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0년의 ‘슬픈 이야기’ 끝난다…英 박물관에 서있던 아일랜드 거인, 마침내 영면

오경묵 기자 2023. 1. 14.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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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CS

영국 런던의 헌터리언 박물관에는 230㎝에 달하는 ‘거인’의 유골이 전시돼 있다. 유골의 주인은 찰스 번(Charles Byrne). ‘아일랜드 거인’이라는 별칭을 갖고 있다. 240년이나 박물관에 서있어야 했던 이 유골의 슬픈 이야기가 끝난다.

CNN은 12일(현지 시각) 영국 왕립외과대학(RCS) 소속 헌터리언 박물관이 ‘찰스 번의 유골’을 더 이상 전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번의 유골은 이 박물관에서 가장 유명한 전시품 중 하나다.

번의 사연은 기구하다. 그는 1761년 아일랜드 시골에서 말단비대증을 갖고 태어났다. 10대 말에는 런던으로 건너왔다고 한다. 그는 자신의 거대한 체구를 구경거리로 만들어 돈을 받고 생계를 꾸렸다. 번은 1783년 6월 1일 숨졌다. 당시 언론에는 번의 신체를 차지하려는 의사들이 모여들었다는 기사가 나왔다. “거대한 고래를 가지려는 그린란드 작살꾼”이라고 몰려든 의사들을 표현하기도 했다.

번도 생전에 이를 우려했다. 자신의 시신을 무거운 관에 넣어 바다에 가라앉혀 달라는 유언을 남겼다고 한다. 그의 지인들이 대형 관을 구해 해변으로 운구하는 과정에서 불미스러운 일이 일어났다. 외과의사 존 헌터가 번의 지인 중 한 명에게 뒷돈을 주고 시신을 탈취한 것이다. 이후 번의 유골은 헌터리언 박물관에 전시됐다.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박물관에 전시돼 관람객들의 이목을 끄는 데 이용됐던 번이 마침내 안식을 찾게됐다. RCS는 5년 간의 보수 공사를 마치고 오는 3월 재개장할 헌터리언 박물관의 전시품에서 번의 유골을 제외하기로 결정했다. 박물관 측은 “존 헌터와 같은 18세기 해부학자들과 외과의사들은 오늘날에는 윤리적으로 허용되지 않는 방식으로 많은 표본을 얻었다”며 “이런 유해들은 앞으로도 진지한 논의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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