식적으로 아동매매라고 밖에 설명할 수 없는 것을 했다는 것에 대한 고통, 실망, 분노의 극히 일부만을 보여주었습니다. 그 고통은 9년 전에 그가 죽을 때까지 곁에 남아 있었습니다.

제 양아버지가 돌아가신 지 8주 후, 제 양어머니와 저는 입양에 대해 대화를 나눴습니다. 그녀는 내가 내 역사와 한국에서 재회한 친가족에 대해 평화로운지 물었습니다. 내가 긍정적으로 대답했을 때, 나는 수년간 슬픔과 죄책감으로 둔해진 눈에서 다시 반짝임이 나타나는 것을 보았습니다. 내 감내는 그녀가 그런 감정들을 너그러이 보낼 수 있게 하는 신호였습니다. 다음날 양어머니 역시 매우 갑작스럽고 너무 일찍 돌아가셨습니다.

나는 입양의 중단과 전문가들의 권고에도 성공적으로 저항해온 많은 입양 희망 부모들이 몇 년 후 그들의 입양 자녀가 불법 입양, 아동 인신매매 또는 납치의 희생자라는 말을 들었을 때 어떻게 반응할지 궁금합니다. 그들은 자신들이 2021년에도 납치를 가능하게 했던 예전의 시스템을 똑같이 유지하기 위해 열정적인 노력을 했다는 것을 과연 관대하게 인정할 수 있을까요?

그들이 피해자들의 증언을 대부분 무시한 것은 자신들의 환상을 영원한 것으로 만드려는 의지가 현실을 직시하는 능력보다 크기 때문일까요? 그들은 자신들이 그렇게 원했던 아이로부터 아직도 얼마나 많은 신뢰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할까요? 그들은 아이들을 양육하고 싶어하고, 더 나은 기회를 제공하고, 보호하고 싶어했습니다.

2년은 여러분이 정말로 원하는 것을 기다려야 하는 긴 시간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어린아이뿐만 아니라 자신까지 끔찍한 운명에서 구해냈다면 2년은 작은 희생일 수 있습니다.

▲이 글을 쓴 영 피렌스. ⓒ영 피렌스

지난 9월 283명의 해외입양인들이 진실화해위원회에 입양될 당시 인권침해 여부를 판단해달라는 조사 신청서를 제출했다. 세 차례에 걸쳐 추가로 신청서를 제출하면서 372명으로 늘어났다. 1970년대부터 1990년대 초반까지 권위주의 시기에 한국에서 덴마크와 전세계로 입양된 해외입양인의 입양과정에서 인권 침해 여부와 그 과정에서 정부의 공권력에 의한 개입 여부에 대한 조사를 요청한 것이다. 다행히 진실화해위는 12월 8일 '해외 입양 과정 인권침해 사건'에 대해 조사 개시 결정을 내렸다고 발표했다. 이는 한국이 해외입양을 시작한지 68년의 첫 정부 차원의 조사 결정이다. <프레시안>은 진실화해위에 조사를 요청한 해외입양인들의 글을 지속적으로 게재할 예정이다. (편집자주)

[영 피렌스 해외입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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