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법안] 보육원 출신들의 ‘복지그늘’, 햇볕 비춰줄 법안은?

변문우 기자 2023. 1. 14.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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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석준, ‘아동복지법’ 개정안 발의…자립교육 지원, 국가·지자체 역할 강조
김성민 브라더스키퍼 대표 “자립준비 청년들 성장에 큰 도움” 호평

(시사저널=변문우 기자)

만 25세가 지나 보호 종료가 된 보육원 출신 아동들은 고스란히 복지 사각지대에 노출된다. ⓒ게티이미지뱅크

대학생 A(20·여)씨는 서울의 한 보육원에서 2년 전 퇴소했다. A씨는 생활고를 겪고 있다. 소위 자립비로 불리는 시설 퇴소비가 있지만 기숙사비, 휴대폰 공과금 등을 내려면 턱없이 부족해서다. 아르바이트 개수를 늘린 탓에 학업은 벅찼고, 2학기 째 학사경고를 받았다. 결국 국가장학금 기준에도 미달됐다. 고민 끝에 보육원에 후원단체를 문의했지만, 확답은 어렵다고 했다.

A씨는 사회에 적응하는 데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공동인증서나 카드 발급 등 생활 상식을 알려주는 가족이 없는 탓이다. 물론 사소한 고민이 대다수다. 인터넷 검색으로 해결할 수 있다. 다만 기댈 곳이 없다는 생각이 꼬리를 물 때가 있다. 그런 날이 쌓이다 보면, A씨는 외딴 섬에 나홀로 고립된 기분이 든다고 한다.

A씨처럼 보육원에서 10대를 보내고 사회에 나온 이들은 고스란히 복지 사각지대에 노출된다. 지난해 8월 광주 보육원 출신 새내기 대학생들이 비슷한 어려움 속에서 극단적 선택을 하기도 했다. 뉴스가 도배됐고, 이후 네 달이 흘렀다. 그러나 바뀐 것은 없다. 반복되는 비극과 쉽게 잊히는 현실 앞에, 보육원 출신 학생과 관계자들도 무뎌져가는 모습이다. 

현행 아동복지법은 보육원 출신 아동들이 안정적으로 자립할 수 있는 지원 방안들을 명시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만 18세까지인 보육원의 보호조치 연령을 최대 25세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런데 여기에 맹점이 있다. 25세 이전에 미리 보호종료 연장을 요청하지 못할 경우, 이후에 다시 보호조치를 신청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렇기에 많은 보호아동들이 충분한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퇴소비만 받고 사회로 내몰리고 있다. 의존할 가족도 없어 경제·정서적 어려움을 겪는 것이다.

홍석준 국민의힘 의원 ⓒ홍석준 의원실 제공

국가가 자립지원 단체 설립에 지원군 역할해야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 국회에서 이뤄지고 있다. 홍석준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해 11월 '아동복지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해당 개정안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보호대상아동의 자립생활 역량 강화를 위한 교육 및 훈련을 지원하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보호조치가 종료된 아동이 25세가 되기 전 추가 보호가 필요해진 경우, 언제든 다시 보호조치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여기에 보호종료 아동이 사회에 정착하도록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에서 지원 단체의 설립 및 운영을 지원할 수 있도록 했다. 보호종료 아동들이 범죄 등에 노출되지 않도록 국가가 든든한 지원군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다.

홍석준 의원은 법안을 발의한 취지에 대해 "기존 법이 바뀌기 전에 18세에서 보호조치가 종료된 20대 초반의 아이들도 원한다면 다시 보호조치를 받을 수 있게 하려는 목적으로 법안을 발의했다"고 설명했다.

홍 의원은 "단순히 금전적 지원만으로 국가의 역할과 책임을 다했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보호조치의 사각지대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자립준비청년들이 없도록 시급히 제도를 개선하고, 사회에 정착하는데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네트워크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국가가 적극적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보육원 관계자들과 전문가들은 홍석준 국민의힘 의원이 발의한 아동복지법 개정안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게티이미지뱅크

"사회 구성원으로 성장하는데 큰 힘이 될 것"

보육원 관계자들과 전문가들은 해당 법안의 취지와 실효성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김성민 브라더스키퍼 대표는 "굉장히 좋은 법안을 발의해주셨다"며 "아이들에게 정말 필요한 법안이고 실효성도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인천 보라매보육원의 한 전담요원도 "보육원 출신 학생들의 생활고가 이슈로 끝나선 안 된다. 이런 보완책들이 더 많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실제 자립준비 청년들이 예전에는 일찍 퇴소해 사기 사건이나 범죄에 휘말리는 경우가 많았다. 최악의 경우 자신의 삶을 포기하는 상황까지 발생했다"고 전했다. 그는 "자립에 대한 제대로 된 교육들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요구를 해왔는데, 다행히 이번 법안을 통해 해결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아이들이 선택한다면 다시 보호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주는 것도 좋다"고 덧붙였다.

또 김 대표는 국가와 지자체가 단체를 통해 지원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한 점도 높게 평가했다. 그는 "저도 당사자로서 자립준비 청년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들을 해왔다. 그러면서 이런 것들을 국가나 지자체에서 함께 관심과 지원을 가져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발의안 내용처럼 국가와 지자체의 역할을 법 근거로 명시해 적극적으로 문제를 해결해나간다면 자립준비 청년들이 사회 구성원으로 잘 성장하고 사회에 기여하는데 힘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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