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북한 핵공격 원했었다···거절당하자 짜증내"

NYT 기자, 당시 비서 실장 존 켈리의 말 인용해
존 켈리 "나는 재앙으로부터 미국 구하는 구원자"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AP연합뉴스

[서울경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재임 시절 북한과의 전쟁을 비공개회의에서 제의하고 그 책임을 다른 국가에게 떠넘기려고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NBC방송은 12일(현지시간) 2020년 출간된 ‘도널드 트럼프 대 미국’(Donald Trump v. the United States)의 저자 마이클 슈미트 뉴욕타임스(NYT) 기자가 펴낸 후기를 입수해 이같이 보도했다. 이 후기에는 2017년 7월부터 2019년 1월까지 트럼프 행정부 백악관 비서실장을 지낸 존 켈리의 재임 시기에 대한 분석과 활동 뒷이야기가 상세하게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17년 켈리 전 비서실장이 취임한 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로켓맨’이라고 칭했으며, 도발이 계속되면 “북한을 완전히 파괴하겠다(totally destroy)”고 위협하기도 했다.

하지만 켈리는 당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공개 언급보다 그가 실제 전쟁을 하고 싶은 것처럼 집무실 안에서 비공개로 얘기하는 모습이 더 괴로웠던 것으로 전해졌다. 슈미트는 “(트럼프는) 거만하게 북한에 핵무기를 사용하는 아이디어를 논의했고, 만약 그가 그러한 조치를 취하면 행정부가 책임을 면하기 위해 다른 국가의 탓으로 돌릴 수 있다고 말했다"고 했다. 이어 트럼프는 핵무기 사용 구상을 가볍게 논의했다고도 덧붙였다.

슈미트에 따르면 이런 논의를 들은 켈리 전 비서실장은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그런 행위를 해서는 안 되는 이유를 이성적으로 설명하려고 노력했다. 켈리 전 실장은 당시 “우리 소행으로 지목되는 것을 막기는 힘들다”고 트럼프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켈리 전 비서실장은 미군 지휘부를 백악관으로 불러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북미 전쟁이 얼마나 쉽게 발발할 수 있는지와 전쟁이 초래할 결과들을 설명하기도 했다. 하지만 트럼프에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죽을 수 있는 지에 대한 논쟁은 전혀 영향을 주지 못했다고 한다. 슈미트는 켈리 전 실장이 그래도 안 되자 경제적인 후폭풍이 있을 것이라는 점을 강조해 그나마 잠시 트럼프을 관심을 돌릴 수 있었다고 전했다.

슈미트는 “트럼프는 그 뒤에 또다시 전쟁이 가능하다는 태도로 돌아와 한때 켈리에게 북한을 선제타격할 가능성을 제기했다”고 덧붙였다. 켈리 당시 실장은 선제적 군사 공격을 위해선 의회 승인이 필요하다는 점을 경고하자 트럼프 당시 대통령은 당황해서 짜증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켈리 비서실장은 2018년 봄 미·북간 긴장이 고조되자 북한과 외교관계를 수립함으로써 트럼프 대통령이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세일즈맨”임을 증명할 수 있다고 설득했다고 한다. 이는 결국 2018년 6월 첫 미·북 정상회담이라는 결과로 이어졌다.

슈미트는 북한과 관련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비공개 발언들이 북한 정보원에게 흘러갔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그는 미국 고위관리들 사이에서는 북한이 주요 의사결정자들을 감시하려 한다는 사실이 널리 퍼져있었다고 설명했다. 슈미트는 트럼프 당시 대통령이 친구나 지인들에게 북한에 무력을 사용하기를 얼마나 원하는지 보안장치가 없는 전화기로 자꾸 얘기한다는 점에 백악관 보좌진이 경악했다고 전했다.

켈리 전 비서실장은 재임 기간 트럼프 전 대통령과 불화설에 꾸준히 제기됐었다. NBC방송은 켈리 전 비서실장이 자신을 재앙으로부터 미국을 구하고 있는 ‘구원자’로 묘사하면서 백악관 참모들에게 수차례에 걸쳐 트럼프 전 대통령을 ‘멍청이’라고 불렀다고 보도한 바 있다.

황민주 인턴기자 mienchu@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