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우승은 이영지" 비판 속 제작진이 밝힌 편파 논란
[인터뷰] Mnet '쇼미 더 머니 11' 최효진 CP, 이형진 PD, 이영지
편파 논란에 제작진 "방송에서 보여주지 못한 기획 단계, 보완할 것"
"다양한 래퍼 이야기들 담으려 했지만 의도와 다르게 보여 아쉬워"
자신의 부담과 고민 보여준 이영지의 랩…"진실되게 보이려 고군분투"
[미디어오늘 정민경 기자]
지난 12월30일 '쇼미 더 머니 11'(이하 쇼미)에서 래퍼이자 방송인 이영지가 우승한 후 반응은 두 갈래였다. 이영지를 응원하고 우승을 축하한 이들과 비판을 던진 이들이 있었다. 쇼미 11과 관련한 쟁점에 대한 답을 지난 10일 Mnet 쇼미 제작진 최효진 CP와 이형진 PD, 이영지에게 서면 인터뷰로 들을 수 있었다. 쇼미더머니 11에서 논란이 된 쟁점을 살펴보고 제작진과 이영지의 답변을 녹였다.
“어차피 우승은 이영지”? 화제 모은 이영지 출연과 편파 논란
쇼미 시리즈에서 “어차피 우승은 OOO”라는 말은 처음이 아니다. 2015년 쇼미 4에서 블랙넛의 랩 중 “많은 거 안 바라, 어차피 우승은 송민호”라는 가사가 나온 것이 8년 전이다. 대형 기획사 YG엔터테인먼트 출신의 송민호가 대규모 팬덤이 있기에 어차피 우승할 것이라는 가사였다. 그러나 시즌4의 우승자는 송민호가 아니라 베이식이었다. 다만 “어차피 우승은 OOO”라는 말은 방송사가 누군갈 밀어준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도 있지만 팬덤이 단단하고 대중인지도가 높은 아티스트라는 뜻도 있다.
쇼미 11 시작부터 이같은 일이 반복됐다. 시즌4와 달랐던 점은 진짜 이영지가 우승을 했다는 점이다. 2019년 Mnet '고등랩퍼'에서 우승한 이후 이영지는 Mnet '너희가 힙합을 아느냐', '굿 걸' 등에 출연해 공연을 하기도 했지만 예능이나 개인 유튜브를 통해 대중적으로 더욱 많이 알려진 것이 사실이다. 특히 지난해 tvN '뿅뿅 지구 오락실'에 출연하고 개인 유튜브 콘텐츠가 인기를 얻으면서 예능인으로 자리 잡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팬덤도 이미 강했다. 이 때문에 이영지가 쇼미에 출연한다는 사실만으로도 뉴스가 됐다.
이영지가 쇼미 11 예선전에서 랩을 하는 2분29초의 짧은 영상 하나도 유튜브에서 389만회를 기록했다. 그는 특유의 목소리로 첫 스테이지부터 '역시 이영지'라는 말이 나올 정도의 랩을 보여줬다. 화제성과 함께 실력도 증명한 무대였다. Mnet도 이영지의 출연을 중점으로 프로그램을 홍보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영지 예선 영상에 Mnet은 '모든 이의 관심 집중'이라는 제목을 달았다. “어차피 시즌11 우승자는 이영지”라는 말이 시즌 초반부터 사라지지 않은 이유다.
이영지가 이번 시즌에서 '고등래퍼'의 우승자 출신으로 그동안 다른 공연프로그램에서 보여준 뛰어난 실력을 보여준 적도 있었으나 다른 참가자보다 더 큰 실수를 하고, 기회를 잡지 못했던 순간도 있었다.
특히 3차 예선전에서 랜덤으로 나오는 비트에 맞춰 두 명의 래퍼가 랩을 선보이고 승패를 결정했는데 이영지는 아예 마이크를 잡지 못했다. 그가 마이크를 잡으려고 시도하긴 했으나 다른 래퍼가 먼저 랩을 하는 바람에 이영지는 마지막 비트에 혼자 랩을 했다. 랜덤한 비트에 상대보다 잘해야 하는 부담 속에서 하는 랩과 상대가 없는 상황에서 혼자 랩을 하는 상황은 다르다. 편파적이라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제작진 “방송서 보여주지 못한 기획 단계, 보완할 것”
쇼미 11 제작진은 “3차 미션 때 마이크를 잡지 못한 래퍼에게 랩을 할 기회를 준 것은 그게 비단 이영지가 아니었더라도, 애초에 기획 단계에서부터 준비했던 일”이라며 “서바이벌이기 때문에 미션 자체는 대결 구도지만 결국 목적은 각 팀 프로듀서들이 자기 팀원의 전력을 확인하는 평가전이기 때문에 '미션 안에서 랩을 할 수 있는 기회 자체를 박탈하지는 말자'라는 게 이번 시즌 제작진들끼리의 약속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부분을 방송에서 정확하게 보여드리지 못했고 그 대상이 이영지가 되면서 의도치 않게 오해를 불러일으킨 부분이 있는데 이런 부분까지 더 섬세하게 준비하고 예상하지 못했던 점은 제작진도 앞으로 보완해나가야 될 미션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4차 배틀에서도 논란은 또 나왔다. 다른 팀원들은 말끔한 랩을 한 반면, 이영지는 가사 실수를 했고 스스로 자책을 하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다른 팀의 래퍼가 탈락을 하면서 이영지는 '운이 좋게' 올라간 것으로 보이기도 했으나 이 역시 비판이 따라왔다. 이와 관련해 제작진은 “이번 시즌 미션이나 룰에 대한 여러 비판들이 있었던 점이 아쉬웠다”며 “여러 의혹들이 확인되지 않은 사실과 왜곡된 주장들로 확산되며 출연자에게까지 비난의 화살이 갔던 부분도 있었다는 점이 경쟁의 장을 만든 제작진 입장에서 마음 아픈 부분들이 있었다”고 밝혔다.
결승전 우승자 선정방식이 현장 투표와 문자 투표의 합산에서 온라인 투표와 문자 투표의 합산으로 바뀐 것도 뒷말이 나오는 이유였다.
제작진은 “앱 투표(온라인 투표) 방식의 경우 오히려 현장 투표보다 더 다양한 지역과 연령의 시청자들이 참여하실 수 있다는 점에서 접근성에 이점이 있었다고 생각해 시도하게 되었다”며 “더불어 기존에는 현장 투표와 문자 투표 방식으로 진행했던 방식에서 문자 투표의 비중을 높여 프로그램을 시청하시는 시청자께서 보다 적극적이고 자유롭게 참여하실 수 있는 방법을 다양하게 모색했다”고 밝혔다.
“다양한 래퍼 이야기 담으려 했지만 의도와 다르게... 아쉬워”
전반적인 불공정 논란과 관련해 제작진은 “다양한 래퍼들의 다양한 이야기들을 최대한 많이 담아보고자 노력을 했었는데 의도와 다르게 비춰진 부분에 대해서 제작진으로서 아쉬운 부분이 많이 있다”고 전했다.
쇼미 11은 1.2%의 시청률로 시작해서 최저 0.6%의 시청률을 기록했고 최고 시청률은 1.2%에 그쳤다. 마지막 방송은 0.8%였다. (닐슨코리아 기준) 제작진은 전반적 성적에 대해서도 “아쉬운 마음이 없다면 거짓말”이라며 “쇼미라는 프로그램이 10년이 넘게 지속된 만큼 부침이 있는 시즌도 있고, 시청자들도 시즌 간 비교를 하면서 프로그램을 즐기기도 하는 것 같다. 욕심에 비해서 시청률이나 여타 지표들이 아쉬운 것은 사실이나 시청자들의 시청 패턴이나 콘텐츠를 소비하는 방식이 달라지고 있음을 많이 느끼고 있고, 프로그램에 대한 관심을 시청률로만 판단하기는 어려운 것 같다”고 전했다.
다만 제작진은 “이번 시즌을 진행하며 비드라마 콘텐츠 화제성(굿데이터 기준)은 놓치지 않고 1위를 차지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쇼미 라는 콘텐츠에 대해 많은 애정을 가지신 분들이 아쉬움을 표현하시기도 하지만 그것조차 '쇼미'에 대한 관심과 애정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제작진은 “이영지 씨는 어린 나이와는 별개로 분명하게 자신이 표현하고 싶은 것들을 다양하게 표현할 줄 아는 아티스트라고 느꼈다”며 “랩은 물론이거니와 보컬, 댄스 등 무대를 구성하는 다양한 부분에 대해서도 인사이트를 가지고 적극적으로 표현할 줄 안다는 점에서 가지고 있는 무기가 많은 사람이구나 느꼈다”고 전했다.
이어 “쇼미더머니의 최초 여성 우승자이자 고등래퍼와 쇼미 두 개의 서바이벌에서 모두 우승을 차지한 최초의 인물이라는 점에서 이영지라는 인물에게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겠지만, 그와는 별개로 앞으로 '이영지'라는 아티스트가 어떤 이야기를 해나갈지 더 주목해주시고 애정을 쏟아주시면 좋을 것 같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제작진은 이영지의 'Not Sorry' 무대를 가장 인상깊었던 무대로 꼽았다.
제작진은 이번 쇼미더머니 11의 성과를 “이번 시즌은 현재 한국 힙합신에서 주목을 받고 있는 루키들과 대중들에게 소개되지 않은 힙합의 다양한 하위 장르들이 대중들에게도 소개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며 “그런 의미에서 이번 시즌은 드릴 장르를 필두로 UK개러지, 레이지 비트 등 대중들에게 생소했던 힙합신의 다양한 하위 장르의 음원들이 소개될 수 있었던 시즌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자신이 느낀 부담과 속 깊은 고민 보여준 이영지의 랩…
“진실되게 보이려 고군분투했다”
한편 이영지는 이번 시즌 많은 비판도 받았으나 이미 증명된 강점인 보컬과 무대장악력은 물론이고 자신의 고민을 가사에 잘 녹여내는 래퍼임도 보여줬다. 제작진이 가장 인상 깊은 무대로 꼽은 '낫 쏘리'의 경우 특히 이영지가 지금까지 느낀 부담을 드러내고, 비판받는 상황을 솔직하게 털어놓으면서도 랩에 대한 열정을 보여줬다.
“엄마 나 힙합 관둘게. 혼자서만 도태된 것 같애. (...) 진심은 전부 곡해돼, 사랑은 왜곡돼. '스타일 바꿔, 마인드 바꿔, 이참에 챙겨 눈치도. 다리 떨지 말고 살 좀 빼. 동네 창피스러워. 어깨 힘은 좀 빼. 어차피 니가 뱉는 구절 전부 힙합 아니니까 밥그릇 치워.' 우리 엄마 말도 잘 안듣던 내가 니 말은 왜? Hip-hop? Not hip-hop? I don't mind it. 미안해. 하나도 아무것도 미안하지가 않아서, 그저 나답게 살아가고픈 것뿐.”
마지막 스테이지에서 선보인 'HUG'라는 곡에서는 시즌 내내 보여준 이영지의 완벽주의적인 면모와 함께 그로 인한 자기를 향한 자책도 잘 드러났다.
“넓은 침대나 비싼 월세의 집은 전혀 도움이 안 돼서 도망쳐야만 했어. 뜨거운 라디에이터가 내 단점을 녹여주길 바랬어. 너무 나약해 보이긴 죽기보다 더 싫어서 관대한 척 부러진 양 발로 어정쩡하게 서 있었어. 미안해. 사실 난 lonely. 모두가 날 다 좋아한대도 의심하곤 해. 이걸 듣는 너는 날 안 싫어해도 돼. 어차피 내가 날 제일 싫어하니까.”
이영지는 서면 인터뷰에서 “어떻게 하면 더 설득력 있게 보여줄 수 있을까, 진실되게 보여줄 수 있을까를 중점으로 고민하며 많이 고군분투했던 것 같다”며 “또한 음악을 사랑하는 친구들을 곁에 많이 둬야 내 음악적 소양이 더 견고히 갖춰진다는 점을 가장 강하게 깨달았다. 랩하는 것은 굳이 깨달아야 할 필요도 없이 이미 너무 많이 사랑하고 있다는 점을 시즌 내에서 발견하게 됐다”고 전했다.
우승 소감으로는 “많이 과분한 왕관을 받았다고 생각하고 있고, 이 왕관이 스스로가 떳떳하게 여겨지는 순간까지 더 열심히 박차를 가해보려 한다”며 “타이틀이 몇 개인지는 제게 하나도 중요하지 않다. 앞으로 어떤 아티스트가 되느냐가 가장 관건”이라고 밝혔다.
이영지는 “받은 상금은 팀 슬레이의 선물을 사는 비용을 제외하고는 전부 기부할 생각”이라며 “2023년 하반기가 지나지 않을 시점에 앨범이 나올 예정이며 스스로가 이 삶을 대하는 전반적인 태도를 음악에 담을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영지는 쇼미11 에서 '새소년' 황소윤과 함께 한 'WITCH'라는 곡에서 “작은 소녀의 발전이 너의 앞길을 막아선다는 피해의식”, “못 따라와 내 꽁무니. 어설프게 무너지느니 차라리 한 획을 긋지, 죽더라도 이빨 꽉 깨물고 덤벼 뭐든지”와 같이 자신을 향한 비판을 정면돌파하는 가사를 선보인 바 있다. 쇼미 11은 시청률 부진과 논란을 딛고 어떤 새 시즌을 보여줄지, 이영지는 대중과 평론가 모두가 기다리는 앨범에 어떤 모습을 보여주며 문제들을 정면돌파할 지 관심이 모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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