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바타2 : 물의 길’에서 가족의 길을 찾다[MD칼럼]

2023. 1. 14.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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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이의 영화수필]

'아바타2'에서는 다소 묵직하고 강인한 모습의 나비족 제이크 설리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인간의 삶을 버리고 판도라 숲에 정착한 제이크는, 연인 네이티리와 가족을 이루었다. 4명의 아이들과 서로의 몸에 기대 둥지 속 새처럼 포근하게 안고 있는 모습은, 따뜻한 체온과 피부의 감촉이 닿을 듯 잔잔하고도 강렬했다.

첫째 네테이얌, 둘째 로아크, 막내 투크티리, 입양한 혼혈아 키리와 인간의 아들 스파이더까지, 인간세계의 보편적인 혈연 체계와 다른 구성원이다. 이들이 끈끈한 가족애로 난관을 함께 헤쳐 나가는 이야기에 빠지다 보면 대가족이 부러워질 법하다.

“우리 가족은 하나야. 그것이 강점이자 약점이지”

인간들의 야망은 더욱 커져 판도라 행성을 차지하기 위해 강력한 침공을 한다. 전편에서는 제이크가 목숨을 내놓고 맞서 싸웠지만, 이번에는 나비족과 가족을 지키기 위해 결연한 의지로 여정을 떠난다. 자식이 많은 만큼 걱정도 많지만 미소지을 일이 더 많은, 탄탄한 가슴과 듬직한 어깨를 가진 가장이 되었다.

“아버지는 지킨다, 그것이 존재 이유다.”

인간의 횡포가 닿지 않는 곳으로 숨어든 곳은 멧케이나 부족이 있는, 눈이 시리도록 아름답고 평화로운 바다의 세상이다. 그들은 헤엄치기에 알맞은 모양의 팔과, 마오리족을 연상케 하는 무늬가 있고, 피부색은 맑고 청량한 바다를 닮았다.

멧케이나족은 이주민 같은 제이크 가족을 생경하게 바라보고, 부족 아이들 간 소소한 갈등도 생긴다. 반감이 있었던 족장의 아내 로날도 인간과의 전투로 제이크 가족과 동맹체가 되면서 마침내 받아들인다. 자신들의 목숨이 위태로운 순간에, 제이크 가족을 지키기 위한 의리까지 보여준다.


멧케이나족 아기가 물고기처럼 바다에서 유영하는 모습은, 모태의 양수 속 같은 원초적 생명의 신비함까지 더한다. 뽀송뽀송한 솜털이 만져질 듯한 아기가 자유롭게 헤엄치는 장면에서 록그룹 ‘너바나(Nirvana)’의 ‘NEVER MIND’앨범재킷이 떠오른다.

다른 부족이 오고 어떤 상황이 와도 우리는‘괜찮아요’라고 하는 것 같았다. 생명을 잉태한 이는 더욱 강해지는 것일까. 로날은 임신한 몸을 사리지 않고 투사의 호기로 전투에 나간다. 네테이얌은 동생을 구하려다 끝내 죽음을 맞고, 바다 아래 수장될 때 태어난 곳으로 다시 돌아간 듯 태아의 모습으로 편안하게 물에 감싸인다. 그들에게 물은 생명이 태어나고 사라지는 곳이며 삶의 전부이다.

“물의 길은 시작이자 끝이다.”

'아바타2'에서는 또 다른 가족, 멧케이나족과 영혼의 자매인 고래 무리 툴쿤의 파야칸이 등장한다. 폭력을 행사하지 않는 툴쿤의 원칙을 어기고 어머니를 사냥한 인간을 공격했다가 무리에서 쫓겨난 외톨이다. 로아크를 위험에서 구해주었고 인간들과의 전투에서도 큰 역할을 한다. 로아크는 인간의 공격을 받아 파야칸의 지느러미에 박힌 쇳덩이를 뽑아주고 상처를 어루만진다.

"나는 당신을 봅니다.”본다는 말은 보는 것 이상의 깊은 교감이라는 것을….

'아바타2'는 보편적인 가족 관계를 구성원에서 이미 틀을 깼고, 다양한 등장인물들이 은연중 가족에 대한 고민과 질문을 던진다. 키리는 정통 나비족과 달리 다섯 개의 손가락이 있는 자신의 정체성, 그리고 부모에 대한 궁금증과 갈등을 끊임없이 한다. 판도라 행성인으로 복제된 쿼리치 대령은 아들 스파이더가 제이크를 자신보다 더 따라 아버지임을 포기한 듯싶었다.

그러나 아들의 목숨 앞에서는 북극성처럼 부성애가 반짝인다. 스파이더 역시 아버지가 나비족의 적이지만, 바다 깊이 가라앉는 쿼리치 대령을 왜소한 체격으로 끌어올리는 모습이 왠지 거인처럼 느껴진다.

최근 혈연관계를 중요시하는 전통 가족을 벗어나 대안 가족, 유사 가족의 형태가 점점 늘어나고 영화에서도 빈번하게 소재로 다루고 있다. 가족을 혈액에 담긴 DNA로만 정의하기보다, 누군가와 생사고락을 같이하고 함께 행복해지고 싶은 마음이 이유 없이 자꾸만 생긴다면 이미 가족이 아닐까.

코로나와 경제적 어려움이 더해져 가족을 생각하는 마음마저 옹졸해진 건 아닌지. 진정한 가족이란, 거리와 상황을 따지지 않고 손을 뻗으면 언제나 닿는 마음일 것이다. 유사 가족이든 대안 가족이든 힘이 되고 기쁨과 슬픔을 함께할 수 있다면 불편한 시선을 받을 이유가 없다.

가족이라면 보이지 않아도 교감할 수 있고, 다름을 인정해주고, 내 편이 되어 주고, 어떤 힘으로도 깰 수 없는 견고함, 식지 않는 온기가 있는 강인한 생명력을 가진 공동체이어야 한다. '물의 길'은 우리가 헤쳐 나가야 할 ‘가족의 길’이라고 말한다.

*영상물등급위원회 영화전문위원 겸 수필가.

*이 글은 본사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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