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비앤비로 예약한 집 지하에 누군가 살고 있다면... [주말 뭐 볼까 OTT]

라제기 2023. 1. 14.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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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차고 넘치는 OTT 콘텐츠 무엇을 봐야 할까요.

숙박할 집에 밤늦게 도착했다.

집에 누군가 있다.

아침에 일어나 보니 주변 집들은 모두 폐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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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플러스 영화 '바바리안'
편집자주
※ 차고 넘치는 OTT 콘텐츠 무엇을 봐야 할까요. 무얼 볼까 고르다가 시간만 허비한다는 '넷플릭스 증후군'이라는 말까지 생긴 시대입니다. 라제기 한국일보 영화전문기자가 당신이 주말에 함께 보낼 수 있는 OTT 콘텐츠를 2편씩 매주 토요일 오전 소개합니다.
에어비앤비로 숙박을 예약한 집에 모르는 이가 먼저 들어와 있다. 그는 누구이고 어떤 일이 벌어질까.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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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비앤비로 숙소를 예약했다. 숙박할 집에 밤늦게 도착했다. 주변은 어둡고 인적은 없다. 집에 누군가 있다. 예약이 중복됐다. 테스(조지아나 캠벨)는 낯선 남자와 하룻밤을 지내야 한다. 내키지 않을 상황. 통성명하고 조심스레 말을 주고받다 보니 남자의 실체를 알게 된다. 배려심 강하고 친절하다. 공포 영화가 로맨스물로 흐르는 분위기. 음산한 기운을 내뿜으며 시작한 영화가 그렇게 전개될 리가. 진짜 공포는 다른 곳, 다른 존재에게 있다.


①지하에 누군가 산다

젊은 여인 테스는 구직 인터뷰를 위해 낯선 곳에 숙소를 예약했다. 그를 기다리고 있는 건 생각지도 못했던 공포다.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테스는 잠자는 중에 기이한 일을 겪는다. 분명 잠가 뒀던 방문이 열려 있다. 아침에 일어나 보니 주변 집들은 모두 폐가다. 동네는 디트로이트 외곽. 자동차 산업이 퇴락하며 동네는 사람 살지 않는 곳이 됐다. 테스는 집이 깨끗하고, 우연히 숙박을 함께하게 된 키스(빌 스카스가드)에게 호감을 느껴 계속 머물기로 마음 먹는다. 바깥 출입을 자제하면 자신의 집으로 돌아갈 때까지 안전할 듯하다.

착각이었다. 테스는 물건을 찾으러 지하로 내려갔다가 기이한 공간을 발견한다. 범죄현장으로 의심이 될 정도로 꺼림직하다. 테스는 당장 집을 벗어나고 싶으나 일은 원치 않은 방향으로 흐른다. 그는 상상하지 못했던 끔찍한 상황을 맞게 된다. 지하에는 상상하기 힘든 외양의 누군가가 살고 있다.


②그 집에 무슨 일이 있었길래

테스는 자신이 잠시 머물게 된 집 지하에서 기이한 공간을 발견한다. 그곳에는 미지의 존재가 살고 있다.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테스의 상황에 집주인 길브레이드(저스틴 롱)가 끼어든다. 그는 유명 배우로 곤경에 처해 있다. 잊고 있던 부동산을 처분하려 한다. 테스가 숙박 예약을 했던 곳이다. 길브레이드는 결국 테스가 겪은 것과 엇비슷한 상황에 처한다.

영화는 전형성을 벗어난다. 짐작과 달리 테스가 낯선 곳에서 처음 만난 이는 위험하지 않다. 치명적인 위험은 다른 곳에 있다. 테스가 위기에 몰린 후 등장하는 인물 길브레이드가 절대적인 구원자가 아닌 점도 참신하다. 예측을 벗어나면서 만들어지는 물음표에 차가운 웃음이 더해지면서 보는 이의 시간을 빠르게 지운다.


③공포에 담은 사회적 메시지

테스는 수수께끼 같은 공간을 살아서 벗어날 수 있을까. 그를 도와줄 사람은 거의 없다.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바바리안’은 공포만을 전하지 않는다. 사회적 정치적 메시지까지 담으려 한다. 길브레이드는 이성과 불미스러운 일이 있다. 그는 단순한 남녀관계로 치부하며 억울해한다. 과연 그럴까. 영화는 그의 언행을 통해 그가 그리 떳떳하지 않음을 암시한다.

지하에 사는, 미지의 존재는 더 사회적인 의미를 품는다. 그는 매우 공격적이고 지독한 모성애를 지녔다. 괴물 같은 가부장제의 폭력이 쌓이고 쌓여서 만들어낸 존재다. 영화는 모성애라는 신화가 결국 가부장제에서 비롯된 허상일 수 있음을 시사한다.

그렇다고 메시지 전달에 함몰되지 않는다. 공포감 전달과 위기 해결을 통한 쾌감이라는 장르적 목적을 충실히 수행한다. 영화가 담은 사회적 의미는 이를 파악하려는 이들에게 전달될 뿐이다.

뷰+포인트
배우 잭 크레거의 연출 데뷔작이다. 크레거는 시나리오까지 썼다. 유명 배우가 아니고 연출 이력이 없으니 제작이 쉽지 않았다. 제작비는 450만 달러에 불과했다. 극장 개봉한 나라가 많지 않았으나 전 세계적으로 4,540만 달러 가량을 벌어들였다(한국 미개봉). 제작비의 10배 정도 되는 금액이다. 영리한 시나리오, 제법 세련된 연출이 만들어낸 성과다. 단순한 오락 영화를 넘어 사회적 메시지를 얹으려 한 시도가 박수 받을 만하다.
***로튼 토마토 신선도 지수: 평론가 92%, 관객 71%
***한국일보 권장 지수: ★★★★(★ 5개 만점, ☆ 반 개)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wender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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