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버는게임(P2E)' 불법딱지 굳어진다
기사내용 요약
'P2E' 국내 금지 조치 합당하다는 법원 첫 판결
스카이피플, 게임위 상대로 낸 소송서 패소
확률형 아이템+현금화…'사행성' 조장 논란
"P2E 포기 못해" 해외로 눈 돌리는 게임사들
웹보드·소셜카지노에 P2E 붙이면 환전 가능
[서울=뉴시스] 오동현 기자 = 블록체인 기술 기반의 'P2E(Play to Earn: 돈 버는 게임)' 국내 서비스 시도가 불발됐다. 사법부가 '사행성'을 이유로 P2E 게임의 국내 유통을 금지해온 게임물관리위원회(게임위)의 손을 들어줬다.
이번 판결로 소송을 제기한 스카이피플 뿐만 아니라, 위메이드, 넷마블, 카카오게임즈, 네오위즈 등 블록체인 게임 사업을 전개하는 국내 게임사들의 시름은 더 깊어질 전망이다. 업계가 가뜩이나 'FTX 파산' 사태 등 가상자산 시장의 신뢰 악화로 부침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학수고대해온 국내 시장 진입 기대마저 꺾이게 된 것이다.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재판장 김정중)는 13일 스카이피플이 게임위를 상대로 낸 등급분류 거부 처분 취소 청구 소송을 기각했다. 소송이 제기된 2021년 5월 이후 1년 8개월여 만에 법원이 P2E 게임에 대한 국내 유통 금지 조치가 합당하다는 취지의 첫 판결을 했다.
'사행성' 조장 논란…확률형 아이템에 '환금성' 더해져
이에 게임위는 사행성 등을 이유로 자체등급분류를 직권 취소한 바 있다. 게임위는 '파이브스타즈' 속 NFT가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상 금지되는 점수보관증 등과 유사한 경품이라는 점 ▲NFT가 코인으로 유통·거래돼 현금화될 수 있는 상황에서 확률형 캐릭터 뽑기나 자동사냥 기능 등에 존재하는 우연성이 결합해 사행성을 조장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통을 막는 것이 적법하다고 반박해왔다.
게임위를 대리해 이번 소송을 벌여 이철우 변호사는 "게임에서 나오는 NFT가 미네랄 코인으로 유통되도록 게임사가 적극 유도해온 부분이 고려됐을 것 같다. 법원이 NFT 또한 가상자산의 일종으로서, 그동안 게임산업법 제28조 제3호에서 제공이 금지돼 오던 '경품'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또 "법원이 게임산업법 제28조 제2의 2호에서 금지하는 '게임물의 내용구현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운영방식을 통해 사행성을 조장하는 행위'로 봤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현재 국내에서는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에 따라 게임 내 재화를 현금으로 환전하는 행위를 환금성 및 사행성을 이유로 금지하고 있어, P2E 게임 국내 출시를 허용하지 않고 있다.
스카이피플에 앞서 국내 게임사 나트리스가 개발한 P2E 게임 '무한돌파 삼국지 리버스'도 2021년 등급분류 취소 처분을 받고, 행정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이 소송의 선고기일은 오는 31일이다. '무한돌파 삼국지 리버스'는 등급분류 취소가 결정된 후 P2E 요소를 빼고 '무한돌파삼국지 리버스L'이라는 이름으로 재출시돼 서비스 중이다.
"P2E 포기 못해" 해외로 눈 돌리는 게임사들…웹보드·소셜카지노에 붙인다
위메이드는 P2E 버전의 '미르4 글로벌'을 출시했으며, 후속작 '미르M'과 자회사의 소셜 카지노 게임에도 가상자산을 연계하는 준비를 하고 있다. 넷마블은 '킹 오브 파이터즈: 아레나'에 이어 '메타월드: 모두의마블'을 상반기 출시할 예정이다. 카카오게임즈의 자회사 메타보라는 골프게임 '버디샷'을 서비스 중이다. 네오위즈 역시 '크립토 골프 임팩트'를 출시했으며, 웹보드 게임 출시를 예고했다. NHN도 소셜 카지노 게임을 개발 중이다.
문제는 P2E 게임이 확률형 아이템과 맞물리면서 사행성을 키운다는 우려를 지울 수 없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은 "P2E가 게임 이용자들의 확률형 아이템 구매를 촉진하는 수단이 돼선 안 된다"며 "P2E와 확률형 아이템의 연결고리를 끊어야 한다. P2E가 허용되려면 확률형 아이템을 배제한 완전 무료 게임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온라인에서 즐길 수 있는 고스톱·포커와 같은 '웹보드' 게임이나, '소셜 카지노' 게임에 P2E 요소가 접목될 경우 게임머니의 환전이 가능해져 일종의 도박을 허용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 게임법에 따르면 웹보드 게임의 월 결제 한도는 지난해 70만원으로 상향됐는데, 웹보드 P2E 게임을 허용하게 되면 사실상 이런 규제 자체가 무용지물 될 수 있다.
이런 사행성 논란 때문에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중국에서도 P2E를 금지하고 있다. 글로벌 P2E 게임 '엑시 인피니티'가 탄생한 베트남에서도 공식적으론 허용하지 않는다. 특히 소셜 카지노 게임은 웹보드 게임과 달리 게임산업법상 도박 게임으로 간주해 우리나라는 물론, 해외 여러 국가에서 유료 서비스를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P2E 시장 규제 공백을 노려, 소셜 카지노 장르에 환전 시스템을 넣으려는 시도가 포착된다.
위정현 학회장은 "P2E는 게임의 미래가 아니며 소멸 시점에 접어들었다"면서 "이미 국내 게임업계는 이용자들로부터 신뢰를 잃은 지 오래다. 게임사들이 발행한 가상자산의 안전성 역시 담보할 수 없다. 특히 청소년들의 진입을 막아야 한다. '청소년판 바다이야기'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odong85@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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