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신년경축공연’의 이모저모 [우리가 몰랐던 북한]
[우리가 몰랐던 북한 시즌2-38]
2023년 새해가 밝은지도 며칠이 지났다. 이번 새해는 우연한 기회에 베트남에서 보내게 되었는데 달랏의 시민들과 여행객들이 모여 있는 야외공연장에서 카운트다운을 했다. 그 공연장에서 베트남어는 모르지만 그들의 무대 퍼포먼스와 음악을 접하노라니 최근 몇 해 동안 북한에서도 야외 신년경축공연을 진행하는데 실제로 참여해 보면 어떤 기분일까를 생각해 보았다.
이러한 공적인 공간에서 2019년부터 진행된 야외공연은 다른 행사들과는 구별되는 점이 있다고 보았는데 가장 큰 이유가 공적 의례와는 다른 자유롭게 움직이는 북한 주민들의 모습이다. 사람들이 줄을 맞춰 정해진 좌석에 앉아 모두가 같은 모습으로 공연을 관람하는 기존의 이미지를 벗어나 광장을 비교적 자연스럽게 누비며 최신 스마트 기기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기도 하고, 좋아하는 연예인이 등장하면 함성으로 자신들의 팬덤을 표출하기도 했다. 또한 광장에서 공연을 보는 사람들을 자세히 관찰해 보면 풍선이나 야광봉, 인공기, 놀이공원 소품들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평소와는 다른 모습을 연출했다.
실제로 북한의 이동통신 가입자 수가 계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는 연구들이 있으며 특히 평양은 다른 도시들에 비해 휴대폰 소유 비율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공연장에서 휴대폰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모습이 포착되는데 그것은 2021년과 2022년의 영상을 비교하면 21년보다 22년에 휴대폰을 사용하는 불빛이 더 많은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북한 주민들은 휴대폰으로 공연영상을 촬영하거나 손전등으로 조명을 만들어 노래의 선율에 맞춰 휴대폰을 흔들기도 하면서 공연장의 분위기를 즐기고 있는 모습이었다.
로저 카유아는 『놀이와 인간』에서 놀이는 인간을 이해하는 핵심요소이며 ‘파이디아’라는 개념은 소란, 자유로운 즉흥, 대범한 발산 등으로 ‘파이디아’라는 체험을 통해 일체감과 해방감, 즐거움과 카타르시스를 느끼며 기존의 모든 구속과 제약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했다. 이런 측면에서 본다면 북한 주민들은 야외공연에 참가하면서 ‘파이디아’를 경험하는 여러 계기가 되기도 했을 것이다.
2023년에는 기존과 다르게 5.1경기장에서 진행했으며 김정은의 등장으로 북한 주민들은 공식적이고 의례적인 방식으로 신년경축공연을 관람했다. 정홍란, 김류경 등 2022년에 등장한 새로운 가수들을 중심으로 화려하게 진행된 공연을 보면서 일부 전문가들은 역대급 규모라고 평했다. 그러나 행사에 참여한 북한 주민들을 중심으로 보면 기존의 공연들에서 보인 역동성이 줄어드는 것은 아닌가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야광봉을 흔들고, 인기 있는 가수들이 등장했을 때의 함성이 간간이 들리기는 하지만 기존에 자유롭게 공연장을 움직이던 모습이나 휴대폰을 활용하여 동영상 촬영, 사진 촬영, 손전등 조명 만들기 등의 모습은 더 이상 찾아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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