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도 운동의 끈을 놓지 않았어요" : 다시 뛰는 보디빌더 손성준의 이야기 [반간다]

반재민 2023. 1. 14. 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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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다양한 대회에 출전해 우승을 차지하는 등 대한민국에 몇 되지 않는 정상급 보디빌더로서 괄목할만한 성장세를 이뤘던 손성준, 2022년 창창할 것만 같았던 그의 날에 먹구름이 드리운 것은 뜨거웠던 지난 여름이었다.

갑작스러운 심장 문제로 인해 병원에 이송된 그는 의식을 잃었고 에크모에 의존한 채 생사의 갈림길에서 헤메이고 있었다. 간신히 중환자실에서 의식을 되찾은 그는 가족들과 함께 행복하게 살리라는 말을 통해 선수 은퇴를 암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병원에서 치료를 마치고 돌아온 그가 의지할 곳은 운동 뿐이었다. 5kg 덤벨을 들 힘조차 남아있지 않았던 힘으로 운동을 하고 런닝머신을 뛰며 제로베이스부터 몸을 다시 만들어나갔다.

쉽지는 않지만 그는 차근차근 몸을 만들고 있다. 빠르진 않지만 몸 상태도 점점 나아지고 있다. 병원에 있던 시간, 후진없이 전진만 있었던 그의 삶과 그의 마인드에는 어떤 변화가 생겼을까? 그리고 그는 선수의 끈을 놓지 않았을까? 이런 궁금증을 안고 몬스터짐 제작팀은 손성준이 운영하는 피트니스 센터 이뤄짐이 있는 경상남도 창원으로 향했다.


근황을 묻는 질문에 "특별한 일 없이 센터를 운영하면서 회복과 운동을 반복하는 일상을 살고 있다."라고 이야기한 손성준은 "마침 어제 외래진료가 있는 날이라, 검진받고 온 결과 한달 보름전 보다 심장기능 수치가 10% 가량 올랐다고 한다. 앞으로 10%로 정도만 더 오르면 교수님께서 안정권이라고 한다. 현재 심장 근육을 길러야 하기 때문에 유산소 운동에 비중을 많이 두고 있고, 사이클만 타던 때보다 런닝머신에서 걷거나 뛰는 비중을 높이고 있다."라고 자신의 몸 상태에 대해 설명했다.

현재 그의 몸 상태는 어떨까? 이 물음에 "아직 70% 수준이다."라고 이야기한 손성준은 퇴원했을 때에 비하면 많이 나아진 편이라고 웃어보였다. 그는 "퇴원 후에는 5kg 덤벨을 드는 것조차 힘들었다. 그래도 그동안 해온 운동이 있었기 때문에 계속 반복을 하다보니 조금씩 늘더라 그렇게 운동의 끈을 놓지 않으면서 살았고, 지금도 운동과 영양을 잘 챙기면서 살아가고 있다."라고 힘들었던 지난 시간들에 대해 설명했다.

그에게 2022년은 최고와 최악이 공존했던 한해였다. 2021년 10월 MN클래식 그랑프리를 차지하며 최고의 한해를 보내며 2022년 초를 맞았지만, 시즌을 준비하던 도중 갑작스러운 건강 문제가 찾아왔고, 자칫하면 2023년을 맞이하지 못할 수도 있었기에 그의 2022년은 다른 어떤 때보다 더욱 기억에 남는 해였다. 그는  "2022년이란 해는 나에겐 최악의 해이자 어쩌면 최고의 해라고 생각한다 과분한 응원과 관심을 받으며 치열하게 시합준비를 했고, 과정 중 건강 상의 문제로 힘든 일을 겪게 되었고, 슬프기도 하고, 허탈하기도 하고, 상실감도 컸지만, 지금 이 순간 다시 생각을 해보자면 그로 인해서 내가 조금 더 단단해지지 않았나 생각을 한다."라고 2022년을 되돌아보았다.
 


특히 건강에 대한 경각심을 더욱 높일 수 있었다는 것이 그가 얻은 큰 교훈이었다. 그는 "예전에는 아직 젊으니까 괜찮을 것이라 생각하고 나 자신을 안일하게 생각했었다. 하지만, 당시 의식을 차리고 깨어났을 때 정말 많은 생각을 했다. 오로지 보디빌딩만을 위해 걸어온 이 나의 길이 잘못되었던 건지, 그리고 이제 앞으로 운동을 할 수 없는 것인지, 그간 쌓아 올렸던 탑이 무너졌다는 허탈감과 상실감에 휩싸여 있었다. 하지만 응원해주고 사랑해주는 분들이 너무 많았기에 이젠 애쓰지 않고,  그런 분들과 함께 소통하면서 즐겁게 운동을 하고 싶다. 이제 나를 다시 돌아보게 되고 체크하고, 세심하게 살펴보게 되었다. 건강없인 아무 것도 할 수 없고 건강을 되찾는 것도 정말 힘들다는 것을 절실하게 깨달았기 때문에 건강에 비중을 많이 두고 있다."라고 이야기했다.

24살에 처음 접한 헬스, 운명처럼 그와 함께한 헬스는 손석호로 인해 불타올랐고 그는 최고의 보디빌더로서 성장할 수 있었다. 그가 걸어온 길은 본인의 시그니처 그대로 'NO PLAN B'였다.  20대 중반부터 매년 대회를 뛰며 앞만 보고 걸어온 삶이었다. 그는 "어떤 힘든 상황에서도 뒤돌아보지 않았다. 다른 길을 택하려고 하지도 않았고 목표만 보면서 달려왔다."라고 자신의 보디빌딩 길에 대해 설명했다.

선수로서 어려운 때도 있었다. 대회를 준비하는 것이 너무 힘들어 운동을 그만두고 싶을 때도 있었다. 그럴 때마다 그는 상상했다. 무대에서 기라성 같은 보디빌더들과 한 무대에 서는 것, 그 상상이 손성준의 1RM을 더욱 높이게 된 원동력이었다. 그렇게 힘든 시절을 버틴 그는 어엿한 보디빌더가 되었고 상상만 했던 무대에서 최고의 보디빌더와 겨루며 챔피언이 되었다. 노 플랜 비로 이뤄낸 쾌거였다. 

하지만 지난해의 일은 그가 철칙이라고 믿어왔던 노 플랜 비를 약간 바꾸게 된 계기가 되었다. 그는 "
건강까지 헤쳐가면서 그리고 주위를 둘러보지 못하면서까지 그럴 필요는 없다."라고 이야기했다. 이어서 "자신을 잃지 않는게 가장 중요하다. 내가 주어진 환경에서 저 사람이 저렇게 하니 나도 저렇게 따라가야지 이런 생각말고 내가 현재 처한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자는 뜻으로 노 플랜 비를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다."라고 이야기했다.



건강까지 빼앗아 갈 수도 있었던 운동, 포기할 생각은 없었을까? 그는 단호하게 "운동을 놓기는 힘들었다. 이 길만 보고 걸어왔고 다른 생각없이 보디빌딩 하나만을 보고 지금까지 걸어왔으니 놓는 다는 것이 쉽지는 않더라. 운동을 놓기 보다는 내가 주어진 환경에서 무리가 가지 않는 선에서 할 수 있을 만큼 해야겠다. 운동이 업인 만큼 이 업을 하는 동안에는 운동이라는 끈을 놓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으로 운동을 이어오고 있다."라고 이야기했다.

운동한 것을 후회하지도 않았다고 손성준은 설명했다. 그는 "단 한 번도 후회를 하지는 않았다. 다만 아프기 전에 전조증상이 있었을텐데 왜 그것을 놓쳤을까라는 후회는 있지만, 운동을 택하고 운동을 걸어온 길을 후회하지는 않는다."라고 말했다. 그가 운영하는 피트니스 센터의 이름은 '이뤄짐'이다. 운동을 하면 이룰 수 있다는 신념을 갖고 걸어온 보디빌딩의 길, 그는 꿈을 이루었을까? 그는 "아직은 많이 부족한 것 같다. 뭔가를 이뤘다기 보다는 이루고 싶다는 삶 보다는 내가 지킬 것을 지키고, 지켜야할 것을 지키면서, 나를 좋아하고, 내가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행복하게 잘 지내고 싶다."라고 자신이 이루고 싶은 꿈에 대해 설명했다.

선수에 대한 미련도 있을 법 했다. 그는 "무대에 빨리 올라가고 싶다."라고 말할 정도로 선수 생활에 대한 열망을 갖고 있었다. 그는 "외래진료 때 심장기능이 안정권까지 올라오고 교수님이 운동을 이어가도 될 것 같다는 소견을 듣는다면 올라가고 싶다. 지금 당장이라도 올라가서 포즈를 잡고 짜릿했던 순간을 지금이라도 느껴보고 싶다. 그게 언제가 됐든 할 수 있는 상황이 된다면 다시 무대에서 나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라고 선수 생활에 대한 의지를 드러내보였다.



10년이 지나면 그는 어떤 삶을 할아가고 있을까? 그는"내 울타리 안에서 가족과 동료들을 지키면서 살고 있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제가 사랑했고, 현재도 사랑하는 이 운동과 여전히 함께이지 않을까 싶다."라고 설명한 그는 "나의 소식을 기다리시는 분들이 이렇게 많구나 새삼 한 번 더 느끼게 되었다. 주위 사람들의 한마디들로 더 단단해지는 것 같다. 많은 응원과 관심 감사하다."라고 팬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악몽과도 같았던 2022년을 넘어 2023년을 맞이한 손성준, 바뀐 그의 노 플랜 비처럼 그는 우리에게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올해 그가 보여줄 새로운 모습에 대한 기대감을 안고 창원을 떠나 서울로 가는 기차에 올랐다.


촬영=총명위
사진=이지은
글=반재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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