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가 아닌 가해자를 배려하는 한국의 교통사고 법규

2023. 1. 14. 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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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2년 12월 9일 금요일 저녁 8시 30분경.

서울에 사는 한결·김미환 부부는 평상시와 다름없이 저녁 식사를 하고 동네 산책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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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교통사고 피해자 한결·김미환 부부

[김성수 <함석헌 평전> 저자]
지난 2022년 12월 9일 금요일 저녁 8시 30분경. 서울에 사는 한결·김미환 부부는 평상시와 다름없이 저녁 식사를 하고 동네 산책을 했다. 익숙하게 다니는 왕복 6차선 도로로 부부는 신호등 없는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었다. 큰길의 좌회전 차선이 빨간불로 바뀌는 것을 보며 이들 부부가 길을 건너는데, 갑자기 차 한 대가 빠른 속도로 다가왔다. 부부는 횡단보도를 절반 이상 건넌 상태였기에 다가오는 차량이 당연히 멈출 줄 알았다.

하지만 차는 멈추지 않았다. 차는 순식간에 왼쪽으로 걷던 한결 씨를 제치고 오른쪽으로 걷던 아내 김미환 씨를 향해 돌진했다.  김 씨의 오른발 뒤꿈치에 차량의 왼쪽 앞 타이어가 끼며 돌진하던 차량은 '끽' 소리를 내며 멈췄다. 한결 씨는 아내가 '악'하는 비명과 함께 쓰러질 때 아스팔트 바닥에 머리를 찧으며 났던 그 소리를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이 사건의 가해자는 과거에 접촉 사고 3번으로 종합보험 가입이 거부됐다고 한다. 이처럼 상습적으로 사고를 내는 운전자의 경우 종합보험 가입이 거부되는 것이 아니라 차를 몰수하고 면허증을 반납 받아야 옳지 않을까. 

참고로 필자가 살고 있는 영국에서는 비보험자가 운전으로 사고를 낼 경우 정부가 먼저 피해자에게 비보험자인 가해자를 대신해 보상해 준다. 그 후 피해자에 대한 손해배상 비용, 각종 제반 비용, 벌금 등을 국가가 가해자 재산에서 몰수하고 동시에 형사처벌을 한다. 이처럼 영국의 법과 제도는 철저하게 교통사고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 위주로 되어있다. (https://www.gov.uk/compensation-victim-uninsured-driver)

다음은 교통사고 피해자 한결 씨와 지난 10일부터 12일까지 인터뷰한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다음은 사고 동영상)

- 지난해 교통사고 후 지금 부인의 상태는 어떤지?
"사고 후 아내는 대형병원에서 10일간 입원하여 치료를 받고, 지금은 재활병원에 재입원하고 대형병원으로 외래를 다니고 있다. 신경과 정형외과 이비인후과 안과치료를 받고 있다. 다행히 머리 쪽의 출혈은 멈춘 상태이나, 얼마 전부터는 후각에 문제가 생겼다."

- 이번 사건을 겪으며 경찰(정부)의 문제가 무엇이라고 느꼈나?
"경찰 조사관이 사고난지 30분 만에 전화가 왔다. 그때 상황은 대형병원 응급실 앞에서 들어가니 마니 옥신각신 할 때였다. 아내는 고막이 터져 귀에서는 계속 출혈이 나온 상태였고, 뇌CT부터 찍기를 원했으나 병원은 이비인후과의 의사가 없다며 조치가 힘들다 할 때였다. 그 상황에 온 경찰의 전화 내용은 사고접수에 대해 얘기하며 크게 다친 게 아니라고 했다. 응급실도 안 와보고 현장에서 본 것도 아닌 경찰조사관이 그런 말을 하는 게 의아하고 놀라웠다. 뉘앙스는 사고 접수를 하나 안 하나 보험 접수하고 처리는 같다는 것이었다."

- 이번 사건을 겪으며 가해자의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이라고 느꼈나?
"사고 났을 당시에도 내가 가해자에게 바로 물어본 게 '왜 신호를 어기냐?'였다. 가해자는 아니라고 했으나 나는 분명히 신호위반을 보았고 경찰 조사 과정에서 확인됐다. 그런데도 가해자는 조사 과정에서도 끝까지 신호 위반을 부인했다. 가해자는 사고의 원인이 아들을 급히 데려다 주다 그런 것이라며 아들 핑계를 댔다. 가해자는 종합보험을 안 들고 책임보험만 들었는데, 전에 3번의 접촉사고가 있어 종합보험을 들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 가해자는 더욱 조심해서 운전해야 했다. 

- 이 사건을 겪고 나서 두 분의 삶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일상이 송두리째 파괴되었다. 가해자가 형사합의 없이 범칙금과 벌점으로 해결 된 다는 게 이해가 안 된다. 더구나 12대 중대사고중 가해자는 세가지나 위반을 했다. 부상을 당한 아내는 말할 것도 없고 그 옆에서 고스란히 현장을 보아온 나도 일상생활에 막대한 피해를 보고 있다. 아내는 30년 다니던 직장을 휴직 했고 일은 더 이상 할 수 없을 듯하다. 나도 아내를 돌보느라 연차와 반차를 쓰면서 병원에서 숙식하며 출퇴근을 하고 있다.  무엇보다 평범한 일상이 완전히 붕괴되었다. 

특히 내 직업이 수입이 워낙 불규칙한 직업이라서 그동안 아내가 주 수입원이었다. 나는 지난 2021년 9월부터 장애인 사업장에서 일을 하고 있다. 현재는 아내가 휴직을 했으니 임금의 85%를 받지만 이 사고로 퇴직을 하게 되면 그 이후의 보상을 어렵다고 한다."

- 향후 가해자와 경찰(정부)이 어떤 조치를 취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보는지?
"대중대사고의 근본적 의미를 살려야 한다. 피해자가 사망이나 개호환자가 아니라고 합의 없이 범칙금만 부과해서야 어떤 가해자가 무서워하겠는가? 가장 기본적인 것을 어겼을 때는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

지인들이 여러 가지 조언을 많이 해준다. 손해사정인과 변호사도 만났는데, 의견이 다 다르더라. 형사합의를 해주지 말라는 변호사도 계셨는데, 범칙금으로 끝났다는 경찰 조사관의 말을 듣고 놀랐다."

- 이 글을 읽는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나와 같은 사례를 겪은 분들의 조언이 많은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전반적으로 한국사회의 교통사고 정책은 가해자를 위한 정책이다. 그 이면에는 차가 사람보다 우선이라는 인식이 있다고 생각한다. 횡단보도를 멀쩡히 건너는 사람에게 자기가 먼저 간다며 경적을 울리는 운전자를 보는 것은 너무도 흔하다. 과거에 내가 건널목에서 차량에 치일 뻔한 적도 있었는데 당시 운전자에게 뭐라고 했더니 오히려 내게 욕을 했다. 가장 기본적인 원칙을 어길 때 일어나는 인사 사고에 대해서는 범칙금이 아니라 그에 합당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한국 사회는 기본을 망각한 사회이다. 오죽하면 사고 당하는 사람만 억울하다는 말이 나왔겠는가."

▲교통사고를 당하기 전 건강했던 부부의 모습. ⓒ김성수

[김성수 <함석헌 평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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