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 잘해야 대입서 유리”… 갈수록 거세지는 ‘문과침공’ [뉴스 인사이드-문·이과 통합 수능 논란]
수학 선택과목 따라 점수 편차 커져
수험생 1등급 미적분·기하 응시 많아
인문계열 학과 지원자 이과생 비율
서울 주요대 정시서 70~80% 달해
“교차지원 변수 등 수능 불확실성 커”
상위권에선 수시 쏠림 현상 나타나
◆수학 잘해야 유리한 수능
13일 교육부에 따르면 고등학교에서 문·이과 구분은 융합형 인재를 양성한다는 취지에서 2015년 교육과정부터 폐지됐다. 이에 따라 2022학년도부터 수능도 문·이과 통합으로 치러졌다. 과거 수능 수학은 문과(수학 나형)와 이과(수학 가형)가 다른 문제를 풀었지만, 통합수능은 공통과목을 같이 풀고 선택과목(확률과통계, 미적분, 기하) 중 1개를 택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통합’이란 말이 무색하게 현장에서는 여전히 문·이과 구분이 남아있다. 대학 자연계열 학과 중 수학 미적분이나 기하, 과학탐구 성적을 요구하는 곳이 많아 통상 확률과통계, 사회탐구를 선택한 수험생은 문과, 미적분·기하와 과학탐구를 선택한 학생은 이과로 본다.
현재 대학 자연계열 학과는 문과 수험생의 교차지원이 어렵지만, 인문계열 학과는 과목 기준이 없어 이과 수험생의 교차지원이 가능하다. 이 때문에 통합 수능 첫해인 지난해에는 이과 상위권 수험생들이 확률과통계 응시자보다 수학에서 유리한 점을 이용해 상경계열 등 주로 문과생이 가던 학과에 대거 지원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서울중등진학지도연구회가 지난해 서울 주요대 정시 인문계열 지원자 1630명을 분석한 결과 이과생이 교차지원한 비율은 서강대 80.3%, 서울시립대 80%, 한양대 74.5%, 연세대 69.6% 등이었다. 지난해 서울대 정시 선발 인원은 전체 인원의 61.5%였지만, 종로학원은 실제 서울대 합격자의 79.2%가 이과생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미적분·기하가 확률과통계보다 까다로운 만큼 미적분·기하 응시자가 더 높은 점수를 얻는 것은 당연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하지만 입시업계에서는 선택과목에 따라 유불리가 발생하고, 수학을 잘 봐야 대입에서 유리한 구조가 되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 많다. 인문계열 학과에 진학하려는 문과 최상위권 학생 중에서는 높은 점수를 받기 위해 미적분을 응시하는 이들도 늘어나는 상황이다. 확률과통계 응시자는 2021년 6월 모의평가 당시 55.4%였으나 2023학년도 수능에서는 48.2%까지 줄었다. 반면 미적분 응시자는 같은 기간 37.1%에서 45.4%로 늘었다. 한 입시업계 관계자는 “미적분을 잘해야 인문계열 학과 진학도 유리한 것은 난센스”라며 “통합수능 취지와 맞지 않는다”고 밝혔다.
‘문과침공’ 현상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교육부도 대책 마련에 나섰다.
13일 교육부에 따르면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 1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 대학 관계자들과 통합형 대학수학능력시험의 부작용, 보완책 등에 대해 논의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서울대·연세대·고려대·한양대·성균관대·서울시립대·경희대 등 수능 위주 전형 비율이 높은 서울 12개 대학 입학처장이 참석했다.
현재 교육부는 입시제도를 4년 전에 공개하고 있어 당장 수능 체제를 대폭 손질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수능의 큰 틀은 내년에 확정할 2028학년도 입시제도부터 바꿀 수 있다. 이 때문에 통합수능의 대안은 우선 문과생의 의대지원을 열어주는 식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이 부총리는 지난 6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문과침공 현상에 대한 대책을 묻는 말에 “대입 전형에서 문과생이 불리한 부분은 조정이 필요할 것 같다. 대학 측의 개선 노력을 유도할 수 있는지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단 불합리하다고 지적되는 대입 전형부터 손본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김유나 기자 yo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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