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오세훈 무혐의 처분…유족 “이해되지 않아” 野 “특검 불가피” [이태원 핼러윈 참사]

조희연 2023. 1. 14.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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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 결과·정치권 반응
이상민 장관·오세훈 시장 무혐의
윤희근 경찰청장 내사 종결 처리
“다중운집 주의 의무 없다” 판단
꼬리자르기 비판 피하기 어려워
유족 “이해되지 않는다” 아쉬움
與 “법리에 따른 제대로 된 수사”
野 “진상규명 위해 특검 불가피”

이태원 압사 참사를 수사해온 경찰청 특별수사본부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오세훈 서울시장, 윤희근 경찰청장에 대해 형사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최종 결론을 내렸다. 지난해 11월2일 출범 이후 지속적으로 제기됐던 ‘꼬리자르기’식 수사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이 윗선 수사에 나설지 주목된다.

손제한 특수본부장은 13일 서울 마포청사에서 수사결과 브리핑을 열고 “이번 사고에 책임이 있는 기관인 경찰, 구청, 소방, 서울교통공사 등에서 23명을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 등으로 입건했다”며 “이 중 혐의가 중한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 박희영 용산구청장 등 6명을 구속 송치했다”고 밝혔다. 김광호 서울경찰청장과 최성범 용산소방서장 등 17명은 불구속 송치했다.
손제한 이태원 특별수사본부장이 13일 서울 마포구 이태원 사고 특별수사본부에서 수사 결과에 대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특수본은 이 장관과 오 시장은 무혐의 처분하고, 윤 청장은 입건 전 조사(내사) 종결하기로 했다. 특수본이 신병을 구속한 최고위급은 행정조직에서 박 구청장, 경찰조직에서는 박성민 서울경찰청 공공안녕정보외사부장(경무관)이다.

참사 직후부터 행안부와 서울시, 경찰의 수장에 책임을 묻는 목소리가 나왔지만, 수사결과에서 이들은 ‘다중운집 위험에 대한 주의의무가 없다’며 면죄부를 받았다. 행안부는 재난안전법상 특정 지역의 다중운집 위험에 대한 구체적 주의의무가 있다고 보기 어렵고, 대규모 인명피해를 예견하거나 회피할 가능성이 없었다는 게 특수본 설명이다.

특수본은 서울시 또한 구체적인 주의의무가 없고 용산구청의 과실에 대한 구체적인 감독책임을 묻기도 어렵다고 봤다. 경찰청에 대해서도 법령상 특정지역의 다중운집 행사 안전관리가 자치경찰사무이기 때문에 경찰청장의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특수본이 출범 73일 만에 해산 절차에 들어가면서,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의 보강수사에 관심이 쏠린다. 무혐의 처분이 잘못됐다고 판단되면 ‘불송치 위법·부당 이유서’를 첨부해 특수본에 재수사를 요구하거나, 아예 직접 수사할 수 있다.
앞서 서울서부지검은 수사팀을 꾸린 뒤 지난 10일 용산경찰서와 용산구청·서울경찰청·경찰청을 포함해 10곳을 압수수색한 바 있다. 송치사건을 보강하는 단계에서 이 같은 대규모 동시다발 압수수색은 극히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특히 특수본이 이미 여러 차례 압수수색한 곳을 다시 압수수색했다는 점에서 검찰이 자체 수사를 벌이기로 가닥을 잡은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유가족들은 이날 공개된 특수본 수사결과에 대해 “500명이나 되는 거대조직으로 이 정도밖에 수사를 못 했다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이종철 대표와 이정민 부대표는 이날 서울서부지검에 피해자 진술을 위해 출석하면서 “특수본이 처음 수사를 맡았을 때 ‘가족이 가족을 수사할 수 없다’고 말씀드렸다”면서 “(특수본이) 김광호 서울청장에 대해 선을 그을 것으로 예상했고, 역시나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오세훈 시장 등 관련자 소환조사는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특수본 수사에서 부족하고 미진했던 부분을 검찰에서 더 얘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치권은 특수본 수사에 대한 엇갈린 평가를 내놨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법리에 따라 제대로 한 수사라고 생각한다”며 “만약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검찰에 송치된 후 수사가 진행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이수진 원내대변인은 “희생자와 유가족, 국민을 기만하는 ‘셀프 면죄부 수사’, ‘일선 책임 떠넘기기 수사’였다”고 혹평했다. 이 원내대변인은 “이상민 장관에 대해서는 아무런 수사도 하지 않았다”며 “이 장관이 그 자리에 있는 한 현 정부 고위 책임자에 대한 처벌은 불가능하다는 우려가 끝내 현실이 됐다”고 했다.
정의당 이정미 대표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아무리 예견된 결과라 해도 수많은 인력과 예산을 들여 하나 마나 한 수사 결과를 내놓은 특수본에 분노를 느낀다”며 “제대로 된 진상규명을 위해 특검이 불가피하다”고 질타했다.

◆15초간 수백명이 네 차례 넘어져 … 군중 유체화 현상에 560㎏ 압박 

‘좁은 거리에 너무 많은 사람이 밀착해 자의로 거동하기 힘들어진 채 떠밀리다가 단 15초 동안 수백명이 4번에 걸쳐 넘어졌다.’

경찰청 특별수사본부가 13일 발표한 이태원 압사 참사의 사고 원인은 이같이 요약된다. 특수본은 첫 번째 사람이 넘어진 지점부터 약 10m에 걸쳐 눌림과 끼임이 발생했고, 골목의 폭(3.2m)과 군집 밀도(㎡당 6∼10명)를 고려할 때 피해자들은 224∼560㎏의 힘을 받은 것으로 추정했다. 이 상태로 10분 이상 저산소증을 겪다가 뇌가 손상되는 뇌부종 또는 압착성 질식사 등으로 사망한 것으로 판단된다.
13일 서울 마포구 이태원 사고 특별수사본부에서 열린 수사 결과 발표 브리핑에서 박준영 금오공과대학교 교수가 인구밀집도 변화에 따른 압사 사고 위험성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현장 폐쇄회로(CC) TV 영상에 따르면 참사 당일 오후 9시쯤부터 사람들이 스스로 움직임을 통제하지 못하는 ‘군중 유체화 현상’이 나타났다. 이때부터 오후 10시26분까지 ㎡당 최대 12.09명이 빽빽하게 들어섰다. 사고 발생 시점인 오후 10시15분 CCTV에는 갑자기 빠른 속도로 밀집된 군중이 떠내려오면서 여러 사람이 동시다발적으로 넘어지는 모습이 포착됐다. 넘어진 사람 중 몇 분간 심한 압력을 받은 이들은 기절했고, 그렇게 빠진 공간으로 뒤쪽에 있던 사람들이 순차적으로 넘어진 것이다.

사고가 발생한 골목의 양방향 통행도 상당한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됐다. 특수본의 자문 역할을 한 박준영 금오공대 교수(기계설계공학)는 “시뮬레이션 결과 양방향 통행 때는 구간 내 인원이 800명일 때부터 막힘이 발생하고 압사 발생 확률이 높아지지만, 일방통행일 경우 1000명까지도 막힘이 발생하지 않았다”며 “양방향 통행을 사고 원인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라고 설명했다. 통행을 단방향으로만 바꿔도 밀집도를 크게 낮출 수 있었던 셈이다.

골목 곳곳이 불법 구조물, 내리막 경사인 점 등도 영향을 미쳤다. 특수본 관계자는 “불법 구조물이 설치된 지점의 폭이 3.615m까지 좁아져 인파 이동을 더욱 어렵게 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언급했다. 사고 발생 골목은 가장 완만한 경사가 6.575도일 정도로 가파르고, 최초 사고 현장인 A주점 일대는 경사도가 8.847∼11.197도까지 올라간다.

세계일보는 이번 참사로 안타깝게 숨진 분들의 명복을 빌며, 유족들의 슬픔에 깊은 위로를 드립니다.

조희연·배민영·유지혜·정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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