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란은행 꿇린 투자자가 집은 "美연준 잘하는 점 잘못한 점" [김재현의 투자대가 읽기]

김재현 전문위원 2023. 1. 14.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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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대가들의 투자를 통해 올바른 투자방법을 탐색해 봅니다.

스탠리 드러켄밀러 듀케인 패밀리오피스 설립자/사진=블룸버그

억만장자 투자자인 스탠리 드러켄밀러(Stanley Druckenmiller)는 조지 소로스와 함께 1992년 영국 파운드화를 공매도해 영란은행을 굴복시킨 전설적인 투자자다.

드러켄밀러는 1988년부터 2000년까지 조지 소로스의 퀀텀 펀드에서 포트폴리오 매니저로 일했으며 2000년부터는 헤지펀드 듀케인캐피탈을 운영하며 120억 달러까지 규모를 키웠다. 그는 2010년 자금을 투자자에게 모두 돌려준 후 듀케인캐피탈의 문을 닫았고 이후 듀케인 패밀리오피스를 운영하고 있다.

드러켄밀러는 지난 30년간 연평균 30% 이상의 수익률을 올리면서 한 번도 수익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적이 없다. 현재 그의 자산은 64억 달러에 달한다.

대중에게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는 드러켄밀러가 지난 9월말 미국 경제방송 CNBC가 주최한 '알파를 찾아서'(Delivering Alpha) 컨퍼런스에서 미 연준, 인플레이션과 향후 미국증시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드러켄밀러는 올해 리세션(경기후퇴)이 불가피하며 10년 뒤 다우지수가 지금보다 별로 높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는 등 장기간 이어진 저금리에서 전환하는 미국 경제의 앞날이 험난할 것으로 예상했다. 드러켄밀러의 생각을 살펴보자.

딜리버링 알파 컨퍼런스에서 발언 중인 스탠리 드러켄밀러/사진=유튜브 캡쳐
영란은행을 굴복시킨 사나이
1992년 조지 소로스가 영국 파운드화를 공매도해 영란은행을 굴복시키고 불과 하루에 10억 달러가 넘는 수익을 거둔 건 유명한 일화다. 이때 파운드화 공격 아이디어를 제시한 사람이 바로 스탠리 드러켄밀러다.

당시 유럽은 화폐 통합에 대비하기 위해 유럽환율메커니즘(ERM)을 만들었는데, 영국 파운드화는 ERM 하에서 독일 마르크화의 ±6% 밴드에서만 움직일 수 있었다. 변동폭을 넘어서면 중앙은행이 개입해 환율을 조정해야 했다. 그런데 1990년 통일한 독일이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를 올리자 독일로 돈이 쏠렸고 다른 국가들도 자금 유출 방지와 환율 방어를 위해 금리 인상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 됐다.

드러켄밀러는 영국의 ERM 탈퇴에 베팅하며 1992년 9월 15일 파운드화를 100억 달러어치 공매도했다. 전 세계 헤지펀드들이 앞다퉈 파운드화 매도에 가세하자 가치가 급락했고 영란은행이 외환보유고를 동원해 파운드화를 사들였으나 파운드화 폭락을 막을 수 없었다. 영국은 결국 하루 만인 9월 16일 ERM 탈퇴를 선언했다.

이날 컨퍼런스에서 드러켄밀러는 당시 상황을 회상하며 "그때 나는 파운드화가 절하될지는 몰랐다. 내가 알고 있었던 건 파운드화가 6개월 동안 절하되지 않으면 펀드가 0.5%를 손해보겠지만, 만약 절하된다면 20%를 벌 수 있다는 사실이었다"고 말했다. 또 "그건 위험보상비율(Risk reward ratio)이 1:40이었다"고 덧붙였다.

연준의 유동성 주입은 위험천만한 베팅
드러켄밀러가 위험보상비율을 사용해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유동성 주입을 평가한 대목도 재밌다. 드러켄밀러는 연준이 코로나19 백신이 개발된 이후에도 2조 달러의 유동성을 주입하고 매월 1200억 달러어치 채권을 매입했다며 연준이 위험보상비율이 40:1(위험이 40이고 보상은 1에 불과)인 베팅을 해서 졌다고 꼬집었다.

특히 드러켄밀러가 비판한 대목은 코로나19 백신이 개발되고 리오프닝(경제활동재개)이 재개된 2021년에도 연준이 물가상승률이 목표치(2%)에 못 미친다는 이유로 유동성 주입을 지속한 대목이다. 드러켄밀러는 당시 연준이 디플레이션(물가하락) 압력이 커진다는 잘못된 믿음 속에서 인플레이션을 2%까지 끌어올리기 위해 불필요한 위험을 쌓았다고 평가했다.

또한 드러켄밀러는 "최악의 상황은 자산 버블 뒤에 발생한다"며 1929년 대공황, 1989년 일본 부동산 버블, 2000년 닷컴 버블을 예로 들었다.

미국 CPI 추이/사진=인베스팅닷컴 캡쳐

다만 드러켄밀러는 20년 동안 지속된 디스인플레이션(disinflation·물가 상승 둔화)가 제롬 파월 연준 의장에게 영향을 끼친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사람은 과거 발생한 일이 미래에도 지속될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하지만 2021년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일시적(transitory)'이라고 판단한 건 역대급 오판이라고 돌직구를 날렸다.

주식은 장기적으로 상승하는데, 지금 사도 결국 오르지 않을까?
역사적으로 봤을 때 미국 S&P500의 연평균 수익률은 약 10%다. 이 때문에 주식은 장기적으로 상승한다는 믿음이 있지만, 드러켄밀러는 사람들이 '장기'라는 단어에 너무 안주하는 게 아닌지 반문했다.

실제로 다우 지수를 1929년에 샀으면 1954년에야 겨우 본전을 되찾았고 1966년 처음 1000포인트에 이른 다우지수는 1982년까지 16년간 1000선 아래에서 박스권 흐름을 보였다.

드러켄밀러가 하고자 하는 말은 주식이 '초'장기적으로 볼 때 오른다고 해서 향후 몇 년 동안 반드시 오르는 건 아니라는 의미다. 또한 그는 '10년 뒤 다우지수가 지난해 9월 28일 지수(2만9683.74포인트)보다 아주 높지는 않을 것'으로 예측했다.

지난 10년간의 강세장을 초래한 모든 요인들이 단지 중단되는 게 아니라 반전되고 있다는 게 드러켄밀러의 이유다. 거의 제로금리로 공짜돈을 맘대로 쓰던 환경에서 금리가 훨씬 높아지면서 제약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지수가 상승하지 않아도 개별 종목에서 수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며 의학과 신경과학 분야의 발전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2023년은 경기후퇴가 올 것이다
2023년 경기후퇴도 전망했다. 스탠리 드러켄밀러는 2023년 리세션(경기 후퇴)이 오지 않는다면 자신은 깜짝 놀랄 것이라며 정확한 시기는 모르겠지만, 2023년 말 안에 리세션이 오리라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자신의 기본 가정은 2023년 말까지 경제가 경착륙한다는 것이지만, 자신은 그동안 많이 틀려왔으며 이번에도 틀릴지 모른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에 드러켄밀러는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임무를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며 금리인상을 고수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지난 70년대처럼 인플레이션을 완전히 잡기 전에 섣불리 금리인하를 시작했다가 두 자릿수의 인플레이션을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용(인플레이션)을 완전히 죽여야 한다." 드러켄밀러의 마지막 말이다.

김재현 전문위원 zorba00@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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