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르도안 '몽니' 통했나… "美, 튀르키예에 전투기 수출"

김태훈 2023. 1. 14. 13:04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확대 및 강화가 시급한 미국이 튀르키예(터키)에 '당근'을 던진 것일까.

미국이 튀르키예에 F-16 전투기를 추가로 판매하기로 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와 눈길을 끈다.

13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에 따르면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F-16 전투기 40대, 그리고 튀르키예 공군이 이미 보유한 F-16 전투기 79대를 위한 정비 키트를 수출하기 위해 의회에 승인을 요청할 예정이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WSJ "F-16 전투기 40대, 미사일 900여기 대상"
핀란드·스웨덴 나토 가입 지연에 당황한 미국
결국 튀르키예 요구 들어주는 양보에 나선 듯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확대 및 강화가 시급한 미국이 튀르키예(터키)에 ‘당근’을 던진 것일까. 미국이 튀르키예에 F-16 전투기를 추가로 판매하기로 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와 눈길을 끈다. F-16은 튀르키예가 내심 원하는 최첨단 스텔스 전투기 F-35에는 못 미치는 사양이나, 아무튼 튀르키예의 공군력 보강에는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 세계일보 자료사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속에서 미국은 핀란드와 스웨덴 두 중립국이 하루빨리 나토에 가입하길 희망하나, 양국의 나토 가입 비준안이 튀르키예 의회의 문턱을 넘지 못해 이들은 아직도 정식 회원국이 되지 못하고 있다.

13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에 따르면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F-16 전투기 40대, 그리고 튀르키예 공군이 이미 보유한 F-16 전투기 79대를 위한 정비 키트를 수출하기 위해 의회에 승인을 요청할 예정이다. F-16 전투기 40대는 금액으로 따져 200억달러(약 24조8000억원) 규모에 달한다. 의회 승인이 이뤄지면 F-16 전투기에 장착할 미사일 900여기, 폭탄 800여발 등도 함께 튀르키예에 수출될 전망이라고 WSJ는 덧붙였다.

WSJ는 미 행정부의 이같은 조치가 스웨덴·핀란드의 나토 가입을 고의로 지연시키는 튀르키예를 달래 생각을 돌리게 만들기 위함이라고 분석했다. 지난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 핀란드와 스웨덴이 나토 회원국 가입을 정식으로 신청하자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은 반대 입장을 밝혔다. 두 나라가 쿠르드족 분리주의 무장조직 쿠르드노동자당(PKK)에 우호적이며, PKK 관계자들을 난민처럼 보호하고 있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튀르키예는 PKK를 자국 정권 전복을 노리는 일종의 테러단체로 간주한다.

결국 미국, 그리고 나토의 중재 아래 ‘핀란드·스웨덴이 PKK와 거리를 두는 대신 튀르키예는 두 나라의 나토 가입을 찬성한다’는 내용의 타협안이 마련됐다.
지난해 핀란드·스웨덴의 나토 가입 신청을 논의하기 위해 미국 백악관에서 만난 3국 정상들. 왼쪽부터 사울리 니니스퇴 핀란드 대통령,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마그달레나 안데르손 당시 스웨덴 총리. 바이든 대통령 SNS 캡처 
이후 나토 기존 30개 회원국 가운데 28개국 의회가 스웨덴·핀란드의 나토 가입안을 신속히 비준했다. 그런데 튀르키예와 헝가리만 비준 절차가 늦어지면서 결국 핀란드와 스웨덴은 ‘2022년 안에 나토의 정식 회원국이 되겠다’는 목표를 이루지 못하고 말았다. 그나마 헝가리는 ‘올해 초 의회에서 비준안을 처리할 것’이란 입장인 반면 튀르키예는 아무런 계획도 밝히지 않으면서 “PKK와 관계를 끊겠다는 약속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고 비난을 퍼붓는 중이다.
일각에선 튀르키예의 진짜 목표는 미국에서 첨단 전투기를 확보하는 것이라고 본다. 그간 미국은 튀르키예가 러시아제 방공미사일을 도입하는 등 나토 회원국이면서도 나토의 ‘가상적(敵)’에 해당하는 러시아와 군사협력을 강화하는 점 등을 들어 자국 전투기 수출을 막아왔다. 튀르키예가 스웨덴·핀란드의 나토 가입에 ‘몽니’를 부리는 것이 실은 미국의 양보를 얻어내기 위한 협상 카드라는 얘기다.
미국 공군의 최첨단 스텔스 전투기 F-35. 튀르키예가 탐내고 있으나 미국은 판매를 거부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다만 F-16을 추가로 얻게 되었다고 해서 튀르키예 정부, 그리고 에르도안 대통령이 핀란드·스웨덴의 나토 가입안을 의회가 신속히 비준하도록 독려하고 나설 가능성은 작다는 관측도 있다. 튀르키예가 정말로 원하는 건 F-16이 아니라 스텔스 기능을 갖춘 최첨단 F-35 전투기라는 것이다. 나토는 새 회원국을 받아들일 때 기존 회원국 전체의 ‘만장일치’를 요구하는 구조를 갖고 있다. 따라서 튀르키예 의회가 스웨덴·핀란드의 가입 비준안을 끝내 통과시키지 않으면 두 나라의 나토 가입은 불가능하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