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자의 문화이야기] "지하철은 일상 속 문화공간"…코로나로 주춤했던 공연·전시 살아날까

김문영 2023. 1. 14.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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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예술마당' 시범 운영…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선호도 높아
지난해 경복궁역 메트로미술관 대관 34건…수입액 늘어나
여의나루역·신당역·시청역, '서울시 주도' 문화체육공간으로 거듭나
맑은 울림이 있는 목소리와 서정적인 가사가 인상적인 싱어송라이터 시와(siwa).

인디 가수들의 노래를 즐겨 듣는 국내 음악 애호가들 사이에서 인지도가 높은 가수이죠. 그런 그가 지하철 옥수역에서도 연주했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옥수역에서 촬영한 시와의 '랄랄라' 공연 [사진=유튜브 RECANDPLAY.NET]

잔잔한 어쿠스틱 기타 소리와 함께 울려퍼지는 인디 뮤지션의 목소리는 열차를 기다리고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시민들 사이에서도 자연스럽게 어우러집니다. 시와의 공연 모습이 담긴 이 유튜브 영상은 어느덧 13년 전의 것이 되었습니다.

한국에서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큰 돈을 쓰지 않고 지속적으로 공연을 하거나 전시를 할 기회를 찾기란 쉽지 않습니다. 예술인들이 자신을 자유롭게 알리면서 시민들에게 즐거움도 줄 수 있도록 지하철에서 이뤄지고 있는 시도들을 알아봤습니다.

아래는 지하철 문화예술 사업의 시작부터 함께 한 서울교통공사 김정환 홍보실장을 일대일로 인터뷰한 내용을 바탕으로 작성한 것입니다.

런던과 뉴욕의 지하철처럼…버스킹 허용한 '지하철 예술마당'

(왼쪽) 건대입구역 역사 내 버스킹 장소 (오른쪽) 서울 지하철역 5곳의 역사 내 버스킹 장소 [사진=서울교통공사]

지하철이 시민들의 '일상 속 문화 공간'이 되도록 공연이 허용된 것은 2000년입니다. 당시 '지하철 예술인' 30팀이 최초로 선발됐습니다.

서울교통공사가 일부 공연단체와 협약을 체결하고 공연 무대를 확대했는데, 일각에서 역별 특성에 맞는 공연 등을 유치해야 할 필요성을 제기했습니다.

때문에 2009년부터는 공사가 직접 사전 오디션을 보고 '메트로 아티스트'를 선발하는 인증제를 도입해 운영하기 시작했습니다.

영국 런던 지하철 운영회사(Transport for London)가 자격증 취득자에 한해 버스킹(Busk in London)을 허용하고,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 교통공사(MTA)도 오디션에 합격하면 허용된 지하철 장소에서 자유롭게 버스킹하도록 한 사례 등을 참고한 것입니다.

하지만, 2018년(883회)과 2019년(671회)까지 수백회에 달했던 공연 실적은 코로나19가 유행한 2020년과 2021년 활동 전면 중단으로 크게 저하됐고, 지난해 현장 공연 횟수도 단 19회에 그치게 됐습니다.

여기에다 문화예술노동연대가 인증제를 도입한 서울교통공사를 향해 정당한 보수의 지급까지 요구하면서, 지난달부터는 인증제 대신 신청제로, '일반인'이 신청한 버스킹을 '지하철 예술마당'에서 허용하는 시범 사업을 운영하게 됐습니다.

'지하철 예술마당'서 이달 22건 공연…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선호도 높아

현재 '지하철 예술마당'은 기존의 3개소(선릉역,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노원역)에 더해 신규 버스킹 장소 2개소(건대입구역, 광화문역)까지 총 5개 역에서 운영되고 있습니다. 역사에서 개방된 공간, 또는 층고가 높은 공간이 지원되고 있는데요.

적극적인 홍보와 서울시 지원 정책 등이 부족한 탓에 전문 예술인이 아닌 소식을 들은 일부 관심 있는 일반 시민들만이 신청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지난달 5개 역을 합쳐 총 25건의 공연이 이뤄졌으며, 이달은 22건의 공연이 이뤄지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5개 역 중에는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이 지난달 공연 신청 전체 건수의 56%, 이달 신청 전체 건수의 90%를 차지하며 운영 실적이 가장 높게 나타났습니다. 위치상 민원의 소지가 적고 개인 앰프 사용도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신청자들은 정치색과 종교색만 드러내지 않는다면 자신이 원하는 날짜에, 원하는 곳에서 공연할 기회를 자유롭게 가질 수 있습니다.

이들에 대한 별도의 지원 금액은 없습니다. 지하철역 공간을 지원하는 서울교통공사가 한 달 동안 활동실적이 좋은 5팀에 한해 선의로 소정의 교통비인 월 10만 원씩 제공할 뿐입니다. 공사는 시범 사업의 지원율이 높아진다면 공연 공간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입니다.

'메트로미술관'은 경복궁역에…지난해 대관 건수 34건

경복궁역 메트로미술관 대관 신청 배너 [사진=서울교통공사]

지하철 내 미술관의 역사는 더욱 오래 됐습니다. 1986년에 '중앙청'역으로 개통된 경복궁역 안에 메트로미술관이 개관됐습니다.

1세대 대표 건축가인 김수근, 류춘수 건축가의 설계로 유수의 역사를 가진 이 메트로미술관이 정식으로 운영되기 시작한 시점은 2006년 리모델링 이후라고 할 수 있는데요. 이때부터 각종 졸업전시회와 청년 예술가의 개인전, 동호회 전시 등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현재 서울 지하철에서 정식으로 운영 중인 미술관은 이곳 경복궁역이 유일합니다. 과거 혜화역과 서울대입구역에서의 시도도 있었지만, 공간이 비좁거나 작품이 훼손되지 않도록 하는 시건장치의 부족 등으로 부적합하다는 결론을 내리고 모두 문을 닫았기 때문입니다.

관람객의 문턱이 낮고 접근성도 좋은 미술관이라는 취지로 기획된 메트로미술관의 대관 실적 또한 코로나19의 영향을 크게 받았습니다. 2019년 65건이던 대관 건수가 2020년과 2021년에는 각각 6건과 1건에 불과했습니다.

다만, 지난해 대관 건수는 34건으로 다소 회복되는 추이를 보였습니다. 특히 지난해 대관 수입액은 1억 2,741만 원으로 오히려 2019년 수입액(7,199만 원)보다 많아졌는데요. 올해 코로나19 수준으로 메트로미술관의 대관 건수가 다시 올라올지 주목되는 이유입니다.

여의나루역·신당역·시청역은 문화 공간으로 조성…관건은 '투자'일 듯

(위) 신당역 비보잉 댄스 스테이지 (아래) 여의나루역 '러너 스테이션' 예상도 [사진=서울시]

마지막으로 주목해볼 공간은 서울시가 주도해 문화공간으로 바뀔 예정인 지하철역 3곳입니다.

바로 지하철 5호선 여의나루역과 지하철 2호선 신당역·시청역입니다. 서울시는 지하철 역사 내 빈 상가와 유휴공간을 활용할 방법을 찾기 위해 이들 지하철 역사의 모습을 바꿔보기로 했습니다.

우선, 여의나루역이 향후 한강을 달리는 시민들을 위한 '러너 스테이션'으로 조성됩니다. 런던 워털루역에 꾸며진 실내 스케이트보드 파크인 '하우스 오브 반스'에서 영감을 얻어 기획됩니다.

젊은 세대가 많이 모이는 신당역도 거리 문화(스트리트 컬처) 활성화 공간으로 활용돼, 10호선 개통이 무산되며 남은 환승통로에 스케이트보드와 비보잉 댄스 공간이 만들어질 예정입니다.

시청역은 서울광장 프로그램과 연계해 '언더그라운드 서울광장' 거듭나게 한다는 구상인데요. 지하에서 가족끼리 독서와 휴식을 즐길 수 있는 놀이공간을 조성한다는 계획입니다.

이와 관련해 서울교통공사 측은 "지하철도 문화 공간이라고 보는 인식은 필요하다"며 "공간을 단순히 '보여주기' 식으로 조성하는 데서 끝나지 않고, 참여하려는 사람들이 나타나도록 콘텐츠를 고민하고 구조화하려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지하 공간은 공조장치나 전원 등이 들어가 지상보다 투자비가 많이 필요하다"며 "민간 투자를 받는 경우는 시에서 투자비를 회수할 수 있는 방안을 함께 잘 마련해야 할 것"이라 당부했습니다.

[ 김문영 기자 kim.moonyoung@mbn.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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