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컷체크]국수, 5분 이상 삶아야 중금속 안전?…비현실적 실험 설계
국수 5분이상, 당면 10분 이상 삶아야 중금속 줄어든다?
끓는 시간 길수록 중금속 양 줄지만…
조리 안 한 기준으로도 인체에 유해한 정도 아냐
맛있게 먹기 위한 조리시간 3분…식약처 제안 10분 비현실적
■ 진행 : 조태임 앵커
■ 대담 : 선정수 (뉴스톱 기자)
◇조태임 > 한 주를 팩트체크로 정리하는 모아모아 팩트체크입니다. 오늘도 팩트체크 전문미디어 뉴스톱 선정수 기자와 함께 합니다. 안녕하세요. 오늘은 어떤 주제를 준비했나요?
◆ 선정수 > 중금속 위험을 줄이려면 녹차 티백을 2분 이상 우려내면 안 되고, 당면은 10분 이상, 국수는 5분 동안 삶아야 중금속이 제거된다고 합니다. 블로그 글도 아니고 버젓한 매체들이 보도한 기사입니다. 과연 사실인지 팩트체크했습니다.
◇조태임 > 저는 말씀 또 들으면서 그렇구나 생각했는데…팩트체크 할 주제라고 하면 이 말이 사실이 아닌 건가요? 한번 볼게요. 우선 중금속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은 어때요?
◆ 선정수 > 단기간 많은 양의 중금속에 노출되면 빠르게 급성 중독증상(마비, 메스꺼움, 구토, 혼수상태 등)이 나타나거나 사망할 수도 있습니다. 매우 적은 양으로 오랫동안 중금속에 노출되는 것을 만성적 노출이라고 하는데요. 만성적 노출은 확실하게 건강영향이 나타나지 않을 수 있거나 매우 느리게 나타날 수 있습니다.
◇조태임 > 그렇죠. 그럼 일상에서 늘 조심해야 한다는 의미 같은데..그런데 뭔가 이상한 점이 있는건가요?
◆ 선정수 > 조선일보는 2019년 8월1일 <중금속 섭취 줄이려면 "녹차티백 2분만 우리고, 국수는 5분 삶아야">라는 기사를 보도했습니다. 아시아경제는 2019년 1월24일 <"녹차 티백, 2분 이상 우리면 중금속 위험">이라는 기사를 발행했습니다. 중금속 섭취를 줄이려면 녹차 티백은 2~3분만 우려내야 하고, 국수는 5분, 당면은 10분 동안 끓여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이 기사들은 모두 식품의약품안전처의 보도자료를 옮긴 것입니다. 식약처는 2019년 1월24일 "조리법을 바꿔야 중금속 노출도 줄일 수 있다", 2019년 8월1일 "생활 속 중금속 섭취 줄이는 방법"이라는 보도자료를 각각 배포했습니다.
◇조태임 >일단 국수 먼저 살펴볼게요. 보통 국수 삶는 시간은 얼마 정도인가요?
◆ 선정수 > 국수(소면 기준)의 권장 조리 시간은 3분30초 정도입니다. 당면은 6분 정도고요. 음식을 해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면이 불어 터지는 건 금방입니다. 면 요리할 때 삶는 시간이 그래서 중요한 것이죠.
◇조태임 > 그런데,,,중금속을 줄이기 위해서는 조금 불더라도 오래 끓여야겠네요. 건강을 위해 맛은 좀 포기를 해야 할 거 같은데?
◆ 선정수 > 저도 궁금해서 직접 식약처에 물어봤습니다. 식약처 관계자는 "관행대로 조리하고 섭취하더라도 건강에 위해를 줄 수준은 아니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렇다면 왜 중금속 섭취를 줄이는 방법을 소개한 걸까요? 이에 대해 식약처는 "중금속은 체내로 들어오면 잘 배출되지 않고 축적되는 물질이기 때문에 가급적 섭취량을 줄이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차원에서 기획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조태임 > 지금 일반적으로 알려진 방식으로 먹어도 위해를 줄 정도는 아니지만…섭취를 줄이는 게 좋으니까…. 더 안전한 방법을 알려주는 것이네요.
◆ 선정수 > 네, 그렇게 볼 수 있습니다. 국민건강영양조사를 통해 파악한 일일 평균 섭취량과 식품의 품목별 중금속 함유량을 곱해 노출량과 위해도를 평가한 결과 납의 노출 위해도는 안전한 수준인 것으로 평가됐습니다.
다만 2021년 식약처의 중금속 5종(납, 수은, 카드뮴, 비소, 크롬) 통합위해성 평가(발간 등록번호 11-1471057-000491-01)에 따르면 "5종의 중금속은 환경 오염물질로 주요 노출원은 식품으로 확인되었는데, 현재 우리나라의 식품을 통한 5종 중금속 노출 수준은 모두 인체 노출기준보다 낮은 수준이어서 안전한 것으로 평가됐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1~2세 유아의 경우 납 노출을 줄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것으로 평가됐습니다.
◇조태임 > 국수 5분, 당면 10분은 어떻게 나온 겁니까?
◆ 선정수 > 2019년 식약처 보도자료를 살펴보겠습니다. 식약처는 "국수는 끓는 물에 5분간 삶으면 카드뮴 85.7%, 알루미늄 71.7% 제거할 수 있으며, 당면은 10분 이상 삶아야 납 69.2%, 알루미늄 64.6% 제거할 수 있습니다."라고 안내합니다.
그런데 앞선 연구들을 살펴보면 생으로 먹든 1분을 삶든 5분을 삶든 10분을 삶든 건강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는 수준입니다. 왜냐면 보고서의 위해성 평가는 조리전 식품의 중금속 농도와 평균 섭취량을 곱해서 구했으니까요. 조리 전 식재료를 기준으로 해도 중금속 노출 수준은 안전한 정도로 평가됐다는 결론입니다.
◇조태임 > 오래 삶으면 음식물의 중금속이 끓는 물로 녹아 나와 최종 중금속 섭취량이 줄어들기는 하지만, 끓는 물로 녹아 나오지 않은 상태더라도 건강에는 이상이 없는 수준이라는 게 연구 결과다. 이런 거죠?
◆ 선정수 > 네 그렇습니다. 그런데 보도자료의 기초가 된 원 실험 보고서를 살펴보면요. 삶기 실험 조건은 국수와 당면 각 50g을 물 100℃ 끓는 물 1L에 넣고 3, 5, 10분씩 삶아 삶기 전과 후의 중금속 농도를 측정했습니다. 끓이는 시간이 길수록 끓는 물로 우러나오는 중금속 양이 늘어난다는 걸 보여주는 실험입니다. 왜 국수를 10분씩이나 끓였는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국수 10분 삶으면 퍼져서 젓가락으로 집어들기 힘듭니다.
◇조태임 > 당면 10분은 어떤가요?
◆ 선정수 > 저는 조리할 때 끓는 물에 넣고 6분 삶는데요. 10분 안 삶겠습니다. 이미 식품 속에 함유된 중금속 농도는 기준치 이하이고요. 6분 삶을 거 10분 삶는다고 어마어마하게 중금속이 줄어드는 것도 아니니까요. 이미 기준치 이하인 중금속을 피하겠다고 불어 터진 국수와 당면을 먹지는 않겠다는 말씀이죠.
◇조태임 > 중금속 노출 줄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맛있게 먹는 것도 중요할듯 해요
◆ 선정수 > 식약처는 국수를 삶을 때 물을 충분히 넣고 되도록 오래 삶으라고 권장합니다. 실생활에서 국수 1인분은 100g으로 칩니다. 4인 가족 기준으로 6인분 정도 국수를 삶는다고 하면 600g이 되죠. 그럼 물은 실험과 같은 비율인 국수 50g 당 1L를 적용해 12L를 끓여야 하는 걸까요? 이렇게 물을 많이 잡고 국수를 삶는 집은 없을 겁니다. 제가 쓰는 냄비 중에 가장 큰 게 7L짜리인데요. 어림없죠.
◇조태임 > 그렇다면 식약처는 왜 이렇게 비현실적인 조건으로 실험했을까요?
◆ 선정수 > 식약처 관계자는 "실생활 조건을 고려해 실험을 설계했다면 좋았을 텐데 설계가 세심하지 못했다"고 털어놨습니다. 국수를 맛있게 삶는 시간인 3분30초를 기준으로 국수와 물의 양에 따른 중금속 제거 효율을 구하는 편이 나았을 겁니다. 그랬다면 국수는 5분, 당면은 10분 이상 삶아야 중금속이 줄어든다는 비현실적인 권고는 나오지 않았겠지요.
◇조태임 > 녹차 티백을 2분이상 우려내지 말라는 실험도 있었어요. 녹차뿐 아니라 홍차도 많이 먹고요. 이건 어떻습니까?
◆ 선정수 > 이 실험은 그래도 현실을 어느 정도 반영한 설계라고 볼 수 있습니다. 실험 결과에 대해 식약처는 "티백 형태의 녹차와 홍차는 섭씨 98℃에서 2분동안 우릴 경우 녹차는 약 20%, 홍차는 50% 정도 중금속이 나왔지만 10분이상 우려내면 중금속이 더 많이 나오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녹차나 홍차 등 차류에 들어있는 카테킨, 비타민C 등의 생리활성 물질은 섭씨 90℃에서 2~3분 안에 대부분 우려 나오므로 차를 오랫동안 우려내는 것은 이로움이 적다"고 덧붙였습니다.
◇조태임 > 녹차 티백에 뜨거운 물 붓고 식을 때까지 컵안에 넣고 드시는 분들이 많은데요. 이건 실생활에서 바로 적용할 수 있겠군요.
◆ 선정수 > 네 그런데 이것도 일부 언론들은 터무니없이 공포심을 조장하는 보도를 내보내고 있는데요. 2017년 식약처 보고서를 보면 납 노출량 평가 결과에 대해 "다류의 침출차는 가공식품 중 오염도가 가장 높으나 기준 이내임"이라고 밝힙니다. 안전하다는 말입니다. 같은 맥락으로 안전하긴 하지만 더 안전하려면 티백은 2~3분 정도만 우려 내달라는 이야기입니다.
◇조태임 > 그런데, 설명을 듣다 보니 물론 중금속 우려가 있지만,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행동하는 것으로는 유해한 수준은 아닌건데요. 과도한 공포심을 조장하는 보도들이 많아요. 왜 그럴까요?
◆ 선정수 > 일단 자극적으로 보도를 해야 조회수가 늘어나고 상업적 이익과 연결되니까요. 뉴스톱은 "녹차 티백을 2분 이상 우려내면 안 되고, 당면은 10분 이상, 국수는 5분 동안 삶아야 중금속이 제거된다"는 다수 언론 보도에 대해 '대체로 사실 아님'으로 판정합니다.
중금속 노출 평가 결과 아무런 조치가 없이 일반적인 식습관과 조리법을 따라도 중금속 노출 정도는 위험수준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중금속은 체내에 들어와 잘 배출되지 않고 축적되기 때문에 섭취량을 줄이는 것이 현명한 일입니다. 그러나 식감을 해쳐가면서 국수를 5분, 당면을 10분이나 삶을 필요는 없습니다. 차제에 식품안전 당국은 우리 조리법과 식생활 등 현실에 맞는 실험을 다시 실시해 결과를 공개해 주었으면 합니다.
◇조태임 > 맛이냐, 건강이냐 …결국은 개인의 선택의 문제인데요. 맛을 택한다고 하더라도 그 자체가 건강에 해를 가하는 정도가 아니라는 점, 마음 편히 음식을 즐기셔도 된다는 말로 마무리 하면서 모아모아팩트체크 선정수 기자였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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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조태임 기자 jogiza@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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