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핵관 "나경원, 얄팍한 지지율로 패륜"…미등록 여론조사도 돌아, 업히는 김기현
국민의힘 3·8 전당대회를 앞두고 대통령실, 친윤(親윤석열) 간판을 독점한 계파 차원의 '나경원 때리기'가 최고조에 이르고 있다. 당심(黨心) 100% 지도부 경선이 예고됐지만 윤심(尹心)을 내세운 흔들기가 거듭된 데다, 전임 '이준석 지도부'에서 논란 됐던 '내부총질'의 주체가 비주류에서 주류로 반전된 양상이다. 14일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여심위)에 '미등록'된 국민의힘 지지층 당대표 선호도 여론조사 결과가 유포되기도 했다.
당권주자 김기현 의원과 '김·장연대'를 과시하며 조직적으로 지원해온 장제원 의원은 이틀 연속 나경원 전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를 원색 비난했다. 전날(13일) 대통령실이 법령상 '위촉위원'직인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간사위원)직과, 헝가리 성공사례식 저출생대책 시비와도 무관하던 명예직인 외교부 기후환경대사(대외직명대사 직책 중 하나)직을 싸잡아 징계성 "해임"했다고 브리핑한 데 이어서다.
장제원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 글로 나경원 전 원내대표를 겨냥 "얄팍한 지지율과 일자리가 필요한 정치낭인들에 둘러싸여 헛발질을 거듭하고 있다"며 "느닷없이 민주투사로 둔갑해 벌일 눈물의 출마선언을 기대해 본다"고 조롱했다. 나 전 원내대표를 "대통령이 임명한 공직으로 대통령과 거래를 시도했던 패륜", "간보기 정치", "너무나 통속적인 정치신파극"의 주체로 거론하며 '반윤(反윤석열) 몰이'의 고삐를 좼다.
장 의원은 전날에도 페이스북으로 "국익을 위해 세일즈 외교를 나가시는 대통령의 등뒤에다 대고, 사직서를 던지는 행동"과 "대통령비서실장에게 문자 하나 '툭' 보내 자리를 집어던지는 태도"를 동시에 꼬집었다. 지난 10일 김대기 비서실장에게 통화와 문자로 사의 표명한 뒤로도 대통령실이 모르쇠로 대응했다가 12일 '사직서 미제출'을 이유로 들자, 나 전 원내대표가 13일 서면으로 사표를 낸 것까지 탓한 셈이다.
그는 또 나 전 원내대표의 '윤석열 정부 성공' 메시지에 "대통령을 가장 위하는 척 하는 위선적 태도", "고고한 척하는 행태는 친윤을 위장한 비겁한 반윤", "'분탕질'을 하는 사람은 이준석·유승민으로 족하다", "반윤의 우두머리가 되겠다는 것", "박해를 받아 직에서 쫓겨나는 것처럼 약자 코스프레" 등 폄하를 쏟아냈다. "당에서 가장 혜택을 받은 사람이 도대체 누구냐. 장관급 자리를 2개나 가지고, '퍼스트 클라스' 타고 다니면서 장관급 예우를 받는 것이 약자냐"고도 했다.
장 의원은 "더군더나 불과 3개월 전에 본인이 그토록 원해서 간 자리가 저고위 부위원장"이라며 "기후환경대사직은 본인이 원하는 명칭으로 바꿔주면서까지 배려한 자리다. 오로지 자기 밖에 모르는 사람 아니냐"고도 했다. 하지만 나 전 원내대표 측은 당일 "사실과 다르기에 바로잡는다"며 "나 전 원내대표는 저고위 부위원장직을 요구한 바 없다. (퍼스트클래스 좌석을 이용한 적도 없다"고 반박했다.
대통령실의 저고위 해촉·대외직명대사 해임에 관해선 나 전 원내대표 본인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통령님의 뜻을 존중한다"며 "어느 자리에 있든 윤석열 정부의 성공과 대한민국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만 밝혔다.
한편 이날은 여론조사를 둘러싼 논쟁 조짐도 일고 있다. 통상 월요일마다 4~5일치 주간집계(총 2500명 가량 응답)를 발표해오던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는 이례적으로 토요일인 이날, '국민의힘 지지층을 대상으로 차기 당대표 적합도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김기현 의원이 나 전 원내대표를 오차범위 내 앞섰다'는 조사결과를 공개했다.
복수언론 보도에 따르면 리얼미터는 지난 12~13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250명을 설문한 결과, 선호하는 여당 대표로 국민의힘 지지층 응답자(1250명 중 515명)의 32.5%가 김 의원을 꼽았고 나 전 원내대표가 26.9%로 2위에 올라 오차범위(95% 신뢰수준에 ±4.3%포인트) 이내 격차가 난 것으로 집계했다.
3위는 안철수 의원(18.5%), 4위 유승민 전 의원(10.4%), 5위 윤상현 의원(1.6%) 순이었으며, 기타 인물 지지자는 6.7%, '잘 모르겠다'는 응답은 3.5%였다. 당선 가능성에서도 김기현 35.2%, 나경원 29.4%, 안철수 15.8%, 유승민 6.3%, 윤상현 4.8% 등 같은 순서가 나타났다고 한다.
다만 14일 정오(낮 12시) 기준 해당 조사는 여심위 홈페이지나 리얼미터 홈페이지에 등록돼있지 않다. 공직선거법상 정당지지율이나 대선·총선 등 선거 지지율 설문과 같은 '선거 관련 여론조사'는 여심위 미등록 업체가 공표할 수 없다.
마찬가지로 여심위 등록업체라도, 등록되지 않은 선거 관련 여론조사 결과를 공표하는 것도 논란 여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당 조사에선 전체 정당은 아니지만 국민의힘 지지율이 약 41.2%(1250명 중 515명)라는 정황이 포함됐다.
장 의원 측근으로 알려진 박수영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을 통해 나 전 원내대표를 "제2의 유승민은 당원들이 거부할 것"이라고 낙인 찍은 데 이어, 이날은 "리얼미터 여론조사 김기현 1위 32.5% 나경원 2위 26.9% 안철수 3위 18.5%"라는 수치만 홍보하기도 했다.
나 전 원내대표 측에선 해당 조사 결과를 예단한 업체 대표의 최근 행보를 들어 조사 신뢰성을 의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나 전 원내대표를 지지하는 박종희 국민의힘 전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에 "당대표 여론조사에 무슨 외압이나 로비가 작용했을까. 다음 주 발표될 여론조사 믿을 수 있을까"라고 적었다.
박종희 전 의원은 "한 여론조사업체 대표가 어제(12일) 저녁 한 라디오 뉴스 프로그램에 나와 국민의힘 전당대회 1·2위가 바뀐다는 예측을 했는데, 여론조사 과정을 지켜보고 있었다는 고백이나 다름없다"며 "'나 전 원내대표는 이런 추세 때문에 출마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았다"고 지적했다.
이는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가 지난 12일 저녁 CBS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저희가 조사를 1~2일차 하고 있는데 김 의원의 상승이 만만치 않다. 지지율이 많이 올랐거나 역전 가능성도 있다"고 발언한 것을 지목한 것이다. 여론조사업체 대표가 조사 결과를 종합하기 전부터 추세를 공개한 셈이다.
박 전 의원은 "제가 전화를 걸어 '최종 결과도 보지 않고 어떻게 방송에서 그런 얘기를 할 수 있느냐' '여론조사 응답에 영향을 미치지 않겠느냐'고 따졌다"며 "(이택수 대표는) '방송을 들은 사람은 거의 없어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해명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엄청난 음모와 공작이 아주 공정하게 진행돼야 할 여론조사업체의 직업윤리를 마비시키고 있다"며 "불순한 의도가 이 여론조사에 개입됐다고 생각하고 싶지 않다. 만일 그런 의도가 있었다면 국민의힘 당내 민주주의는 송두리째 무너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박 전 의원은 이날에도 해당 여론조사 의뢰주인 미디어트리뷴의 주소지가 특정 선거기획사와 주소지가 동일하다는 등 의혹을 제기하며 "수가 뻔히 보이는 여론마사지에 속을 당원들이 얼마니 될까"라고 주장했다.
한기호기자 hkh89@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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