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산 수출 4강, ‘방위사업계약법’에 달렸다[정충신의 밀리터리 카페]

정충신 기자 2023. 1. 14. 10:33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경남 창원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방문해 호주 진출을 준비중인 레드백 장갑차에 사인한 뒤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현대로템이 지난달 6일(현지시간) 폴란드 그드니아에서 ‘폴란드 K2 전차 입하 환영식’이 개최됐다고 밝혔다. 사진 왼쪽부터 환영식에서 기념 촬영하는 이정엽 현대로템 디펜스솔루션사업부장, 이용배 현대로템 사장, 임훈민 주폴란드 대사, 세바스티안 흐바웩 PGZ 회장, 마리우시 브와슈차크 폴란드 부총리 겸 국방부 장관, 손재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사장, 안제이 세바스티안 두다 폴란드 대통령, 엄동환 방위사업청장, 유동준 국방부 전력자원관리실장.현대로템 제공

■ 정충신의 밀리터리 카페

尹 업무보고 “방산은 정부차원서…법·제도 시스템 구축” 지시

여야 의원 29명 방위사업계약법 발의

지체상금 완화·한국산우선획득제도가 핵심

국가안보실 2차장 산하 ‘방산수출 컨트롤타워’ 설치

윤석열 정부가 오는 2027년까지 세계 방산 수출점유율 5% 돌파와 방산수출 4강이란 야심찬 목표를 제시했다. 방산수출 4강 목표 진입을 위해서는 ‘방위사업계약법’ 제정 등 법과 제도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현재 정부와 국회도 지체상금 감면 또는 계약 변경이 가능하도록 하는 한편 법 미국 시장의 원활한 진출을 위해 한국산우선구매제도롤 포함하는 내용의 법·제도 정비를 추진중이다.

이와 관련 지난해 정책연구용역과 공청회를 거쳐 여야 국회의원 29명이 공동으로 방위사업계약법을 발의했다. 방위사업청은 지체상금 상한 인하, 최저가낙찰제 탈피 등의 내용이 포함된 방위사업계약법을 핵심으로 하는 제도 선진화 방안을 추진중이다.

윤석열 대통령도 지난 11일 국방부 연두업무보고에서 방위사업계약법과 관련해 “방산수출 성과를 더욱더 확대해 나갈수 있도록 부처간 협업, 방산 선진국과의 협력을 강화해 나가면서 방산규제 완화를 위한 법적·제도적 시스템을 구축해달라”고 특별히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는 업무보고에서 방산수출 확대와 방산기반 강화, 첨단전력 건설의 선순환 구축 전략을 보고했다. 방산수출이 확대되면 방위산업 기반 강화와 첨단전력 건설의 토대를 마련하는 것은 물론 또 다른 방산수출을 견인해 첨단전력 건설과 방산수출이 선순환하는 구조를 만들 수 있다.

이에따라 그동안 방산업계와 전문가들이 꾸준히 요구해 온 ‘방위사업계약법’ 제정도 탄력을 받고 있다. 현재 국가계약법(국계법)의 경우 단순한 조달 사업에는 문제가 없지만 규모가 크고 오랜 시간이 걸리며 막대한 비용이 투입되는 첨단무기체계 연구개발(R&D) 특성은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특히 방위산업의 특성상 신무기나 신기술 개발 획득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연구 개발 지연 등 리스크가 존재할 수밖에 없는데 납기 지연시 부과하는 벌금 성격의 ‘지체상금’과 빈번한 소송 등으로 방산업계의 도전 의욕을 꺾고, 방산생태계에 부정적으로 작용한다는 비판 목소리가 높다.

국계법을 방위사업에 그대로 적용하는 데 따른 폐해가 잇따르고 있다. 현재 국계법상 지체상금 면제는 ‘계약상대자의 책임없는 사유’에만 가능하도록 돼 있어 도전적 연구개발이 주를 이루는 방위사업의 특성상 계약이행 실패나 지연이 높을 수밖에 없는 특수 상황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세계 8번째로 국내 건조에 성공한 3000t급 잠수함 도산 안창호함이다. 15년에 걸친 개발기간의 1%에 해당하는 110일이 지체되는 바람에 약 1000억원의 지체상금을 납부해야 하는 처지다. 외국에선 부러워하지만 해당 업체로선 빚좋은 개살구다. 미국의 경우 잠수함 겅조 시 통상 2년 6개월의 지체가 발생하는 것과도 비교된다. 업계 관계자는 “도전적 연구개발 성실 수행 때 지체상금 면제사유를 내부 규정에 반영했으나 실제 적용 때는 감사원 감사에 대한 책임부담 등으로 지체상금을 면제하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방위산업 도약을 위해 방위사업계약법 제정이 절실한 이유다.

그뿐 아니다. 차기전술교량사업은 2009∼2013년 세계 최고 수준의 개발목표로 사업을 추진했으나 요구성능(ROC) 미충족으로 2014년 계약을 해제, ROC를 변경하고, 단계별 개발을 추진했다. 이 같은 불합리한 문제점이 누적되는 바람에 최초 계획대비 무려 15년이나 개발이 지연돼 전력화에 차질을 빚었다.

한미 상호 국방조달협정 체결에 대비해 방위사업계약법상 한국산 우선획득제도 마련도 시급하다는 지적이다.현재 미국산우선구매원칙은 국가조달 전체에 적용되는 제도이지만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주요 무기체계 등 국방조달 대상은 세계무역기구(WTO) 협정 및 자유무역협정(FTA) 가입국의 경우에도 적용면제 규정 대상에 포함되지 않고 있다.

방사청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미국법이 정하는 국내산우선구매제도에 대응하기 위한 법적 근거가 없는 상황”이라며 “미국과 상호 균형적인 시장개방이 가능하려면 한·미상호 국방조달협정 체결을 위한 협상 전 계약법에 한국산우선획득제도 마련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재정당국은 법개정에 신중한 입장이다. 별도의 방위사업계약법을 제정할 경우 기존 국가계약제도의 틀과 공정성과 신의성실이라는 국가계약의 기본원칙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또 방산업계에 대한 과도한 계약기준 완화가 될 수 있고 정부 재정상 실익이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하지만 국방조달과 관련해 미국, 캐나다 , 유럽등 방산 선진국들은 이미 공공조달 외에 별도의 국방조달 또는 계약법 체계를 마련해 운영하는 것과 비교된다. WTO 정부조달협정도 국방조달시장에는 적용하지 않고 있다.

예컨대 영국은 법체계 특성상 공공조달에 관한 법률은 존재하지 않고 하위법령에서 공공조달과 국방조달을 구분해 적용하고 있다. 프랑스와 독일은 공공조달보다 적용범위가 넓은 법률에서 공공조달과 국방조달 모두를 규율하되, 하위 법령에서 공공조달과 국방조달을 구분하고 있다.

국방부 관계자는 “도전적 무기체계 연구개발 특성상 개발지연 및 실패 등 시행착오가 필수적으로 수반된다”며 “다른 유사한 도전적 연구개발의 경우 이미 성실수행 실패를 인정하고 있어 무기체계만 인정하지 않는 것은 오히려 형평성에 위배된다”고 꼬집었다. 이 관계자는 “국방조달 분야는 안보 특성상 계약특례 적용이 불가피한 분야”라며 “국제통상규범과 해외 입법상으로도 이미 다수 사례가 있다”고 덧붙였다.

윤석열 정부는 지난해 170억달러(약 21조6000억원)라는 역대 최대 실적을 올린 ‘K-방산’ 수출을 적극 지원하기 위해 컨트롤타워를 대통령실 내에 설치, ‘지속가능한 방산’ ‘방산 수출 4강’ 목표를 이어나가가기로 했다.

13일 국가안보실에 따르면 국가안보실 2차장실 산하에 ‘방산수출기획팀’(가칭)이 조만간 설립될 예정이다. 현재는 팀을 구성할 인원을 선발하는 과정이 진행 중이다. 국가안보실 관계자는 “최근 방산 수출의 컨트롤타워를 대통령실에서 맡아줘야 한다는 건의가 있었고, 윤석열 대통령이 이를 받아들였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국방부에서 연두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도 “방산 협력은 업체에만 맡겨서 되는 문제가 아니다”며 “정부 차원에서 패키지 개념으로 일을 해야 한다”는 취지로 발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방위산업은 안보특수성이 고려돼 전세계적으로 독과점이 허용되는 거의 유일한 분야다. 방산 특수성을 감안해 방위사업계약법 제정이 이뤄져야 방산 선진국들과 대등한 경쟁이 가능하고, 방산 수출 4강 목표를 앞당길 수 있다.

정충신 선임기자

[ 문화닷컴 | 네이버 뉴스 채널 구독 | 모바일 웹 | 슬기로운 문화생활 ]

[Copyrightⓒmunhwa.com '대한민국 오후를 여는 유일석간 문화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구독신청:02)3701-5555 / 모바일 웹:m.munhwa.com)]

Copyright © 문화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