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의 ‘라이언일병 구하기’...TV 가전 구출할 ‘특공대’는 무엇 [나기자의 데이터로 세상읽기]
삼전 매출 20% 차지하는 TV·가전
영업이익률 수년째 떨어져 한자릿수
스마트TV선 게임 아트 서비스 추가
가전은 스마트홈 공략·모빌리티 확장
‘공간인지 AI’로 위치기반 서비스 예정
삼전의 주력상품인 메모리 반도체야 경기를 타니깐 좋을 때도 나쁠 때도 있는 법인데요. 그보다 더 문제는 바로 수년 째 만성적인 정체를 겪고 있는 TV가전 부문입니다. 증권업계선 삼성전자 TV가전 부문 지난해 영업이익이 2조원도 안될거란 전망이 나오는데요. 보통 3조원 중반대를 찍어줬는데 40% 이상 줄어드는 것이죠.
TV가전 부문은 삼성전자 전체 매출서 20%(50~60조원대)를 차지하지만 영업이익 비중은 한자릿수에 불과합니다. TV가전이 전세계적인 수요가 정체되어 있고 중국업체들이 약진하다보니깐 계속 영업이익이 줄고 있는 것이죠.
그보다도 삼전이 정체된 TV가전 부문서 어떻게 돈을 벌지에 관한 경영전략이 중요할텐데요. 지난주 열린 세계 최대 IT가전 박람회 ‘CES2023’서 삼성전자가 발표한 전략엔 그 미래가 담겨 있습니다. 과연 삼성전자가 내놓은 삼성전자판 라이언일병 구하기는 어떤걸까요?
TV가전 부문의 매출액은 약 56조원, 영업이익은 3.6조원인데요. 증권사 리포트 등을 참고해 영업이익률 통해 역산해보면, TV부문의 매출액은 약 31~33조원 가량인 것으로 추정됩니다. TV가전 부문 중 TV가 차지하는 비중은 60% 내외이겠네요.
삼성전자는 17년 연속 글로벌 TV 점유율 1위(지난해 1~3분기 기준 점유율 30%)를 기록하고 있는데요. 연간 약 4000만대의 TV를 판매하고 있고, 이 중 프리미엄TV(OLED, QLED)는 약 200만대 후반으로 추정됩니다.
우선 삼성전자는 프리미엄TV(300만원대 이상 고가 제품) 판매량을 늘린다는 계획입니다. 추산에 따르면 현재 삼성전자가 파는 TV 평균 가격은 100만원 채 되지 않습니다.이 상황서 프리미엄 제품군 판매량이 늘어나면 그만큼 매출과 영업이익에 도움이 되겠죠?
다만 프리미엄TV 판매량은 수요처가 정해져 있어서 급격하게 늘리는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합니다.
이 부분서 삼성전자가 5~6년 전부터 착실히 준비해온게 있습니다. 바로 ‘제품’만 파는 것을 넘어서 ‘서비스’를 얹는 겁니다.
미디어는 북미 시장을 주로 타겟하고 있는데요. 미국서 최근 무료기반 광고형TV(FAST)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걸 목표로 했습니다. 소비자는 1시간에 약 13~15분 가량의 광고를 보는 대신, 무료로 스마트TV를 받는 구조인데요. 대신 삼성전자는 FAST 사업자로서 광고매체가 되서, 광고주로부터 광고비를 받을 수 있습니다. 해당 광고비 수입은 삼성전자 스마트TV에 입점한 채널들(CBS뉴스 등 200개 채널)과 나누게 되겠죠.
벌써 미국 FAST시장은 올해 시장 규모가 5조원에 다다를 것이라 예상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Pluto TV 등과 함께 FAST 상위 사업자인데요. 점유율 20%만 가져와도 1조원대 매출, 그리고 만일 입점 채널에 광고를 주고 이 중 20~30% 수익만 얻어도 2000~3000억원의 영업이익을 얻을 수 있습니다. 영업이익률 5%가 채 안되는 TV부문 사업서 매출과 영업이익을 모두 증가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이죠.
스마트TV보다 삼성전자가 더 크게 바라보고 있는건 게임 분야입니다. 스마트TV에 게이밍허브 기능을 추가해서, 따로 콘솔용 게임기를 살 필요 없이 게임 컨트롤러만 있을 경우 TV와 연동해 게임을 할 수 있게 한다는 계획인데요.
올해 CES서 삼성전자는 초연결을 강조했는데요. IoT(사물인터넷)을 통해서 스마트폰과 가전기기를 모두 연결하면서 색다른 고객 경험을 제시하겠다고 강조한 겁니다.
여기서 나오는 전략이 바로 ‘뼈를 내주고 살을 취하는’ 전략인데요.
삼성전자는 아마존 구글 LG전자 등 타사와 호환이 가능하도록 하는 기기(스마트싱스 스테이션)을 업계 최초로 출시했습니다. 12만원대 네모난 무선충전기인 스마트싱스는 국제 IoT 통신표준인 ‘매터’(Matter)를 지원합니다. 이를 테면 스마트싱스 스테이션에 구글TV도 탑재할 수 있다는 이야기죠.
물론 가전 제조업체인 삼성전자 입장서 이는 리스크(Risk)가 있는 조치에요. 글로벌 빅테크인 아마존 구글 등이 스마트홈 서비스에 적극 뛰어들고 있는 상황서 자칫 이들 기업에 종속되는 하청업체로 전락할 수 있기 때문이죠. 모든 가전기기가 호환된다면 소비자 입장선 제품을 구할 때 ‘제품 자체’보다는 ‘얼마나 더 좋은 서비스’를 할 것인가를 두고 고를 것이기 때문이죠.
다만 삼성전자가 제조업체로서 가전제품 영향력을 일부 포기하고서도 타사와의 호환에 나선 이유는 스마트홈 시장이 정체된 가전시장 내에서도 폭발적으로 커지는 시장이기 때문이에요. 시장조사기관 옴디아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기준 608억달러(74조원) 수준이었던 전 세계 스마트홈 시장 규모는 오는 2025년 기준 1785억달러(217조원)에 이를 예정이라고 하네요.
이렇게 보면 삼성전자가 적극적으로 타사와의 IoT 연동에 나선 것은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가전제품이란) 뼈를 내주되 (스마트홈 내실을 가져가는) 살을 취한다” 등으로 요약할 수 있을 듯 합니다.
다만 삼성전자라고 해서 단순히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겠죠? 올해 CES서 삼성전자는 2가지 타사와 차별화되는 지점을 발표했습니다.
올해 CES서 삼성전자는 秘技(비기)를 내놓습니다. 바로 ‘공간인지 AI(인공지능)’ 입니다.
승현준 삼성전자 사장(글로벌R&D협력담당)은 “TV를 그냥 켜달라고 하면 여러 TV가 있으면 어떻게 처리할지 막막해진다”며 “앞으로 ‘내 근처’에 있는 TV를 켜라고 명령하면 이를 수행할 수 있는 ‘공간인지 AI’가 미래 대세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죠.
위치(공간)를 알 수 있으면 그만큼 서비스 품질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는 건데요. 사실 이는 나중에 메타버스 개념으로 확장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진정한 메타버스가 되려면요. 가상현실에 실제로 접속해서 내가 플레이한다면 모니터 밖으로 나가야 하죠? 그러려면 위치값이 계속 바뀌는데 이를 잡아줘야 합니다. 그래서 실내 위치 정밀측정 기술인 UWB 기술 고도화를 삼성 애플이 주도적으로 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고요.
이번 CES서 가전 혁신을 말하며 삼성전자가 밝힌 ‘공간인지 AI’도 이 같은 맥락서 나온 개념이라고 봅니다. 진정한 가상세계인 메타버스를 구현하기 위한 AI 인것이죠. 지금은 스마트홈 서비스의 하위 개념으로서 소개됐지만 나중에 정말 폭발적으로 미래산업에 접목시킬 수 있는 분야입니다.
제 생각엔 삼성전자의 가전 분야 전략은 이런 듯 합니다. ‘스마트홈 분야에 진출해 어느 정도 시장 점유율은 유지하면서 핵심 미래기술 중 하나인 공간인지 AI를 고도화하기 위한 데이터를 모은다’. 스마트홈서 공간인지 AI를 통해 데이터를 모으고 해당 AI를 고도화하면, 타 사업부(스마트폰) 그리고 삼성전자가 미래를 위해 준비중인 로봇 메타버스(AR글라스 등)에 막대한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이죠. 실제로 삼성전자는 CES서 연내에 시니어케어 로봇을 출시한다고 밝히기도 했죠.
그런 면에서 삼성전자가 CES 보도자료에 공간인지 AI를 두고 쓴 글귀가 인상적입니다. “미래에 찾아올 로봇과 증강현실 등이 활용된 일상에서, 디지털 제품과 서비스들은 인간의 편의를 지원하기 위해 ‘공간’이라는 정보를 이해하는 것이 필수가 된다”
반도체 휴대폰 가전 제품 판매뿐만 아니라 향후 미디어 게임 메타버스까지 아우를 수 있는 대제국의 꿈을 꾸고 있는 삼성전자. 과연 꿈이 실현될 수 있을지 궁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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