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새해 경제·기후 등 대화 기지개…안보 갈등은 지속

조준형 2023. 1. 14.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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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로 예상되는 美국무 방중서 양국관계 '뉴노멀' 만들지 관심
작년 5월 다보스포럼서 대화하는 케리와 셰전화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베이징=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전략 경쟁을 벌이는 미국과 중국이 새해 들어 경제, 기후 등을 고리로 대화에 기지개를 켜고 있다.

14일 중국 상무부에 따르면 왕원타오 상무부장은 중국 내 미국 기업들을 대표하는 미·중 무역 전국위원회 크레이그 앨런 회장과 12일 화상 통화를 갖고 외국 기업들의 비즈니스 환경 개선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미중 경제·무역 관계 정상화에 대한 기대도 피력했다.

이에 앨런 회장은 "양측이 구체적인 문제에서 시작해 소통과 협력을 강화하고 상호 신뢰를 높이기를 희망한다"고 화답했다.

앞서 11일에는 존 케리 미국 대통령 기후문제 특사와 셰전화 중국 기후변화특사가 화상 대화를 했다고 중국 생태환경부가 밝혔다. 기후변화 논의를 위한 글로벌 다자 프로세스 추진 협력 등의 의제를 놓고 의견 교환이 이뤄졌다.

양측간 영상회담 개최 사실과 논의 내용 공개 면에서 중국 측의 적극성이 특히 눈에 띈다.

그뿐 아니라 중국 민항국 운수사(司·국) 량난 사장은 10일 외국 상공계 인사들과의 간담회에서 "민항국은 항공편 운항 재개 과정에서 미국 민항 주관 부문과의 소통을 강화하고, 중·미간 항공편의 순조로운 운항 재개를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이 미국 보잉사의 737 맥스 기종의 운항을 13일 약 4년 만에 재개한 것도 비슷한 맥락에서 주목받았다.

중국은 2018년 10월과 2019년 3월 737 맥스 기종의 잇따른 추락 사고로 346명이 사망하자 세계에서 가장 먼저 737 맥스의 자국 내 운항을 금지했고, 항공기 도입에서도 유럽 제조사인 에어버스 구매를 선호했다.

중국 외교팀 수장인 왕이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은 지난달 25일 국제정세 연설에서 2023년 외교 방향에 대해 "중·미 정상이 달성한 공감대를 구체화해 양국관계를 바로잡아 올바른 방향으로 되돌릴 것"이라고 밝혔는데, 중국은 그 기조에 맞춰 대응하고 있는 듯 보인다.

작년 8월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 이후 미국과의 대화 채널들을 단절하며 각을 세웠던 중국은 지난해 11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 이후 미국과 '협력 가능한 영역'에서는 협력하겠다는 기조를 보이고 있다.

3년간 유지해온 '제로 코로나' 정책을 최근 폐기한 중국으로선 '위드 코로나'로 연착륙하는 동시에 가라앉은 경제에 활력을 주입하는 것이 올해 국정의 급선무가 됐는데, 그것을 위해서는 대외관계의 핵심인 미중관계를 안정화해야 한다는 것이 중국의 의중으로 보인다.

미중 전략경쟁 심화 속에 미국이 대중국 적대 태도를 바꾸지 않으면 다른 글로벌 현안에서도 협력할 수 없다는 이전의 기조를 감안하면 중국의 최근 행보는 눈길을 끄는 측면이 있다.

특히 중국의 대미 유화 행보는 미국의 아태지역 핵심 동맹국인 한일에 대해 중국이 최근 중국발 입국자 방역 강화에 대한 상응 조치로 비자발급 중단이라는 보복 수단을 동원한 것과 대비를 이룬다.

공동 기자회견 하는 美日 외교·국방장관들 (워싱턴DC 로이터=연합뉴스) 미국과 일본 외교·국방장관들이 1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국무부에서 양국 '외교·국방 2+2회담'을 연 뒤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하마다 야스카즈 일본 방위상,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 이번 회담은 이틀 뒤 백악관에서 열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정상회담에 앞선 사전조율 성격의 회담이었다. 2023.01.12 clynnkim@yna.co.kr

그러나 경쟁과 갈등 중심의 미중관계 본질은 변한 것이 없어 보인다.

미국은 새해에도 군사·안보 영역에서 대중국 견제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고, 중국에서도 '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미국과 일본이 11일 외교·국방장관 연석 회담(2+2) 공동성명에서 중국을 "인도·태평양과 그 밖의 지역에 가장 큰 전략적 도전"이라고 규정하자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3일 "냉전적 사고와 중국에 대한 이유 없는 먹칠과 공격으로 충만하다"며 "결연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또 항공모함 니미츠함(CVN68)과 유도미사일 순양함 1척, 유도미사일 구축함 3척 등으로 구성된 미 해군 7함대 소속 항공모함타격단(CSG)이 13일 남중국해에 진입해 훈련에 들어가자 중국 군함들이 따라붙었다는 보도도 나왔다.

아울러 지난달 남중국해 상공에서 한때 중국 전투기와 미군 정찰기가 6m 거리를 둔 채 근접 비행하면서 양국 군사 당국 간 충돌 방지를 위한 소통 채널 활성화 필요성이 재부각됐지만,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과 웨이펑허 중국 국방부장의 통화는 지난 6일로 예정돼 있었다가 취소됐다고 미국의소리(VOA) 방송이 전했다.

이런 가운데 내달 이뤄질 것으로 보도된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의 중국 방문과 친강 신임 중국 외교부장과의 회담은 미중 양국이 안보 문제에서 갈등하면서도 기후 문제와 같은 국제 현안과 양자 간 경제 현안에서 협력하는 '뉴노멀'의 가능성을 탐색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핵 관련 미중 협력 가능성에 대해 부정적 견해가 확산해온 상황에서 양측이 한반도 문제에 대해 어느 정도로 논의를 할지, 일정한 일치점을 찾을 수 있을지도 관심을 모은다.

블링컨 美 국무장관 [워싱턴DC AFP=연합뉴스 자료사진]

jh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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