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절 추억 속으로! 점프볼 기자들이 생각하는 최고의 올스타게임은?

점프볼 2023. 1. 14.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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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볼=편집부] 별들의 잔치. 프로스포츠의 올스타게임을 지칭하는 단어다. 1997년 출범한 KBL은 2021-2022시즌까지 총 24번의 올스타게임을 개최했다. 별들의 잔치라는 수식어에 걸맞게 수많은 명장면이 탄생했다. 그렇다면 지난 24번의 올스타게임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는 언제였을까. 점프볼 기자들이 생각하는 최고의 올스타게임을 뽑아봤다. 

 

※본 기사는 농구전문매거진 점프볼 1월 호에 게재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정규방송 관계로 보지 못했던 2차 연장, 근데 명승부는 확실해!

정지욱 편집장


#1997-1998시즌 올스타게임
최근 몇 년간 KBL 올스타게임은 내 기준에서 농구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매 쿼터, 심지어 매 작전타임 때마다 이벤트를 하기에 여념이 없기 때문이다. 아무리 이벤트 성향의 경기라고 해도 그래도 메인은 무조건 농구가 되어야 한다. 최근의 올스타게임은 ‘농구’에 전혀 집중할 수 없는 경기였다고 생각한다. 본질은 역시 농구가 되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내게 가장 기억에 남는 올스타게임은 1997-1998시즌 경기다. 남부선발이 2차 연장 접전 끝에 187-180으로 승리했다. 양 팀 합계 45개의 3점슛이 터졌다. 결과만 봐도 경기가 재밌었을 것 같지 않은가? 남부선발에서는 김영만이 무려 44점을 쏟아 부었지만 주인공은 따로 있었다. 강동희였다. 그는 143-146으로 남부선발이 3점 뒤진 경기 종료 7초 전 김영만의 패스를 받아 동점 3점슛을 터뜨리며 승부를 연장으로 끌고 갔다. 3점슛을 성공시킨 뒤 중부선발 선수들을 향해 ‘메롱’을 하던 모습은 이 경기의 하이라이트였다. 이에 그치지 않고 강동희는 1차 연장에서 또 해결사 역할을 했다. 남부선발이 161-166으로 뒤진 경기 종료 16.8초 전 다시 한 번 3점슛을 터뜨렸고 이어 상대 우지원의 슛이 불발된 틈을 타 속공을 전개, 조니 맥도웰의 동점 레이업 득점을 어시스트 했다. 그의 손에서 1, 2차 연장이 만들어진 것이다. 결국 남부선발이 승리를 거뒀고 15점 8리바운드 13어시스트로 트리플더블급 활약을 펼친 강동희가 MVP에 선정됐다. 2차 연장 내용은 전혀 모르겠다. 정규방송 관계로 1차 연장까지만 중계가 됐기 때문이다. 인터넷이 없던 시절이어서 밤에 스포츠 뉴스를 통해서야 결과를 알 수 있었다. 지금으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겠지만, 그땐 그랬다. 이 꼴이 보기 싫어서 이듬해부터 한동안은 매년 올스타게임 표를 구매해서 갔던 기억이 난다.
가장 기억에 남았던 세 번의 올스타게임
손대범 편집인


#2001-2002, 2016-2017, 2019-2020시즌 올스타게임
올스타게임은 늘 볼거리가 많아 기자 입장에서도 기억에 오래 남는 이벤트였다. 가장 기억에 남는 올스타게임은 세 가지가 있다. 첫번째는 2001-2002시즌 올스타게임이다. 잠실체육관에서 열렸는데, 연장까지 가서야 경기가 갈렸다. 안드레 페리, 조니 맥도웰, 서장훈의 중부선발이 135-132로 승리했는데 경기력, 팬 서비스와 반응 등 여러 면에서 최고의 경기였다. 이 올스타게임은 김승현과 이상민, 강동희가 나란히 한 팀(남부선발)에서 뛴 올스타게임이었기에 더 기억에 남는 것 같다. 올스타 팬 투표에서 이상민이 1위를 차지하긴 했지만 김승현이 중간 집계에서 1위를 빼앗기도 해서 놀랐던 기억도 난다. 두건을 쓰고 등장한 페리는 덩크 컨테스트 우승과 함께 MVP도 차지했다. 울산에서 열린 2006-2007시즌 올스타게임은 김효범과 단테 존스의 퍼포먼스 때문에 기억에 남고, 부산에서 열린 2016-2017시즌 올스타게임은 부산 사직체육관의 1만 1700석이 모두 매진될 정도로 열기가 뜨거워서 기억에 남는다. 이 경기는 KBS 1TV에서 해설을 해서 더 생생한데, 선수들이 기습적으로 실행한 마네킹 챌린지, 예능감 넘치는 단체 댄스, 마이클 크레익의 쇼맨십 등이 인상적이었다. 이 무렵부터 선수들이 한 마음 한 뜻으로 팬들을 위해 정성껏 준비한다는 느낌을 준 것 같다. 

마지막으로 2019-2020시즌 인천삼산체육관에서 열린 올스타전도 꼽고 싶다. 체육관 전석 매진됐고, 허웅과 허훈은 1대1 대결 퍼포먼스까지 펼치면서 자신들을 무대에 올려준 팬들에게 확실히 답례했다. 선수들의 입장 퍼포먼스도 이때부터 '진심'으로 여겨지기 시작했다. 김종규의 피카츄 복장은 아직도 잊을 수 없다. 개인적으로 이 올스타게임을 보면서 바닥을 쳤던 KBL의 인지도가 조금씩 올라가고 있음을 확신했다. 유니폼도 너무 예뻐서 두 벌이나 샀다. 그러나 정말로 불운하게도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역대급’이 될 뻔 했던 2019-2020시즌은 조기중단되는 아픔을 맞았다. 이제 올스타게임은 단순히 농구만 보여주는 행사가 아니다. KBL 스타들이 팬들을 위해 본인들이 갖고 있는 끼와 재능을 모두 쏟아붓는 행사다. 임하는 자세도 진지하다. 2000년대 중반만 해도 몇몇 선수들은 직전에야 어슬렁어슬렁 와서 “오늘 뭐하면 돼요?”라며 무성의하게 물어보고 그마저도 귀찮아 했다. 시대가 달라져 선수들은 스스로 그 시간을 즐기며 많은 것을 돌려주고 있다. 올해도 오랫동안 남을 좋은 추억을 남기는 올스타가 되면 좋겠다. 

TV로 봤지만 가장 뇌리에 남은 2차 연장 승부
이재범 기자


#1997-1998시즌 올스타게임
올스타게임 하면 떠오르는 장면들이 조각조각으로 나뉜다. 처음 지방인 울산에서 열린 2006-2007시즌 올스타게임에서 나온 퍼비스 파스코의 자유투 라인 덩크, 규정을 숙지하지 못해 앤트완 홀이 덩크왕을 알렉스 칼카모에게 뺏겼던 2003-2004시즌 덩크 콘테스트, 10개 구단 치어리더들이 한 달 가량 준비해서 선보였던 치어리더들의 댄스 경연대회를 현장에서 지켜봤던 2001-2002시즌 올스타게임, 농구 코트 전체를 꽉 채워 장관을 이룬 Mnet 프로듀스 101 참가자들의 축하 공연이 펼쳐진 2015-2016시즌 올스타게임 등이다.
그렇지만, 본 경기를 떠올리면 현장이 아닌 TV 화면으로 봤던 1997-1998시즌 올스타게임이 가장 뇌리에 남아 있다. 올스타게임답게 엄청난 득점 대결이 펼쳐졌다. 그런데도 승부가 한쪽으로 확 기울지 않았다. 4쿼터까지 접전 속에 7초를 남기고 강동희의 3점슛으로 1차 연장에 들어갔다. 1차 연장에서 24.8초를 남기고 중부선발이 문경은의 속공 득점으로 166-161로 앞서 사실상 승부가 결정된 듯 했다. 관중석에서 외치는 이겼다는 함성도 들렸다. 하지만, 강동희의 3점슛에 이어 우지원의 던지지 않아도 되는 점퍼 실패 뒤 조니 맥도웰이 0.7초를 남기고 동점 속공을 성공했다. 166-166으로 2차 연장에 들어갈 때 중계는 끝났다. 나중에 알게 된 결과는 187-180이었다. 현장에서 끝까지 못해 아쉬우면서도 이런 득점력이 다시는 나오지 않기에 더 기억에 남는다. 

최창환 기자
나의 루키 시즌을 풍성하게 채워줬던 올스타게임


#2009-2010시즌 올스타게임
빈스 킹의 초대 덩크 콘테스트 우승부터 최준용 몰카, 마네킹 챌린지에 이르기까지 팬, 기자로 즐긴 많은 올스타게임이 기억에 남지만 그중에서도 2009-2010시즌 올스타게임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당시 나는 지금은 사라진 바스켓투데이라는 온라인 농구전문지에서 인터넷기자로 활동 중이었고, 처음으로 현장 취재했던 행사가 올스타 위켄드였다. 태어나 처음 기자석에 가봤는데 ‘원조 KBL 아이돌’ 이상민의 올스타 팬 투표 1위를 기념해 팬들이 만든 볼펜이 선물로 놓여 있었던 게 기억난다. 덩크 콘테스트에서는 조셉 테일러가 허니딥, 비트윈더렉 등 다양한 퍼포먼스를 펼쳐 심사위원들에게 큰절하며 점수를 구걸(?)한 브라이언 던스톤을 제치고 우승을 차지했다. 당시만 해도 KBL 역시 NBA처럼 루키, 소포모어가 맞붙는 라이징스타 같은 이벤트게임이 있었다. 정식 명칭은 루키 챌린지였다. 하승진, 김민수, 윤호영 등과 함께 소포모어팀에 선발된 강병현이 트리플더블(24점 11리바운드 10어시스트)을 작성, 루키 챌린지 MVP로 선정됐다. “농구 시작한 후 트리플더블은 처음”이라는 강병현의 소감과 ‘실물이 더 잘생긴 선수’라며 감탄했던 게 기억에 남는다. 웃지 못할 일도 있었다. 쇼맨십이 넘쳤던 하승진이 이승준을 앞에 두고 가드들의 드리블을 흉내 내다 왼쪽 종아리부상을 입은 것. 하승진은 이 여파로 한동안 결장한 것은 물론, 플레이오프에서도 출전시간에 제약이 따랐다. 결국 KCC는 챔피언결정전에서 현대모비스(당시 모비스)에 우승을 넘겨줬다. 아직도 올스타게임이 다가오면 내 루키 시즌 올스타게임을 풍성하게 채워줬던 그때의 에피소드들이 떠오른다. 우리 막내도 이번 올스타게임에서 많은 에피소드 경험하길~! 

단테 존스와의 추억 한 조각
서호민 기자


#2003-2004, 2005-2006시즌 올스타게임
운이 좋게도(?) 꽤 임팩트 있었던 올스타게임 두 경기를 모두 직관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건 2003-2004시즌 올스타게임이다. 올스타게임은 팬들과 함께 하는 축제의 장 아닌가. 그런 의미에서 2003-2004 올스타게임은 KBL 역대 올스타게임 중 이런 취지에 가장 잘 어울리는 올스타게임이 아니었나 싶다. 당시 한창 주가를 올리던 힙합그룹 원타임이 하프타임 축하공연에서 ‘HOT 뜨거’라는 노래를 불렀는데, 흥에 취해 제이슨 윌리엄스, 앨버트 화이트, 앤트완 홀 등 외국 선수들이 즉흥적으로 무대에 나가 노래에 맞춰 멋진 그루브를 보여줬던 기억이 난다. 참고로 해당 영상은 아직도 유튜브에 고스란히 보존되어 있다. 리 벤슨의 뽀뽀 사건으로 유명한 2005-2006 올스타게임도 직관을 했다. 아마 지금은 보기 힘든 풍경이지 않을까. 이 때의 TMI를 말하자면 당시 ‘단테 열풍’을 몰고 왔던 단테 존스는 경기가 끝난 뒤 팬 서비스 차원에서 매번 자신의 유니폼을 관중석으로 던져줬는데, 이 유니폼을 함께 직관했던 어머니가 많은 경쟁을 뚫고 잡아냈다. 하지만 아쉽게도 존스의 유니폼은 집으로 가져가지 못했다. 존스가 팬들에게 유니폼을 너무 많이 선물해준 탓에 남는 유니폼이 거의 없었고, KT&G 구단 직원이 양해를 구해 돌려줄 수밖에 없었다. 대신 KT&G 구단 측에서 추후 KT&G 홈 경기에 초대해 VIP석에서 관람할 수 있는 기회를 줬다. 나의 안양체육관 첫 직관 경기였다. 

올스타게임이 이렇게 재밌었나요?
조영두 기자


#2017-2018시즌 올스타게임
과거 농구팬이었던 나에게 올스타게임은 한 시즌을 통틀어 가장 재미없는 날이었다. 경기의 박진감은 현저히 떨어졌고, 이벤트 또한 억지로 웃음을 쥐어짜는 듯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2017-2018시즌 점프볼 인터넷기자로 활동하게 된 나는 처음으로 올스타게임 취재를 가게 됐다. 이날 올스타게임은 너무나 재밌고 흥미로운 요소가 많았다. 2017-2018시즌은 NBA처럼 팬 투표 1위와 2위가 자신의 팀원들을 직접 뽑아 맞대결을 펼치는 첫 번째 시즌이었다. 팬 투표 1위 오세근매직팀과 2위 이정현 드림팀의 맞대결이었다. 공교롭게도 오세근매직팀에는 주로 장신 선수들이 포진했고, 이정현드림팀에는 단신 선수들이 많았다. 경기 중 오세근매직팀이 최준용-최진수-이종현-제임스 켈리-데이비드 사이먼으로 이어지는 장신 라인업을 선보였다. 그러자 이정현매직팀은 김시래-양동근-두경민-디온테 버튼-송교창으로 맞섰다. 장신 선수들이 단신 선수들의 머리 위로 패스를 하며 농락하자, 단신 선수들은 장신 선수들의 가랑이 사이로 공을 돌리며 팬들의 웃음을 유발했다. 그동안 올스타게임에서 볼 수 없었던 장면이기에 나 또한 웃으며 바라봤던 기억이 난다. 경기에서는 이정현드림팀이 117-104로 승리를 거뒀다. 여기에 최준용 몰래 카메라 이벤트는 역대 올스타게임 역사에 길이 남을 레전드였다. 당시 진행을 맡은 박종민 장내 아나운서는 최준용을 코트로 불러 눈을 가리고 하프라인 슛을 성공하면 고급 외제차를 준다는 제안을 했다. 실제로 최준용이 안대를 착용하고 슛을 준비하자 전광판에는 ‘지금부터 몰래 카메라가 시작됩니다. 골이 안 들어가도 들어간 것처럼 환호해주세요’라는 글귀가 나왔다. 하프라인 슛은 당연히 들어갈리 없었고, 현장은 마치 성공한 것처럼 난리가 났다. 특히 선수들이 모두 코트로 나와 최준용에게 축하빵(?)을 날리며 장내를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내가 이날 가장 크게 웃음을 터뜨린 이벤트이기도 했다. 2022-2023시즌 올스타게임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몰래 카메라 이벤트를 꼭 한 번 다시 봤으면 하는 바람이다.

 

#사진_점프볼DB, KBL PHOT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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