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즉설]국힘 당권, 어디로 튈지 모르는 84만 책임당원이 최대 변수

은현탁 기자 2023. 1. 14. 1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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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진 질문에 답하는 나경원 전 의원 . 사진=연합뉴스

국민의힘 3·8전당대회 일정이 확정되면서 당권 주자들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습니다. 출사표를 던진 김기현·안철수 의원과 출마를 저울질 하고 있는 나경원· 유승민 전 의원의 4파전 양상입니다. 다른 후보들도 있지만 대세에 영향을 주지 못하고 있어요. 이번 주 [뉴스 즉설]에서는 4강 주자 간 물고 물리는 함수관계를 살펴보고, 책임당원들의 성향이 당권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예측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누가 돼도 안 이상한 4강 구도

국민의힘 초반 당권 경쟁은 절대 강자가 없는 4강 구도입니다. 김기현 의원이 윤심(尹心)을 등에 업고 광폭 행보를 하고 있고, 안철수 의원은 수도권 소구력을 내세우고 있어요. 나경원 전 의원은 13일 저출산고령화사회부위원장과 가후환경대사에서 해임되면서 출마 가능성이 더 높아졌습니다. 나 전 의원이 출사표를 던진다면 장고 중인 유승민 전 의원도 해볼 만한 싸움이 됩니다.

여론조사를 살펴보면 아직까지 판세는 오리무중입니다. 한길리서치가 지난 7-9일 전국 성인 1020명을 대상으로 차기 당 대표 선호도를 물은 결과 국민의힘 지지층에서 나경원 전 의원이 30.7%로 가장 높았고, 김기현 의원(18.8%), 유승민 전 의원(14.6%), 안철수 의원(13.9%) 순 입니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여론조사만 놓고 보면 그 누구도 상대 후보를 압도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국민의힘 지지층에서 나 전 의원이 1위이지만 당원 투표도 1위라는 보장은 없죠. 국민의힘 지지층과 당원들의 투표 성향이 비슷할 수도 있지만 다를 수도 있다는 얘기입니다.

나 전 의원은 출마쪽에 무게를 두고 있지만 불출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대통령실의 눈 밖에 나면서 '윤심' 과는 완전히 멀어졌어요. 막상 출마하면 동정표도 있겠지만 이탈표도 예상됩니다.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는 12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김기현 의원의 상승세가 만만치 않다. 지지율이 많이 올랐거나 역전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나 전 의원이 고심할 수밖에 없는 그런 상황이다"고 전망했어요.

김기현 의원은 사실상 친윤 단일후보로 날개를 달았습니다. 앞으로 나오는 여론조사를 살펴봐야 알겠지만 당분간 상승세를 탈 것으로 전망됩니다. 친윤 후보가 교통정리됐다면 나머지 후보들은 상대적으로 불리해 지겠죠. 안철수 의원과 유승민 전 의원도 컷오프를 통과해 결선 투표까지 가려면 다자 대결 구도가 형성돼야 합니다. 이런 상황을 감안한 듯 안 의원은 11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나 전 의원이) 출마했으면 좋겠다"면서 "컨벤션 효과를 얻기 위해 다양한 변수들, 다양한 분들이 참여해야 한다"고 밝혔어요.

◇월 1000원 당비 책임당원, 소신 투표 가능성

전당대회의 후보자 등록은 내달 2-3일이며, 정월 대보름인 2월 5일부터 선거운동이 시작됩니다. 예비경선(컷오프) 날짜와 방식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고, 본경선 투표는 3월 4일부터 7일까지 4일간 모바일 투표와 자동응답방식(ARS) 투표로 진행됩니다.

이번 전당대회는 투표에 직접 참여하는 책임당원의 표심이 어느 쪽으로 쏠리느냐도 변수입니다. 국민의힘 책임당원은 단돈 1000원씩 3개월만 내면 가능하며 다른 어떤 조건도 없습니다. 그러다 보니 당원수는 2021년 6월 전당대회 당시 28만 명에서 현재 84만 명으로 3배 이상 증가했어요. 이 중 절반만 투표에 참여하더라도 40만 명입니다. 쉽게 당원이 됐기 때문에 소속감이 약하고, 소신 투표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죠. 유력 정치인이 누구를 콕 집어 투표하라고 말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닙니다. 당심, 윤심 하지만 의외의 결과가 올 수도 있어요.

이재오 국민의힘 상임고문은 10일 MBC '뉴스외전'에 출연해 "투표 인원이 2-3만이면 의도대로, 시나리오대로 되겠지만 30만 넘어가고 50만, 80만 이렇게 되면 누구도 장담 못한다"면서 "윤심이 작용한다. 대통령실에서 민다. 윤핵관이 민다고 해서 된다는 보장은 없다"고 진단했죠.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도 최근 "당원 구성을 보면 20-40대 비율이 33%까지 올라왔다. 지역별로 봐도 영남 비중이 40%이고 수도권이 전체의 37% 이다"고 밝힌 바 있죠. 당원 비중이 과거에는 영남과 60대 이상이 압도적이었는데 현재는 세대·지역별 분포가 다양해졌습니다. 당심을 예측하기 어렵다는 얘기입니다.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결국 압도적인 1위가 없는 상황에서 누가 1등 할지 장담할 수 없습니다. 윤심을 등에 업은 김기현 의원이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고 있지만 나경원, 안철수, 유승민 누가 돼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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