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적 실험은 계속되어야 한다-장윤규(下) [효효 아키텍트]

2023. 1. 14.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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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6회

체인지업 그라운드

스타트업 기업의 개별 공간을 우선하지 않고 공유 공간 비중을 70&가까이 두고 설계에 들어갔다. 공유 공간인 복도는 사용자들이 만나는 공간으로 개념을 바꾸었다. 장윤규 건축의 특징은 컨텐츠를 공간적으로 해석하는데 있다.

경북 포항시 포항공과대학교 교내, ‘체인지업 그라운드 포항(CHANGeUP GROUND)’은 스타트업 창업·보육 기관이자, 인근 산학연과의 융합을 이끄는 구심점이다.

포항 체인지업 그라운드 / 자료 제공 = 운생동건축사사무소
체인지업 그라운드의 영어 문자(CHANGeUP GROUND) 가운데에서 소문자 ‘e’를 빼면 ‘창업 그라운드(CHANGUP GROUND)’가 된다. 대문자 ‘UP’을 빼면 ‘창의 그라운드(CHANGe GROUND)’로도 읽힌다. 대문자 ‘CHAN’을 빼고 ‘기업 그라운드(GeUP GROUND)’로 읽는 시각도 있다. 창업과 창의, 기업. 스타트업 생태계에 필요한 요소들의 융합을 이끄는 터전이라는 의미가 로고에 담겼다.

지하 1층 주차장에서부터 지상 7층까지 8층 규모 건물을 포함한 부대 시설을 2만 8,000㎡ 연면적 위에 세운 단지이다.

포스코 그룹은 2021년 7월, 미래 성장 동력 확보와 국가 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스타트업 창업과 성장의 선순환 생태계를 만들 계획을 밝혔다. 이를 토대로 미국의 창업 허브 실리콘 밸리와 경북 포항을 잇는 창업 벨트 ‘퍼시픽 밸리’의 청사진도 그렸다.

2021년 7월 개관 초기, 스타트업 68곳의 임직원 600여 명이 입주했고 기업 가치의 총액은 약 4672억 원이었다. 1년 후인 2022년 8월, 입주한 스타트업은 기업 87곳, 임직원 800여 명 입주, 입주 기업의 총 가치도 약 1조 177억 원을 넘어선 것으로 평가 받는다.

스타트업 기업은 서울을 중심한 수도권에 집중되었으나 산업 단지가 산재한 지방에 필요성은 더 증대된다. 포항은 포항공대를 중심으로 인프라가 잘 정비되어 있어 일반 스타트업 생태계 클로스터와는 다른 양상을 띤다.

메타버스 시대에는 전통적인 건축 이론도 바뀐다. 건축가 안도 다다오(1941년~)는 ‘건축은 터를 읽는 일이다’라고 말했다. 일찌기 노르웨이 건축이론가 슐츠(Christian Norberg-Schultz)는 이 터의 장소성을 ‘제니우스 로사이(Genius Loci)’, 곧 ‘장소의 혼’이라 했다.

장윤규는 메타버스에는 장소의 개념이 없어진다고 말한다. 장소는 물리적인 거리로 연결되는 게 아니다. 3년여의 코로나 팬데믹은 뿔뿔이 흩어져도 일이 가능하다는 것을 실증했다. 1990년대 미덕으로 여겼던 복합화의 가치가 무너졌다. 네크워크가 중요해졌다.

장윤규는 메타버스 자체가 공간이며, 장소 개념을 갖고 있다고 말한다. 문제는 그 장소에 어떻게 혼을 불어넣느냐 하는 거다.

장윤규는 공공기관이 아닌 기업이 ‘공공 건축’을 선도할 수 있다고 본다. 포스코에서 생산한 철(골) 구조를 재료로 사용하는 게 의무사항 이긴 했다. 철의 느낌을 떠 있는 듯한 무중력적인 느낌으로 만들도록 설계했다. 건축주는 우주선 같은걸 지어달라고 요구했다.

건물 가운데는 탁 트인 빈 공간이다. 그 주변에 투명 창을 덧댄 큐브 모양 회의실을 배치해 입주한 스타트업들이 서로를 바라보도록 설계했다. 장윤규는 ‘스타트업이 소통하며 영감을 녹여 창의력을 빚는 용광로’라고 소개한다.

면목동 골목시장 커뮤니티 ? 트라이앵글 스케이프 / 자료제공 = 운생동건축사사무소
서울 <면목동 골목시장 커뮤니티 ? 트라이앵글 스케이프>는 면목동 시장과 주택가 사이에 위치한 장소적 특성을 반영하여 골목시장 상인 커뮤니티 공간과 지역 주민과의 연계를 목적으로 했다.

건축 매스는 법적 사선제한으로 삼각형으로 계획되어졌다. 외피 또한 삼각형의 다양한 변주와 조절을 통해 외부로 향하는 프라이버시의 문제, 채광과 조도를 고려한 새로운 입면 패턴으로 치환하여 디자인하였다.

장윤규는 건축 사무소가 수익이 크지 않은 마을 단위의 작은 공공건축을 해야 하는 이유로, 지역의 공간이 개인의 삶과 직접 연관되기에 더 중요하다고 본다.

서울 불암산 전망대 / 자료 제공 = 운생동건축사사무소
산책로를 따라 거닐다 보면 원점회귀하는 두 개의 유선형 계단과 엘리베이터를 만나게 된다. 전망대의 하부 반사형 스테인레스 천장에 의해 전망대는 불암산의 자연을 다른 감성과 감각으로 받아들는 풍경과 입체적 조리개가 된다. 평면 디자인은 핀란드 건축가이자 디자이너인 알바 알토(Alvar Aalto)가 1936년께 디자인한 ‘이딸라’(Iittala)의 ‘알토(Aalto) 꽃병’에서 영감을 받았다.

알토 꽃병 특유의 수려한 곡선은 알바 알토가 출렁이는 호수 물결에서 영감받아 디자인한 것이다. 이딸라는 유리 공예품을 만드는 핀란드 마을 이름이다. 꽃병을 헬싱키 사보이 레스토랑이 대량 구입해 사용하면서 일명 ‘사보이(Savoy) 꽃병’이라는 별칭도 생겼다.

성북구 오동공원 도서관 조감도 / 자료제공 = 운생동건축사사무소
서울 성북구 오동공원은 노원구 한내 지혜의숲 도서관과 마찬가지로 공간을 이루는 기본 단위를 책꽂이 월(wall)인 가구적 구조로부터 시작한다. 횡적으로는 꽈배기 모양, 수직적으로는 토네이도 형식의 지붕은 가운데 메인 공간으로 높아지는 산의 형식을 가진다. 접어진 지붕 공간은 서로 다른 높이의 차이로 인해 지붕 사이로 자연 채광의 빛이 쏟아진다. 책꽂이 월은 공간을 구성하는 구조이면서 분할 및 배분 장치이다.

합성목재를 재료로 한 목구조 양식인 중목 구조를 택했다. 장윤규는 성북구 총괄건축가 경험을 십분 발휘했다.

판테온 150호 크기, 종이에 붓펜, 2022 / 제공 = 건축가 장윤규
건축적 작업과 밀접해 보이는 장윤규의 드로잉 작업은 이탈리아 로마의 판테온

(Pantheon)에 이르렀다. 그의 그림은 조선시대 사대부의 문화인 문인화의 대표적 소재 사군자에서 시작되었다.

건축 설계의 에스키스로서, 교류를 위해 누군가에게 선물로 주기 위해 그린 작품들로 전시를 계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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